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0인 시민합창단 ‘세월의 울림’ 전한다

정희완 기자

세월호 10주기 맞아…‘가만히 있으라’ 등 6곡 메들리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한 시민이 악보를 살펴보고 있다. 정희완 기자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한 시민이 악보를 살펴보고 있다. 정희완 기자

[주간경향]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160인 시민합창단’이 꾸려졌다. 합창단은 오는 4월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10주기 기억식에서 무대에 오른다. 합창의 제목은 <세월의 울림>이다.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가 깃든 6곡(약 12분)을 메들리로 엮었다.

곡의 순서와 노랫말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관통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한 사건과 감정, 정서가 함축돼 있다. <세월의 울림>은 침몰하는 세월호 선내에서 방송된 ‘가만히 있으라’로 시작한다. 그리움과 아픔을 표현한 ‘네버엔딩 스토리’와 ‘화인(火印)’, 진상규명의 의지를 다지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로 이어진다. ‘잊지 않을게’로 기억을 약속하고, 연대의 뜻을 담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로 마무리한다.

■이제 4월은 옛날의 4월이 아니다

본 공연에 앞서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2차 전체 사전연습이 진행됐다(1차 연습은 지난 3월 31일 진행).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손에 악보를 든 채 지휘자 박미리씨(48)의 말에 집중했다. 박씨는 이번 합창을 총괄하는 연출감독을 맡았다. 2015년부터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으로 구성된 ‘416합창단’의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호흡을 다 써서 부른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호흡이 짧아지면 짧아지는 대로, 그렇게 표현을 하면 훨씬 아름다워요. 호흡을 이었다가 빼고, 이렇게 하면 밀고당기는 느낌이 있어요. 다시 해보겠습니다.” 노랫소리가 강당을 꽉 채웠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4성부 합창이다. 박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통 허밍은 둥글게 감싸주고 위로하면서 안아주는 느낌을 주고 싶을 때 들어갑니다. 세게 ‘아~’ 할 필요가 없어요. 테너가 허밍을 너무 세게 하면 소프라노 소리를 잡아먹게 됩니다. 소리를 내되 질감을 다르게 하면 됩니다.”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을 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을 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10주기 기억식 현장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는 시민은 706명이다. 무대 맨 앞에 서는 416합창단 소속 33명도 포함한다. 지난해 9주기 때 구성된 시민합창단 304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이에 따라 중앙무대에 더해 양쪽에 날개 모양으로 추가 무대를 설치해 합창단이 약 2000개의 객석을 에워싸는 구조가 된다. 나머지 시민들은 영상을 통해 참여한다. 노래, 수어, 악기연주, 율동 등을 촬영해 주최 측에 사전에 제출하면, 이를 기억식 현장에서 화면에 띄우는 방식이다.

<세월의 울림>의 첫 번째 곡은 ‘가만히 있으라’이다. 가수 이승환씨가 작사·작곡해 2015년에 발표한 노래이다. 참사 당시 세월호가 기우는 상황에서 선내에 방송된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을 담아 참사의 참혹함과 어른들의 책임을 표현했다. 참사 사망자 304명 가운데 250명이 단원고 학생들이다. 공연은 현재 단원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영상을 통해 이 곡을 부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현장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이어받는다. 연습 중에 박미리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악보에 쉼표 보이시죠? 여기서 확 줄어들어야 해요. 그래야 가사 전달이 잘됩니다. 마지막에 반주가 다 빠지고 ‘가만히 있으라’ 목소리만 남게 됩니다. 객석에서 보면 조용하게 들릴 거예요. 그 울림을 상상하고 부르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곡은 그룹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이다. 멜로디와 가사에 짙은 그리움이 배 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이라는 후렴구로 유명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노래를 통해 목소리를 낸 첫 번째 곡이라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참사 발생 이후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단식과 행진, 삭발 등을 했다. 2014년 12월 유가족들은 연대해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 곡을 불렀다고 한다. 2015년에는 뮤직비디오가 제작되기도 했다.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지휘자 박미리씨가 시민들에게 곡을 설명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지휘자 박미리씨가 시민들에게 곡을 설명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세 번째로 ‘화인’이 이어진다. 도종환 시인의 추모시에 가수 백자씨가 멜로디를 입혔다. 화인의 사전적 의미는 ‘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궈 찍는 도장’이다. 가슴속에 새겨진, 평생 지울 수 없는 비통함을 그린 곡이다. 가사처럼 유가족들에게 4월은 더 이상 어느 따뜻한 봄날의 4월이 아닐 것이다. 2015년 참사 500일 추모제 때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불렀다. 당시는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이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네 번째로 들어간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 때 많이 울려 퍼진 노래다. 민중음악가 윤민석씨가 만들었다. 다른 곡에 비해 멜로디가 경쾌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등 노랫말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향한 의지가 담겼다. 합창에서는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곡을 시작한다. 박미리씨는 “세월호 이야기를 노래를 통해 아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나눌 수 있다는 건 세월호 부모님들의 10년간 싸움의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은 행동이 큰 울림으로

이날 합창연습에는 416합창단 소속 유가족 7명도 함께했다. 단장인 최순화씨(고 이창현 학생 어머니)는 인사말을 통해 “4160인 합창을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래를 하게 될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고 막막했다”라며 “하지만 많은 분이 힘을 합하고 노력해서 곡이 완성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제목이 <세월의 울림>인데, 이 노래를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울림이 되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든 분에게 감동을 주는 큰 울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한 어린이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고 있다(사진 위).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홍기헌씨가 노랫말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한 어린이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고 있다(사진 위).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홍기헌씨가 노랫말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다섯 번째 곡은 기억하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담은 ‘잊지 않을게’다. 마찬가지로 윤민석씨가 작사·작곡했다. 세월호 추모곡 가운데 가장 많이 불린 노래다. 10주기 기억식 현장에서는 객석에 있는 시민들이 먼저 부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억식 프로그램 안내 소책자에 가사도 실을 예정이다. 시민들이 첼로와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는 영상도 함께 나온다.

마지막으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합창한다. 정희성 시인의 시에 멜로디를 얹은 곡이다. 연대를 통해 슬픔과 아픔을 나누고 치유로 나아간다는 뜻이 읽힌다. 국내 재난참사 유가족들은 지난해 12월 ‘재난참사피해자연대’를 공식 발족했다. 세월호를 비롯해 삼풍백화점, 씨랜드 화재, 인천 인현동 화재, 대구지하철, 가습기 살균제,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스텔라데이지호 등 8개 참사 유가족들이 참여했다. “우리가 겪은 참사를 누군가는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나아가고자 한다”는 게 연대체의 기본 정신이다.

시민들의 연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연습에 나온 수어 참가자 홍기헌씨(51)는 “10년 전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한 어르신이 오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알고 보니 단원고 학생의 외할머니였다. 가짜뉴스나 악성 댓글이 많은데 이 서명운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작은 행동도 피해 유족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돼 이번 합창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에 거주하는 박성수씨(54)는 아내, 자녀 2명과 함께 왔다. 박씨 부부는 “10주기에는 추모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합창단을 신청했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 집에서 연습을 하지 못했다. 반주를 듣기만 해도 울컥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하니 제대로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청소년 20여 명은 지난 4월 9일부터 자전거로 안산까지 이동한 뒤 합창에 합류한다.

이번 합창은 연습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3월 연습기간 동안 32개 단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주최 측에서 강사를 파견했다. 여기에 유가족들도 동행했다.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에서 합창 실무를 담당하는 진수경씨는 “유가족은 시민에게 힘을 받고, 시민은 유가족에게 힘을 주는 자리였다”라며 “시민합창단은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많은 시민이 모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주기가 끝이 아니라 생명이 존중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최순화씨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지난 4월 6일 경기 안산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4160인 시민합창’ 전체연습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최순화씨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10주기 이후에도…

최순화씨는 이날 연습이 끝난 이후 주간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첫 곡인 ‘가만히 있으라’를 언급했다. “가만히 있으라가 없었다면 이렇게 참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또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압력이 지금도 있다는 게 속상하고 화도 납니다.”

최씨는 10주기를 계기로 많은 행사가 개최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다만 10주기 이후의 시간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10주기로 세월호 참사가 끝났다고 생각할까 봐서요. 4월만이 아니라 다른 때에도 4월처럼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잖아요. 참사가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연구하고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씨가 말을 이어갔다. “세월호와 관련해 여전히 숙제가 많이 남아 있잖아요. 이런 숙제를 푸는 게 또 우리 부모들의 숙제입니다. 10주기 이후 내년, 후년에도 운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죠.”

이번 시민합창은 10주기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또 하나의 기록이자 기억의 매개로 남을 듯하다.

4160인 시민합창단 ‘세월의 울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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