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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 외면한 마약중독 치료,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졌다

김송이·유경선 기자

마약재활센터 경기 ‘다르크’ 해체로 짚어본 회복 치료의 현실

공공이 외면한 마약중독 치료,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졌다

국내 최대 시설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 스스로 목숨 끊으며 폐쇄
회복 꿈꾸던 입소자들 다 흩어져
“벌써 3~4명은 재발했다는데…”

일본은 전역서 95곳 운영 ‘안착’
한국 도입 12년…기피시설 취급
센터장 1인 ‘폐쇄적’ 운영 문제
“시설 철학·시스템 등 강화해야”

공공 운영하는 재활시설 부재
민간 시설서는 시행착오 반복
지역사회 안착 못하는 ‘악순환’
국가·지자체 등이 적극 나서도
입지 찾기·인력 확보 등 ‘난항’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너무 걱정되고 눈에 밟혀요. 벌써 3~4명은 재발했다는데….”

경기도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가 공중분해됐다. 마약 중독 회복의 대명사로 통하던 재활기관이었지만 센터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한 달 만에 무너져버렸다.

회복을 꿈꾸며 함께 생활하던 입소자 15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마약에 다시 손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급한 대로 다른 병원이나 회복공동체에 들어가거나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엄격한 규칙 아래 공동체 생활을 해도 재발하기 쉬운 게 마약 중독 증상이다.

경기도 다르크가 분해된 이후 입소자들의 삶은 숱한 경고에도 우리 사회가 마약 중독자 재활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갈수록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정작 재활을 희망하는 마약 투약자들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이다. 특히 공공의 책임과 역할이 너무 소극적이고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마약 투약자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의료적 접근과 회복·상담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약물 해독이나 정신과 진료 등 의료적 치료는 인천참사랑병원에, 공동 주거시설 생활을 통한 회복 치료는 경기도 다르크에 일임되다시피 했다. 두 곳 모두 과부하가 걸려있었는데 경기도 다르크가 사라지며 회복·상담 치료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졌다. 경기도 다르크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마약 중독 회복치료의 현실을 짚어봤다.

공든 탑, 한 달 만에 무너지다

경기도 다르크는 회복을 꿈꾸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마약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렵다. 약을 끊는 시도에 수없이 실패하고 무너지기를 거듭하다 경기도 다르크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입소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수도권 마약 중독자들이 갈 곳은 경기도 다르크가 사실상 유일했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이던 고 임상현 목사는 마약 중독 회복 분야 대표 전문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토론회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임 전 센터장 자신이 40년간 마약 중독에 빠져 있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중독을 극복한 회복자였다.

경기도 다르크에서 문제가 터진 건 지난 2월 초부터였다. 남양주시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터를 옮긴 지 6개월 만이었다. 양주로 둥지를 옮긴 경기도 다르크에서 센터장의 부적절한 행위가 다수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입소자들마다 생활비를 내는 간격이 다르다거나 후원금 관리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센터장이 입소자들에게 강압적 용어를 사용하거나 폭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센터장이 입소자를 성추행했다는 의심도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약을 끊는 것이 절실한 입소자들은 경기도 다르크가 아니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센터장 1인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센터장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고, 공동체 운영에 문제가 있거나 입소자가 불만을 느껴도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경기도 다르크에서 생활하던 A씨(29)는 “(센터장에게) ‘너희들 아니어도 들어올 사람 많다’거나 ‘다르크 나가면 너희는 100% 재발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입소자 B씨(38)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니 센터장이 입소자들을 따로 불러 ‘상호 감시’를 시켰다”고 말했다.

언론에 의혹이 보도되고 나서 이틀 뒤인 지난달 1일 센터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화재사였다.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센터장과 오랜 세월 부대끼며 지내온 입소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상처를 안겼다. 1인 체제로 운영되던 곳이다 보니 센터장 사망 이후 기관이 존속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경기도 다르크는 그렇게 한 달 만에 공중분해됐다.

한국에서 연달아 무너진 다르크

다르크는 일본의 마약 중독자 재활공동체가 원조이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 원장이 2012년 일본 다르크와 협약을 맺고 국내 다르크 도입에 앞장섰다. 같은 해 서울에 다르크가 처음 문을 열었다. 이어 인천·경기·경남 김해·대구 등에도 다르크가 생겼다.

일본 다르크는 마약 중독 회복 효과를 인정받아 공공의 지원을 받는다. 지역사회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해 일본 전역에서 95곳이 운영되고 있다. 마약 중독자 시설이라며 지역주민으로부터 기피 대상으로 취급받는 한국과 대비된다.

다르크는 국내 도입 후 12년이 지나도록 확산은커녕 실패를 거듭하며 쪼그라들었다. 경기도 다르크는 2019년 문을 열었다. 경기도 다르크는 여성 중독자일수록 재활·치료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에 착안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난해부터 여성 다르크 운영도 시작했다. 여성 다르크는 결국 1년도 운영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게 됐다.

경기도 다르크가 무너지기 전 서울 다르크가 먼저 문을 닫았다. 서울 다르크 역시 센터장이 마약 중독을 극복한 회복자였는데 자살하면서 센터가 문을 닫았다. 당시 센터장은 서울시 지원금을 기반으로 시설을 운영했는데, 홀로 회복자 관리부터 행정·회계 업무를 도맡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다르크처럼 1인 체제로 운영되다 사달이 난 것이다. 인천 다르크는 센터장이 마약 중독 회복 상담사로 일하면서 내담자들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폭로돼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수도권 소재 다르크 3곳 중 2곳이 문을 닫았다. 다르크를 마지막 동아줄로 붙잡으려던 마약 중독자들은 시설 해체 이후 갈 곳 없이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 다르크에서 생활한 C씨는 “해체 이후 아무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다르크가 우리의 회복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다르크 사태에 관해 조성남 전 원장은 “다르크 자체는 문제가 없다. 운영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서 “일본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생겼다 망했다 하며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렇게 된 것”이라며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인 운영 체제 다르크 실패는 예견된 일”

마약 회복·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들은 다르크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다르크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마약 중독 재활·회복시설이 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한 다르크들은 회복 당사자가 센터장을 맡고 있었고, 외부에서 감사 등 점검을 받을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였으며, 센터장 1인 체제로 운영됐다는 특징이 있다. 마약 중독자 치료에 20년 넘게 투신한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일본 다르크도 일하는 스태프가 여러 명이고 체계가 잡혀 있는데, 한국에서는 제일 크다는 경기도 다르크도 센터장 한 명이 운영하던 구조”라고 말했다.

천 원장은 미국의 마약 중독 재활 프로그램인 피닉스하우스 사례도 들었다. 그는 “피닉스하우스는 역사가 40~50년이고, 엄격한 시스템과 치료 공동체라는 학문 영역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치료 공동체나 재활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철학과 지식, 체계와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천 원장은 “중독자들을 모아 대충 생활하면서 일상생활이나 교육·훈련을 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가장 무섭고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도 재활공동체가 단단한 기초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관장은 “운영 철학과 기준, 구성원 참여 보장, 피드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중독 회복’이라는 목표 외에도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명확히 세우고, 센터장 한 명이 권력을 휘두르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입소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며, 외부에서 기관 운영에 관해 들여다보고 검증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 뒤늦은 진입은 ‘첩첩산중’

공공이 외면한 마약중독 치료,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졌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이 마약 중독 치료·재활 영역을 민간에만 떠넘겨왔다는 점이다. 공공이 빠진 빈자리를 다르크 같은 민간 기관이 전담해왔고, 여기서 문제가 생기니 재활 전문 시설이 아예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다.

국가·지자체 등 공공이 운영하는 재활시설의 부재는 이를 ‘기피시설’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과 상호작용한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니 민간 시설에서 문제가 반복되고, 재활시설 기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지역사회에 안착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식이다.

경기도 다르크도 지난해 6월 남양주시로부터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양주로 급하게 시설을 옮겨야 했다. 정신재활시설로 정식 등록하기 전에 운영을 시작한 것이 문제라는 취지다. 당시 센터장은 “운영 개시 후 시설등록을 한 건 맞지만 담당 공무원과 소통하며 진행했다”면서 인근 학교 학부모들의 집중적인 민원 제기가 남양주시가 제재에 나선 실질적인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는 인프라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0.5단계(중독예방), 1단계(외래치료), 4단계(입원전문 병원치료) 시설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르크 같은 공동생활시설은 2단계(개방형 기숙시설 치료)나 3단계(주거시설 또는 개방병동 치료)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투자했어야 하는데 민간에 의존해왔다”며 “중독 문제에 사회적 낙인이 심하니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국가는 개입을 망설였다”고 진단했다. 다르크의 실패에 대해서도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민간이 움직였고,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더욱 심하게 겪었다”고 말했다.

공공이 마약 치료·재활 사업에 뛰어들려 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님비’(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극심한 데다 인력 확보도 쉽지 않아서다. 먼저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이나 수도권일수록 수요가 많아도 적절한 입지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개원을 목표로 마약 중독 치료·입원·교육·연구를 ‘원스톱’으로 하는 ‘서울시 마약관리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시립병원 중 한 곳에 조성될 예정으로 예산 35억3540만원이 편성됐다. 4단계에 해당하는 치료시설이 없던 서울시는 인천에 있는 인천참사랑병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서울시는 2·3단계에 해당하는 공동생활시설 운영도 검토했지만 여러 제약에 가로막혀 일단 치료시설부터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소일이 다가오지만 인력 확보가 문제다. 마약 관련 전문의 자체가 귀한 데다 마약 치료 전문성까지 갖춘 인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약 치료에 특화된 간호사, 상담가 등을 구하기도 여의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무부 치료감호소가 과포화일 정도로 치료수요가 적체돼 있다”며 “치료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고 실형을 살게 되면 더 큰 마약사범이 돼서 나오기 일쑤라 ‘마약 사범을 무서워서 못 잡는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정부가 마약사범에 대해 처벌 위주로만 접근한다는 비판을 받자 지난해부터 치료와 재활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일부 마약 투약사범을 기소유예하는 제도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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