4년간 활동했지만… 5·18조사위 ‘빈손’

강현석 기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가 지난해 5월 전남 해남군의 한 야산에서 신원미상의 유골을 발견하고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가 지난해 5월 전남 해남군의 한 야산에서 신원미상의 유골을 발견하고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진상규명 보고서 공개
발포 책임·암매장 소재 등
핵심 의혹 실체 못 밝혀내
시민사회 “조사위 검증”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부실 조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년간 활동했지만 조사위는 핵심 과제인 발포 책임자와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 등에 실패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는 평가와 검증을 예고했다.

5·18조사위는 3일 “직권으로 조사한 사건 17건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보고서를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개 공개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등 3건은 개인정보 보호 조치 등을 한 뒤 조만간 공개한다.

5·18조사위는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6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했다. ‘5·18 당시 군에 의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 ‘암매장지 소재 및 유해 발굴과 수습’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 ‘군 기관 등에 의한 은폐·왜곡 조작’ ‘군과 시위 진압에 투입된 경찰의 사망·상해’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이다.

2019년 12월27일 출범한 5·18조사위는 지난해 12월26일 4년간의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오는 6월 ‘종합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 의결을 거친 만큼 조사보고서의 내용 수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발포 경위와 암매장 유해 발굴은 5·18조사위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꼽혔지만 규명에 실패했다. 그동안 5·18조사위는 계엄군들에 대한 ‘상향식 조사’를 통해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해 왔다. 하급자인 병사나 부사관들부터 조사하다 보면 최종 명령자나 책임자에 닿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방식은 실패로 끝났다. 5·18조사위는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 등의 장병과 지휘관 2867명을 조사, 344명으로부터 진술을 받았고 1176명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발포 지시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윗선의 명령’ ‘진돗개 하나 발령’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발포 책임과 관련해서는 1996년 ‘내란목적살인’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문을 인용하며 “위원회가 확인한 사실은 대법원이 판시한 것과 부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원회는 또 보고서 결론에 각 발포 사건별 현장지휘관과 실행 병사를 나눠 정리하며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를 주요하게 검토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7명은 ‘채택 불가’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발포명령 또는 계기에 대한 관점 차이로 진상규명 결정에 반대한다”면서 “위원회 출범의 가장 큰 목적이 국민 통합인데 계엄군들의 행위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를 논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추천을 받았던 김희송·민병로·오승용·서애련 위원은 “타당성이 결여되고 증거 수집 미흡과 해석상의 오류 등으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부실 조사”라는 의견을 냈다.

행방불명자를 찾는 조사도 실패했다. 5·18조사위는 5·18행불자로 인정됐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이 73명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동안 행불자 신청을 했지만 인정되지 않은 158명 중 55명은 5·18과 관련이 없거나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보고서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5·18단체 관계자는 “가해자(계엄군) 증언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면서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목소리가 묻혔고 과거보다 후퇴한 보고서가 나왔다”면서 “조사위 4년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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