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관심 없는 정치인은 당선 안 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능한 선거 전략가가 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필승의 총선 전략을 짠다면 독자님은 무엇에 집중하시겠어요? 우리 국회는 다른 어떤 것보다 ' 게임의 룰'을 정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선거일 1년 전에 확정했어야 할 선거구를 41일 전에야 결정했어요. '룰'에 따라 1석이 왔다갔다, 유불리가 오락가락한다는 계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유불리, 답은 생각보다 쉬운 데 있는 것 같네요. '기후'에 진심인 것이 그 어떤 전략보다 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이거든요. 김기범 기자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나눈 5분 분량의 대담 기사를 소개합니다. 🧑🏻 독자님, 안녕하세요? 점선면팀에 새로 합류한 유경선 기자입니다. 소중한 구독자님들께 기쁜 마음으로 첫인사를 드립니다. 이 세상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는 독자님들과 즐겁게 주파수를 맞춰 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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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오른쪽)와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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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문제, 시민들에겐 '큰 이슈'인데 정치권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 정치권 의제가 대결 구도에 치우치느라 기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다.
- 기후 문제를 등한시하는 정치인은 당선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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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관심 없는 정치인은 당선 안 되는 분위기 돼야" 2024. 2. 26. 김기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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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서 기후 문제가 실종된 상태인 것이 너무 이상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정치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시민들의 기후위기 의식은 높아져 있지만 정치인들은 기후 문제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거나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경향신문에서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갖고 "기후정치를 말하는 이들이 조금 더 많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기후정치를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발을 붙일 곳이 없게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시민사회와 학계·예술계 등이 발표한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에 이름을 올린 최 교수와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가 시민들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기후위기가 미래 세대를 위해 정치인들이 가장 천착해야 하는 분야라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 최 교수는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개미 전문가다. 2013~2016년 국립생태원장을 맡기도 했다. 강연·저술 활동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 등을 지냈으며 기후위기 대응과 쓰레기 문제 해결 등 환경 의제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번 총선에서 인천 중·강화·옹진에 출마하고자 출사표를 냈다.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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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날인 지난해 6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청년들이 탄소 감축 책임을 짊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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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이엔 '큰 이슈'인 기후, 우리 정치에선 실종 💻 한국의 기후정치 현실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최재천 석좌교수(이하 최재천) = 제가 구독자가 60만명이 넘는(26일 현재 68만9000명), 나름 파워 유튜버인데요, 처음에 유튜브에서 기후 얘기는 인기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동안 올린 동영상 중에 어느 수준 이상 조회수가 꾸준히 나오는 건 기후였습니다. 그만큼 시민들 사이에선 기후가 큰 이슈라는 건데, 실제 우리 정치에서는 완벽하게 상실돼 있죠. 이게 정말 이해가 안 되어서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하 이동학) = 모든 분야에서 기후를 우선순위에 두고 사고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표피적으로만 다루고 있어요. 절박함을 가진 이들이 의회로 더 들어가야 현실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당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다 보니 의제 설정이 대결구도에 치우치는 측면이 있고, 이 과정에서 다른 문제들은 후순위화되는 것 같습니다. 기후나 초고령화 등 지속 가능성 의제에 천착하는 정치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 기후정치와 관련해 현실에서 느낀 한계들이 있나요. 이동학 = 민주당 내에서 기후정치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선거 공보물, 벽보, 명함 등을 재생용지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가 좌절된 일이 있습니다. 살펴보니까 선거 때마다 사용되는 종이를 얻으려면 나무 15만그루를 베어야 하더라고요. 이게 선거법 사안으로 묶여 있다 보니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설명했어요. 그런데 의원들이 법안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현실적으로 우선순위화되지는 못했어요. 법안은 계류돼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에서 기후를 다룬다는 건 우선순위로 올린다는 것인데, 기후위기가 절박하고 심각한 문제임에도 현실 정치에선 상대방에 대한 공격 같은 부분들이 훨씬 더 앞에 우선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재천 =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후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헌법 개정 운동을 벌였어요. 헌법 1조에 '대한민국 국민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닌다'라는 내용을 넣자는 것이었는데, 제가 초안한 내용이기도 해서 매진했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죠. 대선 때 제 유튜브 채널에서 여러 대선 후보를 모셔서 대화를 나눴는데, 당시 윤석열 대통령만 안 오셔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이동학 = 정치의 역할은 미래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의 시야는 자기 임기 4년만이 아니라 30년을 내다봐야 하는 것이죠. 공간적으로도 자기 지역구만이 아니라, 정치인의 시야는 시도의원이 됐든, 국회의원이 됐든 지구 전체를 쳐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념이 바로 기후정치에서 발현돼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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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자연사박물관 주최 ‘올해의 야생 사진상’ 2023년 수상작 ‘얼음 침대(Ice Bed)’. 런던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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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적으로 현재의 교육과 정치 현실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학 = 제가 한 중학교에 강연을 갔을 때 한 학생이 '왜 학교에서는 미래에 대해 안 가르쳐 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이미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다양한 수치들을 통해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해진 미래, 보여지는 미래가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것조차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최재천 = 학생이 그런 질문을 한 것만 봐도 기성세대가 기후위기에 대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자기들 미래에 기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고 있어요. 저는 기후 문제를 등한시하는 정치인은 모름지기 기본이 안 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이 후보님처럼 기후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몇 분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뿐 아니라 기후 의제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고,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이들이 정치권에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 그럼에도 기후정치에 있어 희망적으로 보이는 변화들이 있나요. 이동학 =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난 20일 해수면 상승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로,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의 미래가 물에 잠기게 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저에게는 그런 것들이 힘이 되고 있어요. 새우잡이 어업 현장을 가면, 어민들이 새우 반 쓰레기 반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바로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현업에 있으신 분들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호응을 하시는 거죠. 최재천 = 시민들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데,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코로나19 사태였습니다. 코로나19 때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말했던 표현 중 하나가 ‘자연의 역습’이었지요. 자연이 역습을 기획할 수 있는 두뇌가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사실 전혀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저는 이 표현을 굳이 수정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나마 그렇게라도 생각해주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기후 문제 때문에 코로나19도 생긴 거라고 얘기하는 분위기를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시민들이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좀 잘해줬더라면 기후 문제에 있어 굉장히 다른 사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게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동학 =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상상의 영역과 예측 가능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측이 가능한 게 이를테면 초고령화 같은 것인데 그해에 몇명의 아이가 태어났는지를 보면 20년 뒤, 40년 뒤, 60년 뒤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가 이미 예측됐던 과거에 미리부터 대처해 왔다면 노인빈곤율이 40%에 달하고 고독사, 노인 자살, 폐지노인, 노인 돌봄 공백 등이 노인 이미지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노인 지옥 같은 말까지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기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는데도 정치가 대처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그 고통은 결국 국민들이 맞게 됩니다.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기후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최재천 = 저는 우리 사회가 '집단적 현명함'에 따른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집단적 현명함은 제가 만든 표현인데, 우리 사회에서 뭔가 하나 이슈가 나오면 가짜뉴스도 나오고, 아주 시끄러운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면 뜻밖에 많은 분들이 핵심을 이해하고, 제대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들이 많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접종에 동참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문제에 있어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국민이 됐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은 기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이 몇명 안 되지만 어느 순간 빠르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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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 표가 됩니다. 혜안 있는 정치 전략가라면 이번 총선, 1석의 유불리를 다투는 '게임의 룰'보다 '기후'에 집중하지 않았을까요? 전체 유권자 3명 중 1명은 '기후 유권자'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어요. 기후 유권자란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인지하고 있고, 기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위기 의제를 중심에 두고 투표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유권자'를 뜻합니다. 기후 문제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꼭 잡아야 한다는 '중도층' 혹은 '캐스팅 보터'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모자람이 없는 의제인 거예요. 선거구니, 공천 룰이니 하는 것보다 기후 얘기에 반응할 유권자들이죠. 각 정당별 기후 공약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기후·환경 분야 인사를 1호 영입인재로 모셨어요. 하지만 기후 정치인이라고 불릴 만한 후보를 다 모아도 10명 안팎 수준으로, 모두 당선된다 해도 국회의 3.3%(300석 중 10석)를 구성하는 데 그칠 거예요. 기후 문제, 정치권 밖에서는 주연인데 왜 정치권에서는 아직 조연에 그치고 있을까요? 정치부 기자로 국회에서 보냈던 1년여의 시간을 돌이키며 그 이유를 짐작해 봅니다. 국회의원들은 기후 문제를 피부로 느낄 시간이 너무 적어요. 입법 활동 외에도 각종 지역구·단체 행사에 얼굴을 비추고 다니느라 24시간이 모자란 것이 한국 국회의원의 특징입니다. 너무 바쁜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도어 투 도어'로 차를 타고 다녀요. 국회 경내에서 걸어다니는 정치인을 보는 것은 그다지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정치부 문광호 기자는 어느 추운 겨울날 국회에서 한 유력 정치인을 만나 악수를 나눴는데 "손이 참 따뜻했다"고 회상했어요. 아무래도 한겨울에도 손이 차가워지기 힘든, 항온·항습의 환경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서울에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우가 쏟아졌던 2022년 8월, 피해가 유독 컸던 동작구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던 한 정치인의 입도 떠오릅니다. 기후가 얼마나 더 성난 얼굴을 해야 우리 정치가 열일 제치고 이 문제를 이야기할까요? 정치가 기후 문제를 고민하는 데 더 늦지 않을 수 있게, 현명한 유권자가 되겠다고 다시금 다짐합니다. 유경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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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겨우 통과한 지난달 29일 이후, 21대 국회에는 어떤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남게 됐을까요? 이 법안들은 22대 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문광호 기자가 짚어봐야 할 법안들을 정리했습니다. |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 일본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물가 지표도 회복세입니다. 하지만 초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는 여전합니다. 임지선 기자가 시사점을 짚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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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적인 용서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어요. 용서를 한다고 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날이 올까요?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통쾌감이 들까요? 어려운 문제예요." (소현님) 📬 "아이 둘을 키우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이야기가 'A가 사과하면, B는 괜찮다고 말해야지'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A가 사과하더라도 네가 기분이 아직 풀리지 않았으면 굳이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라고 이야기했고, 시간이 지나자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사과-용서의 '조건반사'가 폭력적으로 강요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nogada님) 📝 "지난 점선면Lite < 🍎이만하면 됐다는 말>을 읽고 많은 독자님이 사과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 주셨어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보니 사과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괜찮다'고 답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실은 괜찮지 않을 때도 그랬습니다. 제가 사과했을 때 '미안하지만 아직 네 사과를 받아줄 준비가 안 됐어'라고 말한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그 친구를 보고 저래도 되는구나, 저게 더 건강하구나 하고 배웠어요. nogada님의 자녀는 저보다 더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방법을 알고, 누군가 타인을 용서하지 않아도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점선면팀은 항상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점선면팀에게 남기고 싶은 말, 다른 독자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답변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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