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삼성전자 엔지니어 산재인정 불복해 이례적 상고

조해람 기자

2심까지 간 끝에 사망 8년 만 산재 인정

공단, 이례적 상고···유족 “가슴이 덜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한수빈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한수빈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엔지니어의 산재를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공단이 삼성전자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 산재 인정에 불복하며 상고한 것은 처음이다. 노동계와 유족 측은 “공단이 유족의 고통을 외면한다”며 규탄했다.

26일 공단과 노동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설명을 종합하면, 공단은 삼성전자 엔지니어 장모씨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이라고 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장씨는 2001~2015년 삼성전자에서 TV 소프트웨어 개발, 불량검사, 고온테스트 업무 등을 해 왔다. 장씨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백혈병을 얻어 2015년 3월 숨졌다. 장씨 배우자는 2016년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2018년 5월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산재 불승인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도 장씨의 사망이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씨는 사망 8년이 지나서야 2심에서 산재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0일 장씨 배우자가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장씨의 사망이 산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처음 역학조사를 진행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의 조사가 잘못됐다고 봤다. 산보연은 장씨가 장기간 노출됐던 포름알데히드와 극저주파자기장이 백혈병과 연관이 적고, 현장 측정 결과 노출수준도 낮다고 조사했다. 재판부는 “노출수준이 높을수록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됐다”며 “단 한차례 이뤄진 측정 결과가 14년간 근무한 망인의 누적 노출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단이 이에 불복해 지난 3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자 장씨 유족 측은 반발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 투쟁은 숱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지만, 공단이 고등법원의 패소 판결에 불복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유족들이 또 다시 기약 없는 법정 싸움을 벌이게 한 공단의 판결 불복을 규탄한다”고 했다.

장씨 배우자는 “상고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주저앉았다. 8년이라는 긴 싸움 끝에 또 다시 시작된 불확실성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며 “공단은 자신들이 일터에서 아프고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공단 관계자는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포름알데히드의 노출농도가 기준에 비해 매우 낮았다”며 “극저주파 전자기장은 상병 유의성에 대한 연구결과의 일관성이 결여됐고, (노출 정도가) 노출기준에 비해 낮은 점 등을 고려해 상고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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