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재밌게 일합시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니 버터바도 팔던데, 오늘은 없나 보죠?" 얼마 전 제주시의 어느 카페에 들렀을 때 이렇게 물었는데, 직원이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듯해 재빨리 그냥 아메리카노 한 잔만 달라고 했어요. 주문할 때 받은 느낌이 좀 낯설었는데, 생각해보니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3500원입니다" 같은 말이 없더군요. '알바 첫날인가? 사장님이 참 답답하겠네'라고 생각하다가 그 카페의 직원이 모두 발달장애인이란 걸 알아차렸습니다. 급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대답을 좀 기다려야 했나 봐요. 오늘은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농장 '푸르메소셜팜' 이야기를 전합니다. 장애인의 일과 직업, 그리고 농업이 장애인을 만나 새롭게 열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요. 오늘 레터에서는 기사 원문 중 푸르메소셜팜 현장 취재기가 담긴 부분만 소개합니다. 푸르메소셜팜 등 사회적농장의 기원과 제도에 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님은 원문을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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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4일 경기도 여주시 푸르메소셜팜에서 한 직원이 방울토마토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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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메소셜팜은 발달장애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기업, 지자체, 시민 기부자가 함께 만든 농장이다.
- 장애직원들은 농사를 통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돌보는 주체라는 걸 깨달으면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 목표는 독립이다. 동료의 자립을 보고 자극받아 '돈을 벌어서 집을 사겠다',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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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선 느려도 괜찮아요" 2024. 3. 9. 주영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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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일하면서 자신감도, 자존감도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려는 의지나 집중력,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이 아들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소원은 흔히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라고 한다. 그만큼 자기가 죽은 이후 남게 될 자녀의 삶에 불안감이 크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조명숙씨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드디어 안전하고, 아이도 즐거워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서다. 경기도 여주시 오학동에 있는 푸르메소셜팜이다. 이곳에 안착하기까지 아들의 일자리를 찾는 일은 정말 순탄치 않았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은 1년 만에 코로나19로 문을 닫거나, 위험한 작업환경 탓에 오래 일하지 못했어요. 아무리 지적장애라고 해도 신체는 멀쩡하니 힘쓰는 일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회사 40곳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연락 한 통 받지 못했죠. 할 수 있는 일과 상관없이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제외되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이곳에선 누구나 잘한다고 칭찬해주지, 긴장할 만한 상황이 없어서 좋아요. 학교 다닐 때 놀림 안 당하고, 안 맞아본 아이들이 없어서 친구는 두려운 대상,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요. 그런데 이곳에선 정말 끈끈한 관계는 아니어도 한 공간에 있으면서 막 웃고 떠들고, 즐겁게 일해요. 세상에서 제일 원하는 게 친구인데, 여기선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죠." 푸르메소셜팜은 발달장애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서 푸르메재단과 기업체, 지자체, 공기업, 기부 시민이 힘을 합쳐 만든 사회적농장이다. 스마트팜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데, 장애직원들은 자기가 기른 토마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돌보는 주체라는 걸 깨달으면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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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4일 푸르메소셜팜에서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포장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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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소셜팜은 올해로 정식 개원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이상훈·장춘순 부부가 기부한 부지에 유리온실과 가공시설, 베이커리 카페와 문화교육센터가 들어섰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직원은 수확팀, 가공팀, 카페·베이커리부 등 총 54명이다. 2020년 15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목표치였던 60명을 거의 채웠다. 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자리라는 소문이 나면서 울산과 대구 등 먼 지역에서도 찾아왔다. 조명숙씨도 구미에서 올라와 이곳에 정착해 근로지원인으로 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푸르메소셜팜의 온실에서는 토마토 줄기가 1m 이상 솟아 있었다. 길게 줄지어 있는 배양토 사이로 양쪽에 파이프가 깔려 있었다. 작업용 리프트가 이 파이프를 타고 이동하는데 겨울에는 온수가 돌아 난방 기능도 겸한다. 스마트팜은 보통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이는데 이곳에선 그렇게 줄일 수 있는 비용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든다. 임규형 푸르메소셜팜 재배팀장은 "초반엔 직원들이 겹순이 아니라 꽃이 올라가는 줄기를 따는 경우가 많아 계속 지도를 했고, 리프트도 위에 올라가면 흔들거려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잘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직원 채용 과정에서는 겹순을 배운 대로 잘 떼내는지, 리트프 위에서의 작업이나 수분을 위해 키우는 벌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눈여겨본다. 임 팀장은 "팀별로 테스트가 있다. 가공팀은 무게를 잴 수 있는지를 기본으로 보고,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은 어질러진 물건을 치우고, 빨래를 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여기서 합격점을 받으면 3주간 장애인고용공단의 훈련 프로그램을 거친 후 채용한다. 합격률은 절반 정도다. 장애직원들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4시간 근무한다. 한 달에 100만원 조금 넘게 받는다. 많지는 않지만 최저임금 이상이며,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장점이 크다. 온실 옆 가공실에선 방울토마토를 세척하고, 무게를 달아 포장하는 일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장애직원 김종익씨(25)는 일이 "재미있고, 신난다"고 했다. 김씨가 처음 일한 곳은 카페였는데, 여기가 더 일하기 좋고 편하다고 했다. 일이 끝나면 "엄마에게 라면을 끓여주려고" 요리 수업을 듣고, 동료들과 탁구를 한다. 지화정 푸르메재단 과장은 "이젠 장애직원이 웬만한 비장애인 직원과 비교해도 숙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일하면서 수다 떠는 재미도 알아서, 일이 끝나면 같이 프로그램도 듣고, 노는데 그런 것에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푸르메소셜팜은 SK하이닉스와 여주시, 지역난방공사가 함께하는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 달리 이곳에선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표준사업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장애인고용의무를 지분에 따라 이행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SK하이닉스는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이미 넘어섰지만 푸르메소셜팜 건립을 위한 건축비 50억원을 기부하고, 생산품도 거의 전량 직원 판매용으로 구매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농장 운영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다. 임 팀장은 "생산량을 농가 평균 수준까지 올리는 게 올해 목표다. 지난해에도 생산량은 괜찮았지만, 가격이 낮았을 때 출하된 경우가 많아서 올해는 가격이 높은 여름철 수확량을 늘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발달장애로 묶여 있지만 장애인별로 특징이 다르다. 지적장애여도 말은 잘하는데, 막상 몸으로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폐성장애는 사회성이 낮고, 혼잣말을 자주 하거나 주변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 경향이 있다. 음악을 틀어놔야 일을 하거나, 일하기 전 농장 주변을 산책하는 등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비장애인은 이런 이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서 둘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는 근로지원인 제도가 있다. 이곳에도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4명이 함께 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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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4일 푸르메소셜팜 직원 이수연씨가 온실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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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씨는 아홉 살 때였던 2002년부터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살다 2년 전 푸르메소셜팜에 취업한 후 자립에 도전했다. 먼저 시설에서 나와 친구와 함께 자립생활 체험홈에 들어갔다. 이씨는 "처음엔 내가 자립할 수 있을까, 내가 자립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조금씩 떨어져 살면서 자립하고 싶다는 걸 느꼈고,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립홈 생활은 이제 2년을 넘었다. 자립 훈련 과정을 3년간 거치면 지자체의 자립생활정착금을 지원받아 독립할 수 있다. 곧 진짜 홀로 설 수 있는 순간을 맞는 것이다. 이씨는 "농장 일을 오래 하고 싶고, 일과 후엔 동물보호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자립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 '돈을 벌어서 땅을 사겠다', '집을 사겠다',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 김종익씨도 올해 1월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이렇게 독립된 삶을 택할 가능성이 열린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는 "장애인과 가족의 최종 목표는 독립생활이다. 내 월급으로 살고, 혼자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독립한다는 건 장애인을 돌보던 부모와 조부모 등 3대가 독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가 지역의 좋은 기업과 협업해 하나씩만 만들어도 정말 모범적인 일자리,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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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신난다." 저는 오늘 전한 기사 중 푸르메소셜팜의 장애직원 김종익씨가 한 이 말 한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의 일'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즐거움, 만족감, 성취욕 같은 정서를 '장애인의 일'을 대할 때도 똑같이 중시하는지 되돌아보게 했거든요. 유독 장애인에게만 일자리만으로 감지덕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영혼 없는 일터'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아닐까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는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푸르메소셜팜 기사를 쓴 주영재 기자에 따르면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관행은 여전히 강하다"고 해요. 전체 인구에서 장애인은 5.2%인데, 전체 노동자 중 장애인 노동자는 1.4%에 그칩니다. 법으로 정한 '양'조차 지키지 않는 사회에서 '질'까지 생각하기란 참 어렵겠죠. 푸르메소셜팜에서 장애인들은 돌봄의 대상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손수 토마토를 심고 기르고 거두면서 돌봄의 기쁨을 느꼈어요. 이 경험이 장애인들에게 어떤 특별한 감각을 줬는지는 일이 끝나면 동물보호단체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이수연씨의 이야기에서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반려인(혹은 동식물)을 두는 건 적잖은 애정과 관심을 꾸준히 쏟아야 하는 일,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이런 마음을 먹었을 때 어르신들에게서 흐뭇하게 "어유, 이제 다 컸네"라는 말을 듣곤 했죠. 김종익씨·이수연씨 같은 장애인들에게는 토마토 농장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었나 봅니다. 장애인이 참여하는 농업은 다른 가능성도 제시합니다. "누구나 와서 일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든다면 쇠퇴하는 농업도 강해지지 않을까?" 일본의 쿄마루엔 농장은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시간·비용 효율을 높이도록 공정을 고도로 발전시킨 제조업과 달리 농업에는 장애인·노인과도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에 맞게 시스템을 바꾸는 농업을 지향하면서, 농업과 복지가 결합한 '유니버설 농업'이란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농촌의 고령화·인구감소가 낳은 '지역소멸' 위기에 과연 유니버설 농업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쿄마루엔 농장 대표 스즈키 아츠시의 인터뷰도 읽어보세요. 허남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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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과가 '금값'이죠. 과일값 폭등 원인이 기후변화라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농장 대신 공장을 짓자'는 효율성 논리가 과일값을 올리는 구조적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방송인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하차,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는 KBS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무래도 지울 수 없는 찜찜함과 허탈함, 복길 <아무튼 예능> 작가와 함께 생각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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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을 향한 당위성 없는 마녀사냥. 엔터 업계는 이런 상황마다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 같더라고요. 누구도 두손 놓고 방관하는 SM을 지적하지 않고요. 각잡고 비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열독자님) 📬 "엔터사들이 말하는 '아티스트 보호'는 하나의 인격체를 보호한다는 느낌보다는 상품성을 보존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무라님) 📬 "K팝 산업이 '마음의 산업'이라고요? 프라이버시도, 자존심도 없고 돈에만 휘둘리는 산업으로 보이는 걸요." (미아님) 📝 "지난 점선면Lite < 🤔 뭐가 미안한데?>를 읽고 많은 독자님들이 K팝 산업과 아티스트 보호에 관한 생각을 남겨 주셨어요. 연예 기획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친밀성 노동'으로 아티스트를 내몰고 그 부작용은 모른 체하는 현실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가십성 소식이 주제로 선정됐다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한 독자님도 계셨어요. 귀중한 의견들 꼭꼭 눌러담아 더 깊고 알찬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점선면팀은 항상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점선면팀에게 남기고 싶은 말, 다른 독자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답변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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