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레터] 🍊저, 안 보고 싶었어요?

Season 4 🌊🏄‍♀️ Vol 1. 2024.03.22. ~ 2024.03.28.

우선, 나로 살기로 했다
엄마 성 따라도 하늘 안 무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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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로 살기로 했다

입주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달간의 휴재를 마치고 플랫 레터가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많이 기다리셨죠? 😜💓

인사부터 드릴게요. 저는 플랫팀에 새로 합류한 김정화라고 합니다. 🙇‍♀️ 유선희 기자의 뒤를 이어 플랫 레터와 다양한 기사로 입주자분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그동안 플랫팀에선 2024 세계 여성의 날 기획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답니다. 지난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보도한 '우선, 나로 살기로 했다'🧘‍♀️다들 읽으셨겠죠? (못 보신 분들은 링크 클릭!)

"마음이 맞는 사람과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어. 그런데 나는 내 일도 너무 좋아. 결혼하면 일을 포기하게 되진 않을까? 내가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최근 저의 큰 고민이기도 한데요. 플랫팀이 만난 2030 여성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규직 여성 노동자 6명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집단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일이 너무 재밌는데 결혼하면 현장을 떠날 것 같다."

"결혼은 결국 여성에게 족쇄라고 생각한다."

"부장님이 '1억원 주면 애 낳을 거냐'고 물었다.

10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아니오'다."

2030 여성이 '가정'이 아니라 '일'을 선택하는 경향은 이미 수치로도 드러났습니다. 여성 고용률은 2015년 처음으로 50%를 넘은 뒤 지난해 68%로 빠르게 늘고 있어요. 반대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에 낳은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급격히 추락해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죠.

그러니까, 지금 여성들의 생애계획에서 가정은 후순위라는 뜻입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선배 여성들을 보며 일과 가정을 모두 잡는 게 어렵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출산 후 경력단절'을 받아들이는 대신 '비혼, 무자녀'를 선택하는 이유죠. 스스로 기획한 삶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결혼, 출산은 ‘노동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건’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정부나 기업에선 이런 간절하고 절박한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 같아요. 수백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저출생 대책을 내놔도, 출산지원금을 1억원이나 준다고 해도 여성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입니다.

나의 일을 계속 해내기, 1인분의 삶을 유지하기,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일터 만들기. 이것부터 바꿔 나가야죠. 왜냐하면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우선, 나로 잘 살아남는 것이잖아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구영지씨(가명)의 얘기처럼요.

"결혼하고 권고사직당하고 돌고 돌아 고객센터에 왔어요. 그럼에도 이 일이 좋았고 제 성향에 맞았어요. 저는 정말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인생 처음으로 노조 일을 하면서 남편과 시가에 거리를 두는 ‘작은 싸움’을 하는 중이에요. 꼭 이기고 싶어요.”

이준헌 기자

🖐️잠깐! '방꾸' 안 한 사람 손🙋‍♀️

플랫팀은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와 함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바로바로 '플랫 아파트-자기만의 방'이에요. 온라인 공간에서 직접 자신의 공간을 꾸며보고, 여기엔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보자는 취지예요.

입주자님의 방이 궁금합니다.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당신의 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자기만의 방 꾸미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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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선임기자

📌 '엄마 성 빛내기'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냐면요

🧚 플랫은 지난해 12월부터 입주자 프로젝트로 '엄마 성 빛내기'를 진행하고 있죠. 참여자들이 드디어 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어머니 성을 쓰려는 40여명이 전국 법원에 성·본 변경을 청구했어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했죠.

“제 성씨를 바꾼다고 하면 아버지가 서운해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어머니의 존재를 드러내고,

이상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바꿀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특이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성 평등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 도와주세요.”

(프로젝트 참여자 김정현씨)

🧚 여러분이 입소문을 많이 내주신 덕분에(❗) 최종 신청자 무려 142명으로 집계됐어요.👏👏👏 그중 일부가 실제로 성·본 변경을 청구한 건데요. 앞으로 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AFP연합뉴스

📌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 중지 자유' 보장한 나라

🧚 프랑스 의회가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임신 중지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의 헌법 개헌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이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생겼어요. 👩‍⚖️👨‍⚖️ 임신 중지를 범죄가 아니라고 보거나 '재생산권'을 헌법으로 보호하는 국가들은 있지만, 헌법에 명문화한 건 전 세계에서 처음입니다.

🧚 특히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의결 정족수인 512명을 훌쩍 넘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점이 눈에 띕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이며, 누구도 여성의 몸을 대신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데서 의미가 큽니다. 💪

🧚 국내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참 크죠. 한국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폐지된 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습니다. ☠️ 국회에서 입법 개선이 되지 않아 2021년 법의 효력이 상실됐고, 임신 중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구체적 정보를 구하긴 어렵습니다.

연합뉴스

📌 그런데 한국은…12년 연속 '성평등 꼴찌'

🧚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직장 내 여성의 역할에 관한 수준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했는데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에서 29등. 12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 (위 그래프 참고) 유리천장 지수는 고등교육 수준, 노동 참여율, 성별 임금 격차,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데요. 한국의 교육 수준이나 인권 의식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는데, 여전히 일터는 여성들에게 혹독하다는 뜻이에요.

🧚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10명 중 4명은 같은 일을 해도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았다고 응답했고요,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도 성별에 따른 차별을 겪는 이들이 30%나 됐습니다.

🧚 한 기업은 승진 심사에서 남성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식으로 여성 직원을 차별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 성차별을 인정한 첫 사례였죠. 그런데 웬걸, 최근 이 기업이 중노위 명령을 받고도 문제를 제기한 여성 직원만 다시 승진에서 제외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저 일한 만큼만 대접받기, 여성에겐 언제쯤 가능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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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자궁, 얼마나 알고 계세요? 🤫

💬 입주자 여러분, 월경하시나요? 저는 월경통(생리통)이 심한 편이에요. 매달 월경 기간에는 배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 때문에 꼭 진통제를 챙겨 먹고요, 입맛이 뚝 떨어져 종일 밥을 굶기도 해요. '이걸 몇십년이나 더 해야 하지', '이놈의 자궁 뚝 떼어내 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 제일 억울한 건 이 일이 여전히 '혼자만의 고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10대에 초경을 한 뒤 20년 넘게 월경통이 있는데도 제대로 된 원인을 모릅니다. 생리대를 바꿔보고 병원에도 가봤는데요, 👨‍⚕️"원래 그럴 수 있다, 푹 쉬어라"고만 하더라고요. 여전히 우리는 자궁이 평소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 왜 종종 월경 날짜가 지연되고 부정출혈이 생기는지, 어떨 때 피의 농도와 색깔이 달라지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세상의 절반에 달하는 인구가 매달 겪는 일인데도요.

💬 <자궁 이야기>는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자궁에 대해 과학·역사·문화적으로 두루 살펴보는 책입니다. 저자 리어 해저드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조산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성·재생산 건강 활동가입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아기를 가질 준비를 하고, 아기를 잉태하고, 아기를 출산하고, 산후 회복 중이 아닐 때 자궁은 무엇을 할까?" 자궁을 생식 역할로만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질문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생식기'라는 사실 때문에 그 자체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다음 세대를 담는 그릇'으로 여겨졌죠.

💬 저는 이 책에서 자궁을 '꽉 쥔 주먹'✊에 비유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여성의 생식 기관은 '배 같은 자궁', '아몬드 크기의 난소'처럼 음식에 비유되곤 해요. 하지만 자궁은 근육입니다. 크기나 힘으로 봤을 때도 주먹에 빗대는 게 훨씬 정확하죠.

💬 수정 과정에서의 자궁은 역할은 또 어떤가요. 우리는 보통 가만히 있는 난자에 정자가 헤엄쳐 뚫고 들어오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책은 "자궁경부는 수동적인 그릇이기는커녕 가장 질 좋고 생존력 강한 정자를 저장했다가, 자궁 본체로 천천히 방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수정이 정자의 힘과 활력에만 의존하는 경주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른 장기들처럼 자궁 역시 역동적인 신체 기관이라는 거죠.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우리가 자궁, 그리고 여성의 신체를 얼마나 수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 이 책, 흥미가 생기시나요? 그렇다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주세요! 10명의 독자를 선정해 책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참여 기다릴게요!
👉신청하러가기 클릭🤓

※ 해당 도서 소개와 이벤트는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소정의 금액을 받고 진행했습니다.

📬 From. Flat 🕊️

입주자 여러분,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

저도 플랫의 애독자 중 한명으로 팀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매주 재미있게 읽던 레터를 직접 쓰려니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더라고요. 🤧 혹시나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는 이전에 스포트라이트부에서 기사를 썼어요. 지난해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기획을 하면서 남초 직군의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사이즈의 차별 문제를 다뤘고요. 최근엔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기획에서 살찐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플랫 레터에서도 소개해주셨죠! 👉지난 레터 읽기🍓'66100', I LOVE my Body )

저는 특히 여성 청소년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듬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유선희 기자가 입주자님들께 보내는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선희 기자는 사회부 법조팀으로 가서 법원을 취재하게 되었어요.

안녕하세요. 입주자분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유선흽니다.🖐 모두 잘 지내고 계셨는지요.🥹 잠깐의 공백 동안 변화가 있었어요. 부서 발령으로 제가 플랫을 떠나게 됐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렇게나마 인사할 수 있게 돼 감사하고 다행입니다. 플랫레터 우체통으로 입주자분들이 보내주시는 따수운 마음이 정말 큰 힘과 위로가 됐습니다. '계속 나아가면 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건 입주자분들 덕분입니다.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새로온 정화 기자님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요.🥰 저는 플랫이 계속 입주자분들과 즐겁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 함께하길 응원할게요. 마음은 가까이 있답니다^^ 쌀쌀한 봄날 모두 건강 유의하시구요. 또 만날 날 기다리며 저도 건강히 지내고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선희 기자의 인사를 끝으로 저도 첫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으로 알찬 콘텐츠 많이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