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어머니 팔순잔치서 노래·요리”···사회복지시설은 ‘시설장 왕국’

조해람 기자

소규모에 시설장 권력 강해 괴롭힘 ‘심각’

“시설은 시설장의 왕국···집단적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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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사회복지시설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 이사장이 운영하는 교회에 십일조도 내야 하고, 연말 후원의날 행사 때도 돈을 낸다. A씨뿐 아니라 직원들 모두 이런 강요를 당했다. A씨는 “권유에 못 이겨 눈치 보며 기부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시설 직원들은 ‘사적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은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재활용센터에서 일해야 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행사에 동원된다. 직원들은 이사장 노모의 팔순잔치에도 동원돼 요리와 노래, 설거지와 청소를 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심각한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복지시설은 대부분 규모가 작아서 갑질에 더 취약하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2022~2023년 신원이 확인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e메일 제보 48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원장 등)’인 경우가 62.5%에 달했다고 17일 밝혔다. 가해자가 ‘상사’라는 응답은 25.0% 정도였다. 이 단체가 지난 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가해자가 ‘사용자’라는 응답이 17.0%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제보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게 괴롭힘 행위 유형(복수응답)을 물은 결과, ‘괴롭힘·성희롱’이 6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징계·해고’가 22.9%, ‘임금’이 18.8% 순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규모가 작고 사용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 대부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사용자를 제어할 노조가 거의 없고, 복지사업을 위탁한 자치단체도 갑질과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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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동복지시설 직원은 “원장이 ‘지금 아동이 30명 이하가 돼서 티오(TO)가 없지만 봐주고 있는 거다. 언제든지 자를 수 있으니 까불지 말라’고 한다”며 “입사 당시 정규직으로 채용됐는데 저런 이유로 저를 해고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한 사단법인 소속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직원은 “법인에서 시설장의 동의도 없이 시설을 휴관·폐관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며 “법인 대표이사의 폭행, 급여 상납요구 등 갑질이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지자체에서는 비영리법인이라서 관여하기가 애매하고 힘들다고 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새로 출범하는 ‘온라인노조’에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가입을 받기 시작했고, 법률상담·언론제보·감독요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장은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이사장이나 시설장의 왕국처럼 운영되는 곳이 많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다가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노동자들도 상대적으로 많다”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1호 업종으로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모임’을 만들어 운영 중이며, 사회복지시설 직장갑질 신고센터를 설치했으니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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