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청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랑구 내에서 김씨와 같은 폐지수집 일을 하는 노인은 100여명가량으로 파악된다. 전국적으로는 약 6만6000명이 폐지수집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운반구는 일반 리어카부터 음료배달에 주로 쓰이는 카트, 유아차까지 다양하다.
여러 운반구들은 이들의 생계보조 도구인 동시에 나름의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리어카의 경우 무게만 50~70㎏에 달해 근골격에 무리를 주는 데다, 경사로 등에서 사고 위험성이 높다. 유아차나 음료용 카트의 경우 무게는 비교적 가볍지만 수집한 폐지가 쏟아지기 쉽고,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폐지 양이 적어 여러 번 왕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은 지난 8월부터 폐지수거 노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운반구 제작·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게나 안정성 등 기존 운반구의 단점을 보완하고 노인의 신체조건에 알맞은 운반구를 보급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70~80대 폐지수거 노인 8명이 건강진단·면담·현장실태조사 등 사전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에 참여한 노인들은 모두 회전근개 파열·척추협착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응답자 5명은 허리 통증을, 3명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김씨도 2006년쯤 폐지를 옮기다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적이 있다. 김씨는 "그때는 남편이 있어서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서도 "그때 척추를 다쳤는데 요즘도 일을 많이 하면 허리가 시큰거린다"고 했다.
민경두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폐지수집 노인들이 몸을 숙이고 무거운 것을 옮기는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허리, 척추, 어깨 등에 무리가 가게 된다"며 "대상자들의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과 직업 특성에 따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녹색병원 측은 개별 면담을 통해 신형 운반구 초안에 반영할 요소를 찾고 있다. 김씨는 면담에서 "보관이 쉬운 접이식 운반구가 필요하다"며 "이동 중 폐지가 떨어지는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른 면담자는 "폐지를 많이 쌓아두면 높이가 높아져 건널목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한데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다. 이밖에 '초인종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닐 등을 거치할 별도의 걸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면담과 현장 조사 내용을 종합해 신장에 따라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바퀴가 4개 달린 캠핑카 타입의 운반구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광등이나 브레이크 기능 설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