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표의 힘

두부가게 사장님 “민생은 여야 정쟁 도구 아냐···자영업자부터 살려야”

노도현 기자
김진철씨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자신의 두부가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김진철씨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자신의 두부가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반 모는 안 파나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27년째 두부가게를 운영 중인 김진철씨(58)는 부쩍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2500원짜리 두부 한 모, 2000원짜리 순두부 한 봉 구매를 주저하는 손님들이 많다는 얘기다. 다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시민을 위한 ‘일꾼’을 자처했던 국회의원들은 민생을 제쳐둔 채 편가르기에 열중할 뿐이다.

지난 4일 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민생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여야가 민생 문제는 정쟁하지 말자, 당장 서민들을 살려내자고 마음 먹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은 동네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이름난 시장이지만, 몇몇 먹거리 가게를 제외하면 사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씨는 “물가가 너무 오르다 보니까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며 “자영업자가 돈을 못 버니까 먹는 거, 입는 거 줄일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도미노 현상처럼 소비 위축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도, 외환위기 때보다도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상황이 좋아지리라는 기대감은 꺾인지 오래다. 대유행 시기 받았던 대출 상환 시기가 도래하고 수도요금, 전기요금,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오르면서다. 김씨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이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전통시장 근처 곳곳에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내놓은 대책인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넘어선 긴급 경제 부흥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인을 대표해 서울시의원(비례대표)을 지냈고, 현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을 맡아 여러 분야의 자영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21대 국회가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에 매몰돼 실질적으로 민생 입법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선거철에만 전통시장을 찾아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정치인이 아니라 항상 서민의 삶을 살피는 정치인이 더 많이 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내 자리에서 세상을 바꿀 방법이 투표”라고 말했다.

김씨는 새 국회가 이전 국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장치를 확실히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문제는 상인과 마트 노동자 입장에서 파급효과를 면밀히 따져 재고하고, 플랫폼 갑질로부터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씨는 “지금의 국회는 너무 극단화됐다”며 “새 국회는 나를 찍어준 사람도 국민이고, 나를 안 찍어준 사람도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국민 화합을 위한 정책을 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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