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은 선관위원장이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해 사무총장 등 고위직의 자녀가 경력직에 채용되는 사달이 났다고 봅니다. 현재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데, 휘하 사무총장 등 간부진은 선관위에서 오래 일한 전·현직 직원들이거든요. '외부인'인 위원장이 조직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퇴직한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전임'으로 맡는 대안까지 언급했다고 해요. 조직 내부의 채용 의혹 제기→조직의 고질적 문제 지적→조직 쇄신이라는 처방. 모두 순리대로 가는 듯 보이지만,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아무래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선관위를 흔들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① 2019년 1~2월에는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을 놓고 당시 여야가 충돌했었어요. 조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로, 야당(미래통합당)은 약 1년 뒤인 2020년 4월 총선 관리 중립성을 의심했습니다. ② 2020년 7~8월에는 야당(미래통합당)이 당시 권순일 선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2021년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죠. 역시 선거를 의식한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③ 2021년 11월에는 야당(국민의힘)이 문상부 전 선관위 사무총장을 선관위원으로 추천했는데,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어요. 사례 ①에서 문제가 된 조해주 위원과 다른 게 뭘까요? 이번엔 당시 여당(민주당)이 반대했습니다. 이렇게 여야는 선관위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걸핏하면 공정성 시비를 제기했습니다. 일부 극단세력이 아직도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데, 정치권의 '선관위 흔들기'는 여기에 아무 책임이 없을까요? 이중근 논설고문은 예전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금 선관위의 중립성을 제고하려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임위원이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의심받는 것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대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임명하는 것도 대안이다. 실제 5공화국 이전에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을 뽑아 보냈다. 선관위 사무총장이 바로 상임위원으로 가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사무총장이 상임위원으로 가려고 선관위 조직을 이용해 정치권에 봉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왕 선관위 조직을 손봐야겠다면, 이런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선거 제도의 신뢰가 달린 문제입니다. *선관위원은 모두 9명입니다. 대통령이 지명한 3명, 국회에서 선출한 3명, 대법원장이 추천한 3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한 명을 상임위원으로 선출해야 하는데, 관례적으로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 맡았습니다. 9명 위원 중 상임위원만 선관위에 상근하며 사무를 관장하기 때문에 다른 위원보다 선관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