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환경을 착취한다는 경고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전쟁 중에는 물론 회복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가자지구에서 첫 두 달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가장 기후위기에 취약한 20개국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60일간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28만1315t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석탄 15만t을 태울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쟁을 멈춰도 환경 파괴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전쟁으로 파괴된 10만여개의 건물을 재건하는 데 드는 탄소 배출은 최소 3천만t에 달할 것이며, 이는 뉴질랜드의 연간 CO₂ 배출량과 비슷한 배출량이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벤자민 네이마크는 "이번 연구는 스냅샷일 뿐"이라면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와 독성 오염 물질이 배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년 넘게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다르지 않다.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 포커스(Climate Focus)’에 따르면 전면전이 시작된 후 7개월간 1억t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됐으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산업화가 진행된 네덜란드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문제도 있다. 본래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녹색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삼림과 습지에 다양한 생태종을 품고 있었다. 올렉산드르 크라스놀루츠키이 우크라이나 환경부 차관은 러시아군이 자연보호구역 중 3분의 1 이상에 침투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국 비영리단체 갈등환경관측소 책임자인 더그 위어도 "환경은 전쟁의 소리 없는 희생자"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경각심은 커졌지만, 전쟁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압력으로 세계 각국의 군사 분야 온실 배출량은 투명성이 매우 낮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는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두 전쟁에 따른 환경적 재앙과 기후위기 등이 의제에 올랐지만, 군수 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발표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