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따뜻해서, 이번엔 추워서…이상기후 봄 ‘축제를 어찌할꼬’

윤승민 기자    강정의 기자
제주시 전농로에서 24일 열린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에 나들이객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전농로에서 24일 열린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에 나들이객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봄꽃 축제를 준비하는 전국 지자체들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예년보다 이른 개화로 ‘꽃 없는 꽃축제’로 치른 터라 올해는 날짜를 당겼지만 3월 이어진 추위로 개화 시기가 늦어질까 노심초사다.

기후 위기와 미세먼지 등 달라진 날씨로 꽃피는 시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진 탓이다.

24일 서울 영등포구는 그동안 4월8일 전후로 열었던 ‘여의도 봄꽃 축제’를 올해 3월29일~4월2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일상회복 후 처음 대규모로 치른 지난해 개방 행사가 개화 후 열흘이 지난 4월4일부터 엿새간 이어져 혼란을 치렀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당초 3월27일로 계획했으나 2월 평균 기온을 확인한 담당과에서 이틀을 미뤄 정한 날짜”라며 “지난 20일 여의도 현장을 찾았는데 아직 멍울이 올라오지 않아 일주일 새 벚꽃이 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응봉산개나리축제를 열었지만 정작 개막 때는 개나리가 만개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일조량이 개화에 영향을 미치는데 미세먼지 등으로 늦어진 게 아닌가 한다”며 “갑자기 햇볕 많이 받으면 꽃이 확 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서울·경기지역 평균 강수일 수가 지난해 2.0일에서 올해 11.0일로 늘어 일조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27~31일 석촌호수에서 벚꽃 축제를 여는 송파구도 지난해 4월5~9일이었던 기간을 일주일 앞당겼다. 지난해 꽃이 진 후 축제가 열리는 바람에 ‘벚꽃 축제’ 대신 ‘꽃 축제’로 이름도 바꿨지만 올해는 시기가 딱 떨어지지 않아도 이름은 유지하기로 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기상청 등 예보기관의 개화 예측과 2월 기온, 꽃나무의 움직임 등을 종합해 일정을 잡지만 매년 상황이 달라져 정확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며 “담당 직원들 사이에서 ‘점이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성북구는 개화시기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봄 축제’를 꽃이 지고 난 후인 4월27일 시작하기로 했다.

3월 변화무쌍한 날씨에 전국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 천안에서 오는 30~31일 열려던 ‘제9회 천안위례벚꽃축제’는 다음달 6~7일로 늦춰졌다. 김재훈 축제 추진위원장은 “이상기온으로 개화 시기를 맞추기 어려웠다”며 “ 축제 장소 구간인 연춘리~은석초까지의 벚꽃 개화 시기와 맞춰 행사를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 영동 최대 규모인 ‘경포벚꽃축제’는 29일부터 개최하려던 행사를 일주일 연기해 다음 달 5일부터 엿새간 연다. 지난해 이른 개화로 사상 첫 3월 축제로 치른 후 올해도 벚꽃이 빨리 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개화가 늦어져 다시 날짜를 바꾼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22~24일 전농로 왕벚꽃 축제, 23~24일 장전리 왕벚꽃 축제가 열렸지만 벚꽃은 채 만개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되는 것은 그간 기준이 된 지역별 벚나무 등의 상황이 급변하는 데다 기관 전망을 믿기 어려워지면서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지난달 “올해 봄꽃 개화 시기는 평년(1991~2020년)보다 3~7일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서울의 경우 지난 21일은 영하 1.2도까지 떨어져 갑작스러운 추위가 변수로 작용했다. 반면 서울의 24일 최고기온은 20도를 넘겼다. 25~26일에는 전국적으로 봄비가 예보돼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구로지역에서 시간당 80㎜의 극한 호우가 내리는 동안 같은 서울 안에서 강수량이 10㎜에 그친 곳도 있었다”며 “날씨 차이가 세분화되고 변화무쌍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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