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고 범죄를 막은 라이더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의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지점을 건드린 기사를 좋아해요. 독자님은 일주일에 몇 끼를 배달 음식으로 드시나요? 야식을 합하면 열손가락이 부족한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여름에 창문을 열고 지내다 보면 10분이 멀다하고 배달 오토바이가 부릉부릉 대며 지나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종종 배달 라이더를 성토하는 글을 볼 수 있어요. '오토바이 소음이 너무 크다', '너무 빨리 달려 위험하다'부터 심지어 '헬맷을 쓰고 다니니 무섭다'까지. 솔직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려고 하는지 신호를 어기고 달리는 라이더들을 저도 많이 봤거든요. 하지만 끼니를 때우려고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라이더들은 동네를 드나들 수밖에 없어요. 이제 라이더는 경비아저씨, 놀이터 할머니, 편의점 알바생, 카페 사장님,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동네에 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강은 기자는 그런 라이더들이 동네에서 한 특별한 일에 주목한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는 약 2분 분량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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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2월 소방청이 선정한 '119 의인상'의 주인공은 배달 라이더 38세 전성배씨였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을 보고 신고, 구조 활동을 한 점이 인정받았다. ☑️ 배달 라이더들은 종종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거나 범죄자 검거를 돕는다. 이른 새벽~늦은 밤 사이에 배달을 하다보니 각종 사건·사고를 목격한다. ☑️ 배달 라이더들이 모인 '단톡방'이 소식통이 된다. 사건·사고 목격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촉각을 더욱 세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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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빅 히어로’ 라이더들 2023. 2. 6. 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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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전성배씨(왼쪽)와 은석준씨.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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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빠진 시민 구한 전성배씨 전성배씨(38)는 배달 라이더다. 매일 8시간씩, 주 6일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린다. 지난해 7월 그는 사람을 구했다. 출근 전 서울 성수동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갔을 때였다. 저 멀리 강 속으로 젊은 여성이 빨려들어가는 게 보였다.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시신도 못 찾으면 안 되는데’ ‘괜히 들어갔다 최악엔….’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신고하고 불과 3분, 그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전씨는 지난 2일 소방청이 선정한 ‘119 의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전씨는 “저는 배달 라이더인데…”라는 말로 수상 소감의 운을 뗐다고 했다. “라이더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지만 우리도 주변에 도움을 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전씨는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이 세상에 워낙 많은데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될지 고민이 많이 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씨의 말처럼 배달 라이더들은 종종 위험에 빠진 시민의 생명을 구하거나 경찰이 범죄자를 검거하도록 돕는다. 새벽 이른 시간부터 밤 늦게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곳곳을 다니다 보면 여러 사건·사고의 최초 목격자가 되는 일이 많다. 전씨는 “라이더들은 기동성이 뛰어나서 일종의 ‘순찰대’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폭우로 고립된 반지하 주민 구출한 은석준씨 지난 8월 폭우 피해 당시 신림동에서 반지하 주민을 구한 은석준씨(26)도 전씨와 함께 ‘9명의 의인’에 이름을 올린 배달 라이더다. 오후 11시,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할 즈음 반지하에 사람이 갇혔다는 얘기를 듣고 주택 복도로 헤엄쳐 들어갔다. ‘가장 끝 방’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한 은씨는 밖으로 나가 이웃들과 함께 창을 깨고 20대 남성을 구출했다. 은씨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일을 하다 보면 교통사고나 음주운전 현장을 수없이 보게 된다”고 했다. 2020년 10월엔 영등포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행인이 차에 깔리는 사고가 나자 주변 사람들과 함께 차량을 들어올린 적도 있다. 신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경찰로부터 수배차량 번호를 전달받아 메모해 놓는 습관도 생겼다. 은씨는 “많을 때는 절도범 수배차량 번호 3~4개가 오토바이 앞단에 붙어 있다”며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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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지현수씨(왼쪽)와 조용호씨.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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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음주운전차량 도주 막은 지현수씨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는 차량이 보이면 ‘도로 위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2021년 6월 한밤중 배달을 하던 지현수씨(38)는 광진경찰서 인근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역주행해 달아나던 차량을 발견했다. 쫓아가보니 창문 너머로 술 냄새가 풍겼다. 운전자는 ‘네가 뭔데 그러냐’고 했지만, 지씨는 “더 큰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경찰이 올 때까지 도주를 막았다. 라이더끼리의 활발한 소통도 적극적인 신고를 돕는 요인이다. 배달 기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할 일이 적지만 하루종일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통해 근황을 묻고 답한다. 사건·사고 목격담은 물론 신고 후기까지 실시간 공유되니 세상 물정에 밝아진다. 이상한 조짐이 보일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스레 직접 신고하게 된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경찰에 신고한 조용호씨 경기 남부 지역에서 배달 일을 한다는 조용호씨(49)는 2022년 6월 틈틈이 겹벌이를 하러 일당 25만원짜리 심부름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신고한 적이 있다. 조씨는 “가명을 쓰라고 하거나 고객에게 먼저 알은체하지 말라고 하는 등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곧장 근처 112치안센터로 갔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 신고로 경찰로부터 감사패와 신고 포상금도 받았다. 누군가는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비하하는 멸칭)’라 부르며 무시하지만 이들은 배달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전성배씨는 “사람들에게 욕이나 반말을 들으면 모멸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도 “‘콜’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틈틈이 타인을 도울 여지가 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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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기사를 읽고 언젠가 꾸역꾸역 읽은 벽돌책 한 권이 떠올랐어요. 현대 도시의 문제를 탐구한 작가 제인 제이콥스가 쓴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1961)에는 '거리의 눈'이란 개념이 나옵니다. 당대 미국인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를 추구하면서 카페, 술집, 상점을 집 주변에서 몰아내고 싶어 했어요. 얼굴 모르는 외지인이 그런 가게를 드나들며 동네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하지만 제인 제이콥스는 그런 가게가 거리의 눈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네마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손님을 기다리며 거리를 주시하는 가게 주인들이 또한 동네를 감시한다는 점에 주목한 거예요. 제인 제이콥스는 실제로 어른에게 성적으로 위협 당할 뻔한 아이를 지킨 일 등을 수집해 책에 담았습니다. 하다못해 '도어맨(doorman·상점 문을 열고 안내하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그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봤어요. 우리 도시에도 거리의 눈이 결핍된 동네들이 있습니다. 아마 사람 대신 CCTV나 비상벨이 거리의 눈 역할을 수행하는 곳들이 많을 거고요. 요즘엔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원자들로 꾸린 순찰대를 운영하며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예비군으로 구성한 순찰대, 반려견을 동반하는 순찰대, 그리고 실제로 라이더들로 운영하는 순찰대도 있다고 합니다. 강은 기자는 지난해 12월, 한파 속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을 취재하다가 이번에 의인상을 탄 전성배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해요. 두달 뒤 전씨가 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앗, 전에 봤던 분인데?"하며 먼저 연락해 이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오늘 독자님께 음식을 배달한 라이더도 어디에선가 거리의 눈을 부릅뜰지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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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기다려, 이리와. '반려견 순찰대'에 들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험과목입니다. 반려견이 이 명령어를 몇번 잘 따르면 합격한다고 해요. 지난해 어느 봄날 서울의 한 공원에서 열린 반려견 순찰대 선발대회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날 응시한 반려견 대부분이 입양된 유기견이란 점이 특이하네요. 동네를 지키는 눈이 될 반려견과 반려인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혹시 '맥도날드 할머니'를 아시나요? 10여년 전,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살다시피 한 어느 노인의 사연이 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24시간 문을 열고 누구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패스트푸드점과 카페는 노숙인들의 휴식처가 되곤 합니다. 미국 스타벅스는 이 점에 착안해 매장에 사회복지 활동가를 들였다고 해요. 이 또한 '거리의 눈'을 활용한 좋은 예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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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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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쫑이님은 "시위를 할 때는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전장연이 과응 대응을 한다고 여겼습니다"라며 "하지만 이번에 전장연이 기다려 온 시간, 정부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한 횟수를 추가 변수로 고려해봤습니다"라고 쓰셨어요. 그리고 "그 결과, 저 역시 전장연과 함께 개개인이 존중 받고 소중한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닉네임을 남기지 않은 의견 중에도 "레터를 통해 시위가 계속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되어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어쩌다 지하철까지 타게 되었는지 긴 시간 속의 맥락을 알게 되었다" 등이 있었어요.
📝 점선면이 생각을 새롭게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니 기쁩니다. 독자님께서 '이슈를 입체적으로 다시 보자'는 저희 취지에 공감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고요. 지난 1년간의 전장연 기사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저희 역시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적지 않았어요.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에도 변화가 있었고요. 나름 이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간을 들여 이슈를 다시 보는 경험은 또 새로웠습니다. 앞으로도 이 새로운 경험을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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