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이 '남성'의 기준에 맞춰진 현실을 다룬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학교 급식실의 조리사들 작업복 이야깁니다.
위생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급식 종사자들은 몸을 꽁꽁 싸매는 것이 일상입니다. 위생복 상·하의부터 위생 장화, 고무장갑, 면장갑, 방수 토시, 방수 앞치마, 마스크, 위생모 등까지 착용하면 겉으로 보이는 건 눈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무장'한 작업복이 노동자들의 안전도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꽉 끼는 장갑을 착용하고 스파게티를 만들면 손이 다 익어요. 장갑이 ‘보호장비’라고 하는데, 저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장비는 아니라고 봐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조리실에서 일하는 도을순씨(58)의 설명입니다. 그는 스파게티를 조리했던 어느 날 참다못해 손 온도를 재봤다고 해요. “장갑 빼고 온도계를 한 번 잡아봤어요. 얼마까지 올라갔는지 아세요? 80도!”
손이 미끄러져 과도를 장화 위에 떨어뜨렸는데, 칼날에 장화 앞이 찢겨 발에서 피가 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급식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해는 '화상'입니다. 도씨의 팔꿈치에도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토시를 하면 물에 젖는 게 조금 덜하긴 한데, 몸을 보호하기에 안전한 장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음식 위생을 지키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진 작업복은, 정작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은 지켜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밥만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밥하는 아줌마, 이런 거 알고 들어왔잖아’ 같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에 폐암 이슈도 있잖아요. 현장 안이 이렇게 힘들다,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응하면 너무 늦잖아요. 급식조리사의 당부와 호소에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