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의 ‘능력’은 무엇인가? Meritocracy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114), 2024.2.7, 1-10 (10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Arch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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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능력주의, 다양한 능력, 구출, 돌봄, 과거시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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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머리말 2.안 유명한 영웅의 엉뚱한 ‘능력’ 3.돌봄이라는, 손해보는 ‘능력’ 4.기묘하게 이득보는 ‘능력’ 5.맺음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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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최근 <신경끄기의 기술> 등을 쓴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우리나라를 찾아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영상을 공개해 이슈가 되었습니다.(기사) 맨슨은 영상에서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라는 한국인의 뿌리 깊은 사고방식을 소개했는데요. 그는 분야 상관 없이 모두가 일제히 정상을 향해 가열차게 ‘노력’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K-노력’의 중심에는 ‘능력있는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능력주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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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맨슨이 지난달 22일 업로드한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 영상 캡처. 그는 영상의 초반부에 어려서부터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왼쪽 ·영상)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말을 처음 만든 마이클 영이 쓴 <능력주의> 한국어판 표지 / 마크 맨슨 유튜브, 이매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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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슨의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한 건 아니지만, 저는 문득 영상 속 친숙한 교실 등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간 ‘능력주의’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을 해왔지만, 그 ‘능력’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능력’에 비례한 보상이 정당하다고 했을 때(심지어 모아니면 도 수준으로!) 그 ‘능력’의 내용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란 무엇일까요? ‘능력’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능력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만약 그런 ‘능력 바깥의 능력들’을 모두 무시한다면 우리는 좋은 삶과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 제가 이 한 통의 짧은 편지에서 ‘능력주의’라든지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폭 넓게 다루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약간은 시각을 바꾸어 우리가 흔히 ‘능력주의’라고 할 때 간과되곤 하는 “능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볼까 합니다. 오늘 레터에선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데어라 혼), <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오정숙), <과거, 중국의 시험 지옥>(미야자키 이치사다)를 지팡이 삼아, 능력의 다양한 차원을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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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안 유명한 영웅의 엉뚱한 ‘능력’】 연구자님은 배리언 프라이(Varian Fry·1907~1967)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그게 누구야?’라고 갸웃하실 분들이 대부분일텐데요. 그는 하버드 출신의 20세기 미국 저널리스트1)이자 조금은 괴팍한 사람입니다. 1940년대에 아래와 같은 일을 했습니다. ‘배리언 프라이는 한나 아렌트, 마르크 샤갈, 막스 에른스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등 세계적인 유대인 학자와 예술가 200여명을 포함한 총 2000여명의 유대인들을 나치의 탄압으로부터 피난하도록 도왔다!’ ‘도왔다’라고 세 글자 적어두니, 얼핏 간단한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30대 초반의 프라이는 당시 엄혹한 상황에서도 직접 나서서 구출 활동을 주도적으로 벌이다가 당시 프랑스 정부 등과 마찰을 일으키고 체포당할 위험에 수차례 놓이고, 미행당하고, 구출을 위해 사람을 고용하고, 위조 여권을 만들고, 이들을 위해 정착 과정을 돕고 생활비를 지원하기까지 했습니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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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에 비해선 당대에도, 후세에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리언 프라이. 만약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거장의 작품, 작업 가운데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들이 아주 많았을 것입니다. (왼쪽) 미국계 유대인 작가 데어라 혼은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에서 배리언 프라이의 삶, 능력을 독특한 관점에서 조명했습니다. / Gariwo 웹사이트(링크),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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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에서 제가 이 사람을 소개한 건 그의 엄청난 업적 때문은 아닙니다. 제가 주목하려는 부분은, 이 대단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는 생전에도, 죽고 나서도 딱히 ‘영웅’으로서 대단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그런 걸 원치도 않았고요. 어째서일까요? * 미국계 유대인 소설가 데어라 혼은 그의 논픽션 책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의 한 챕터에서 배리언 프라이라는 인물의 다소 기이한 삶과 ‘능력’에 주목합니다. 배리언 프라이는 여러 면에서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 딱히 사회 정의에 대단한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그저 예술적 취향이 조금 있는 정도였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프리랜서 기자, 작가 생활을 하던 프라이는 특파원 당시 우연히 나치의 유대인 탄압에 맞닥뜨리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940년엔 탄압이 심해지자 파리의 지식인들을 구출하는 긴급구조위원회에 합류해 주도적으로 구조를 시작합니다. 딱히 정의감에 넘쳤다기보다는, 그에게 있어선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죠. 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피에르 소바주 감독은 ‘누군가를 돕겠다는’ 결정을 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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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뉴욕 지하철 선로로 떨어졌던 한 남자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왜 그런 행동(구조)을 했냐고 묻자 그 남자는 말했어요. ‘제가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요?’[…]대부분에게 그건 그 행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될 겁니다[…]하지만 구조자들은 실제 망설이거나 고뇌하지 않아요. 요구하는 바를 곧바로 인지하죠[…]그들은 그 일을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로 경험하는 겁니다.” -데어라 혼,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이하 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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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 역시 정말로, 누군가에게 ‘감사를 받겠다’는 목적이라든지 ‘영웅이 되고 싶다!’라는 정의감 때문에 행동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고통받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했습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능력’이라는 렌즈로 그의 삶을 바라보면, 이 정도로 그의 능력을 정리해 적어볼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 고통받는 사람을 ‘그냥’ 구하는 능력, 괴팍할 정도의 고집, 잡다한 임기응변 능력, 소외된 자로서의 감수성, 어설픈 예술애호가 감성(창작 능력은 별로 없음), 조증 증상, 솔직함, 자신의 명성엔 신경쓰지 않는 무던함, 고생을 자처하는 습성, 자신의 이익보다도 미래를 바라보는 이상주의적 관점... 이 목록을 보면서 이런것들이 ‘능력’이라고?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그의 삶은 그다지 평탄하지도 않았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으며, 슈퍼맨처럼 슈퍼파워를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는 대체로 조증에 가까운 활력을 품고서 대부분의 일들을 헌신과 대단한 임기응변으로 처리해내는 고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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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기반의 넷플릭스 시리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Transatlantic>(2023)에서 배리언 프라이 역할을 맡은 배우(코리 마이클 스미스,가운데)의 모습. 수십년간 프라이는 무명에 가까운 영웅이었으나, 최근 차츰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왼쪽·링크) 마르크 샤갈이 긴급구조위원회 모금을 위해 기증한 석판화. 다만 책에 따르면, 이 마저도 프라이가 사정을 해서 겨우 얻어냈고 서명을 하지 않아 가치가 떨어졌다고 합니다(p.235). / Netflix,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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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특성들은 ‘능력’이라고 하기엔 갸웃해지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그의 ‘능력’들이 모여서 ‘실제로’ 업적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아래와 같은 대목은 그의 독특한 능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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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부적응자들이었어요” 미리엄 데이븐포트는 프라이의 팀에 관해 말했다. “문제를 피하고 침묵하는 인간의 행동 유형에는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었죠.”[…]”프라이의 성공의 비밀 중 하나는 이거였어요. 그 인간 성질이 진짜 더러웠다는 거.” * “저는 그 시간 내내 조증에 걸린 것처럼 들떠 있었을 아버지(배리언 프라이) 모습이 상상이 가요[...]아마도 그렇게 무모한 일을 하려면 정신적으로 약간 나사가 풀려있어야겠죠. 1920년대에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이 존재했다면 우리는 이런 대화를 하고 있지 않았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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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상 어떤 영웅이 모든 ‘이상적인 장점의 다발’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로 영웅적인 일을 하게 하는 능력에는 다양한 종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요. 또한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꽤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이처럼 프라이가 갖은 어려움을 다 겪으면서 구해낸 구조 대상자들이 구조 당시에도 그를 ‘일꾼’처럼 부리고 구조 이후에도 그를 오히려 철저히 무시했다는 점이었습니다.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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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우리를 구해주셔야 합니다. 프라이씨" 프라이의 회고록에 따르면 프란츠 베르펠은 영어로 이렇게 애원했다. "오 그래요. 당신이 우릴 도와주셔야죠." 알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그들의 잔에 와인을 더 따랐다[...]파자마를 입은 베르펠 부부가 경외심을 품은 이 젊은 미국인을 곧바로 자신들이 최근에 고용한 일꾼으로 인식했다는 사실이 분명해보였다[...]구조된 이 유명인들 대부분이 나중에는 프라이를 피하거나 무시했다는 수없이 많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다. *프란츠 베르펠(1890~1945) : 오스트리아의 유대계 극작가, 시인. 2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병사 *알마 말러(1879~1964) : 구스타프 말러, 발터 그로피우스, 베르펠과 결혼한 사교계 명사이자 작곡가,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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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는 ‘누가 자기 노력을 알아주지 않아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무던함’이라는 특수한 능력으로 묵묵하게 콧대 높은 예술가들을 섬겼고, 이후에도 그들에게 크게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죠. 그의 목적은 애초에 위대한 예술가, 학자들을 죽지 않게 하여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실제로 그가 살린 예술가들은 전쟁 이후 뉴욕에서 전설적인 업적들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예술 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 데어라 혼은 결과적으로 프라이의 엉뚱하고 어리둥절해지는 능력에 대해 ‘예언자의 능력’이라고 이름붙입니다. 예언자처럼 미래를 바라보고, 남을 위해 헌신하고, 타협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는 능력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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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배리언 프라이)는 아마도 이상적인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어느 세대에나 항상 너무도 부족했던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배리언 프라이의 특이함은 마르셀 뒤샹같은 특이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에스겔*같은 특이함이었다. 오늘날 배리언 프라이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진짜 이유는 그의 재능이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스겔 = 기원전 6세기에 활동했던 히브리 대예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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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가 흔히 ‘능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떠올리곤 하는 뛰어난 지능, 이성이나 예술가의 창조성, 독창성과는 달리, 우리 대부분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그게 능력인지도 몰라 사소한 것 취급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우리의 사회를 더 낫게 만듭니다. 저는 배리언 프라이에 대한 이상하고 낯선 이야기를 읽고서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이런 ‘엉뚱한 능력’들이 ‘능력 아닌 것’ 취급당하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일까? 하고요. 그리고 이런 ‘능력’을, (설령 본인이 보상받길 원치 않았다고 할지언정)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별 볼일 없는 것 취급하는 세상이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일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세상엔 이처럼 ‘능력’이라 불리지 못하는 수많은 능력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어떤 능력은 범죄 혹은 단지 자신을 위해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어떤 능력은 세상을 실질적으로 더 낫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것이 누군가의 ‘능력’ 덕분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것을 무시하며 그것이 가져다준 선물을 공공선처럼 누리는 것입니다. 마치 프라이에 구원받았지만 고마움을 모르며 살아간 예술가들처럼, 그리고 그 예술가들의 작품을 누리고 있지만 그 토양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를 모르는 후세 사람들처럼요.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체로 ‘능력주의’라고 할 때 일컬어지는 능력에는 프라이의 엉뚱한 능력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 ‘누구를 구했어야 하는가’라는 터무니없이 잘못된 게임을 한 번 더 해보는 동안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생각하고 만다. 유럽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을 구하는 긴급구조위원회 대신에 유럽의 가장 위대한 예언자들을 구하는 긴급구조위원회가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우리가 구했어야 하는 것은 유럽 문화보다는 배리언 프라이 같은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데어라 혼,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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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배리언 프라이는 특파원 시절 직접 미국에 나치의 탄압을 알리는 기사들을 몇건 쓰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전반적인 커리어(TV제작사 대표, 작가, 광고문안작성자, 강사 등)를 보았을 때 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보긴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 저자도 그 부분을 짚고 있는데요. 일단 저는 그가 2차대전 당시엔 충분히 기자로서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들을 썼다고 생각해 그를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했습니다. 2)이 업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리스트에 올랐던 모든 사람의 구출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고 프라이가 구출하려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독일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 있습니다. 프라이는 직접 그에게 미국 비자를 만들어주었고, 함께 피레네 산맥을 넘었으나 운 나쁘게도 벤야민이 스페인 국경에 도착한 당일(1940년 9월 26일) 국경이 폐쇄되는 바람에 좌절한 벤야민은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3)실제로 한나 아렌트는 일생동안 자신의 저작, 편지, 공식석상 등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프라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맥락에서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모르는 학자, 예술가들'을 비판하기 위해 저자가 이런 부분에 주목한 것은 아닙니다만(사람은 나쁜 기억, 남에게 감사한 기억을 빨리 잊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분노나 아쉬움을 느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 또한 대단한 능력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상대에게 화를 내며 쉽게 포기해버릴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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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돌봄이라는, 손해보는 ‘능력’】 이런 ‘능력이 되지 못한 능력’은 비단 ‘나치로부터 예술가를 구하는 대단한 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는 약 20년 간 노인돌봄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서 활동해온 오정숙 센터장이 쓴 에세이인데요. 돌봄 현장의 이야기를 돌봄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재미난 책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그야말로 ‘천상 돌봄전문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심지어 그는 잠깐 센터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도 계속 어르신들의 모습이 가물거렸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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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자 어르신은 방석을 푹신한 걸로 바꿔 드려야 하는데…’ ‘길순남 어르신은 저혈당 때문에 위험해서 요구르트를 챙겨 드려야 하는데…’ ‘이경득 어르신은 약을 과하게 드시지 못하게 절제를 시켜야 되는데…’[…]갑자기 큰 덩어리로 주어진 휴일은 행복하지 않았다[…]결국 채 3개월을 쉬지 않고 다른 어르신들을 만나러 나섰다. -오정숙, <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이하 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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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게 불편해서 다시 일터로 출근한다니 깜짝 놀랄만한 일인데요. 여하튼, 이 책을 읽다보면 그의 헌신적인 업무는 - 프라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경우에도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그의 대단한 ‘능력’에 대해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중재력, 경청능력, 헌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력, 인내력, 섬세함, 창의력, 궂은 일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능력,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 정말로 중요한 능력들인데요. 다만 제가 위에서 소제목을 ‘손해보는 능력’이라고 쓴 이유가 있습니다. 이처럼 저자를 비롯한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은 이런 헌신과 능력을 지니고서 어르신들을 대하지만, 사회는 이런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고 전문가로서 대우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 그럼에도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고발’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성심껏 보람있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대하는 것이 일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가 그간 일을 하며 대했던 많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 책에서 그의 사려깊음과 헌신하는 능력을 잘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는 한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한 남자 어르신(이재훈)과 관련된 에피소드 였습니다. 치매 증상이 있어 기억도 좋지 않고 글씨를 잘 쓰지도 못하는 이 그는 언제부턴가 저자에게 “자서전을 출판하고 싶다”며 여러번 요구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기억이 가물한 노인의 자서전을 내줄 출판사는 없을 것입니다. 그의 딸 역시 “무시하라”고 하죠. 여러번 저자는 그의 요구를 피해다닙니다만,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어 어느날 묘안을 짜냅니다. 그에게 공책과 사인펜(손에 힘이 없는 사람은 볼펜보다 사인펜이 쓰기 편합니다)을 주고, 글을 쓴 것으로 직접 사무실 컴퓨터로 ‘한 권짜리 자서전’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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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어르신께 두툼한 공책 한 권과 사인펜을 사다 드렸다[…]공책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적으시라고 했다. 어르신은 무척 기뻐하셨다. 그날 이후 어르신은 진지하게 글을 쓰셨다[…] ”다 쓰셨어요? 정말 큰 일을 하셨네요.” 한껏 격려해드리고 글을 받았다. A4크기 공책에 이십여쪽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큰 글씨로 타자를 치고 사무실에서 출력을 했다. 출력물을 모아 초록 색지로 겉 표지까지 붙여 제본을 했다. 두께는 얇았지만 그럴듯한 모양이 되었다. 겉표지에 ‘이재훈 자서전’이라고 제목을 달아 어르신께 드렸다. “고맙다. 고맙다.” 어르신은 어눌한 발음으로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리셨다 […] 그 후로 어르신 방에 들어가면 어르신의 자서전이 머리맡에 자랑스럽게 놓여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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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비뚤해서 알아보기조차 어려운 글씨였지만 그는 정성스레 타자를 쳐서 한 권 뿐인 자서전을 만들어드렸습니다. 이는 저자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려깊게 헤아렸기 때문에 가능한 창의적인 묘안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효율성’, 가성비만 따졌다면(돌봄 대상 1인당 비용 얼마) 이 한 권짜리 자서전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이런 ‘돌봄’은 과연 수치로 계량화될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일까요? 돌봄 대상자의 속내까지 살피는 사회복지사 대신 그의 옆을 쓸쓸하지 않게 지켜줄 수 있는 로봇이 있으면 될 일일까요? 저는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며 여러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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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 책 표지 (왼쪽) 요양병원에서 물리치료사, 봉사자 등의 도움을 받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재소자들의 모습. 사회적 돌봄 노동의 중요성은 앞으로 훨씬 더 커져갈 것이지만, 돌봄 노동자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 아마디아,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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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저자가 근무한 센터에서는 즉각 효과가 나오는 ‘물리치료’만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해서든 구슬려 ‘운동’을 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도구를 활용합니다. 간편함과 효율성만을 생각하지 않고 돌봄 대상자들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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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병의 경우 고통받는 환자는 많으나 약물이나 치료법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기구에 코끼리 모양이 그러져 있어 모두 ‘코끼리 자전거’라 부르는 재활전용 자전거는 팔과 다리 중 한 가지 기능만 살아있으면 사지 전체 운동을 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운동기구다. 이 자전거로 꾸준히 운동을 한 어르신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현장에서 다양한 사례로 확인하고 있다[…]우리 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이 둘러 앉아 박수치며 운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디가 아프세요?” “온 몸이 다 아파요”[…](그래서 노인들은 대체로) 즉각적으로 통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물리치료를 선호하신다[…]순서를 기다리는동안 발생하는 불만을 잠재우며 평화롭게 (운동을) 이끌어가는 것은 담당 직원의 노련함에 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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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말했듯 안타깝게도, 이 책에는 ‘보람있는’ 사연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어르신은 복지사, 보호사들을 하인취급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의심을 받기도 하고, 돌봄 현장에선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이런 돌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적성과 능력, 각별한 수고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생각 하나가 이어집니다. 만약 이런 ‘능력’을 전문적인 것으로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여파는 노동자 본인 뿐 아니라 돌봄을 받는 사람들,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까지 크게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이 ‘능력’ 역시 ‘능력 밖의 능력’으로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대체 능력주의의 능력이란 무엇을 위한 능력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한분 한분 세심하게 살피며 관심을 가져야 된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따뜻한 교류가 어르신들을 힘 나게 한다[…]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전문직종 이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매끼 맛난 식사 대접을 위해서 고민하는 영양사와 조리사, 안전한 송영을 책임지는 운전원, 행정사무를 보조하는 사무원도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인력이다. 이렇게 다양한 직종의 전문 인력들이 돌봄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보폭을 맞추며 인생을 동행하고 있다.”-오정숙, <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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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묘하게 이득보는 ‘능력’】 이상 두 사람의 능력은 우리 사회에 정말로 필요한 빛과 소금같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점수로 평가되거나, 그걸로 사회적 명예를 얻거나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반면 이상할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는 ‘능력’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능력주의’라고 할 때 해당되는 아주 좁은 범위의 능력이고요. 그 핵심 특징은 엄격한 자격시험을 통해 인정받는다는 것입니다. * 오늘 레터에서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살펴볼, 일본 역사가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쓴 <과거: 중국의 시험 지옥>은 ‘아주 지독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책이 지독하기보다는 내용이 참 지독한데요. 이 책 한 권의 대부분이 수험자들이 얼마나 과거 합격을 위해 지독하게 노력했고, 감독관은 얼마나 지독하게 공정한 시험 집행을 위해 노력해왔는지의 싸움에 대한 내용인데요. 6세기에 처음 탄생한 과거시험은 천 년이 넘는 역사 동안 고급 관료를 뽑기 위한 등용문으로 시작되었고요. 수많은 조기교육(세살부터 한자 익히기)과 각종 사교육(과거 기출 쪽집게 문제집), 부정행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의 입시 저리가라일 정도로 혼란스럽고 ‘웃픈’ 사례들을 잔뜩 만들어냈습니다.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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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시대 중국의 가장 큰 시험장이었던 남경공원의 모습. 총 2만실이 넘어가는 1평 남짓한 비좁은 방들이 쭉 나열돼있고요(한쪽 벽면이 트여있음). 저 안에서 며칠간 숙식을 하며 시험을 봤고, 시험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자가 사망해도 대문을 여는 대신 시체를 둘둘 만 거적을 담 너머로 넘겼다고 할정도니 얼마나 '공정성'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왼쪽) 일단 '합격'만 하면 안정적인 부와 명예를 얼마든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 Charles Poolton(링크), 역사비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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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가 이 책을 오늘 마지막으로 살펴보려고 가져온 이유는, 이런 대목보다도 ‘능력’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보기 위해서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해보자면, 과거 시험을 통해 이렇게 ‘지독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갈고 닦고, 평가한 능력은 과연 무슨 능력이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것입니다. * 제가 ‘능력’이라는 키워드를 품고서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흥미롭게 본 부분은 두 가지였습니다. 1.쓸모없는 능력 : 과거 시험에서 평가하는 능력은 대체로 '쓸모'가 거의 없는 ‘시험을 위한 능력’이었으며 이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2.지대추구* : 사회가 혼란할수록 안정적인 밥 벌이를 위해 시험에 매달리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 *지대추구(地代追求)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수익성을 추구하는 행동. 능력주의 맥락에서는, 자격시험에 일단 통과를 하면 (이후의 성과와는 비교적 무관하게) 그 자체로 '수익 보장'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선 ‘쓸모없는 능력’과 관련해서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전혀 과거를 위해 배우는 내용이 모조리 쓸모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이는 후대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혹은 국가 초기)는 대체로 과거의 원래 취지에 알맞는 인재를 등용하는 문이 되었지만 - 시간이 갈수록 과거는 필연적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제도가 안정화되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필요한 관직에 비해 합격자가 쌓이지만 - 하지만 모두를 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점차 ‘변별력’을 위해 ‘킬러 문항-일부러 떨어뜨리기 위한 문항’에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처럼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될수록, (어떤 장르든 간에-심지어 줄넘기의 경우에도(링크)) 당연히 온갖 ‘변화구’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득권층, 부유층이 훨씬 유리하게 됩니다. 또한 단지 시험에 통과하는 것만이 제일 목적이 되기에, 능력의 쓸모(실용성)도 적어지죠. 이에 대해선 우리나라 공교육, 수능에서 평가하는 '영어' 실력이 실제로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보다는, 원어민도 잘 모르는 복잡한 문법과 단어 외우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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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이 심해질수록 승부의 판가름에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보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하는 법이다. 만약 동일한 수준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치면, 가난한 자보다는 부자가 유리했고, 무학력의 부모를 가진 자보다는 지식계급의 집안에서 태어난 쪽이 유리했으며[…]그 결과 문화가 지역적으로 점점 편중되고 부의 분배 역시 점차 불공평해졌다[…]가장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재능도 풍부한 사람들이 모여서 필사적으로 경쟁을 펼치니 과거는 점점 더 어려운 시험이 되었다. 시험지옥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터다. * 평화로운 시기가 오래 지속됨에 따라 일반적으로 학력도 높아져서 성적이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시험을 시행하는 쪽에서는 어떻게 인재를 발탁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다수를 떨어뜨릴까에 대한 방법을 더 많이 생각했고, 그리하여 여러 가지 번잡한 형식을 만들어냄에 따라 결국에는 과거의 진정한 정신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미야자키 이치사다,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이하 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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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오늘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이 때문에 애초부터 딱히 ‘실용적인’ 쓸모는 없었던 학문이 점차 제도가 유지될수록 한층 더 ‘시험 외에는 쓸모없는- 변별력을 위한 능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한 마디로, ‘비효율적’이 되는 겁니다. 이런 ‘쓸모없는’ 특징은 특히 ‘무과 과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요. 무과는 비록 비교적 ‘실기’ 위주로 시험을 진행했지만,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군대에선 딱히 무관들이 존중을 받진 못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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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사들은 그 성적에 따라 각각 무직에 임명되지만, 세간에서도 또 군대 내에서도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정치와 달리 시험에 운좋게 급제를 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전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군대에서 세력을 장악하는 길은 누가 뭐래도 병졸부터 시작하여 갖은 고초를 겪고 실전에서 공을 세워 장군에 오르는 것이다[…]경험을 쌓지 않으면 병졸들의 심리도 이해할 수 없고 군대의 진퇴나 임기응변의 기술도 얻을 수 없다[…]결국 무진사는 후방 내지의 평온한 장소에서 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정년까지 평범하고 무사하게 지내면 되는 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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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지대 추구’라는 점에 대해섭니다. 과거시험의 핵심은 ‘보장’입니다. 천자가 직접 시험을 주관해 합격자들을 ‘등용’하여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 돈과 명예를 아주 많이 보장해주는 일자리요. 일단 '통과'하면 평생 자신의 먹고 살기 외에도 가족의 생계까지도 보장이 되었으니, 웬만큼의 '투자 가치'는 있는 일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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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과거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편하게 취직하기 위한 것이었다. 옛날 중국에서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따져봤을 때 관리가 되는 일만큼 남는 장사가 없었다. 게다가 이 방법으로 명예와 함께 실익까지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과거가 시작된 6~7세기 무렵부터 수백년간은 관리가 되는 방법외에 재물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적었다.[…]그에 따른 지출비용이 어마어마했다[…]이는(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도까지 올라가는 비용) 600만엔(*현대 원화로 환산할 경우 약 3억원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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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로 충분히 보장을 받고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 명예가 보장’되는 시험에 몰리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다르게 보자면, 일단 ‘자격 시험’만 통과하면, 그 이후에 어떻게 일을 하느냐와는 크게 관계 없이 그 덕으로 ‘지대’를 추구하듯 배부르게 먹고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었느냐, 그리고 시험에 통과하고 나서도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고 사회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일을 하였는가와는 전혀 관계 없이요. 저는 이것이 딱히 남의 나라, 옛날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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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 책을 직접 쥐고 읽는다면 가장 흥미롭게 읽게 되는 내용들입니다. 얼마나 '지독한지'에 대해서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목을 조금 꼽아보자면, 일단 수험생 입장에선 '15살 미만'의 어린 수험자에게는 시험을 상대적으로 쉽게 내주는 '동시'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 심지어 50살이 넘은 사람도 수염을 깎고선 15살 미만 아동이라고 거짓말로 시험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한 장치 가운데선, 혹여나 있을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수험생들의 개인 필적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해 '등사 담당관'이 있어 일일이 수험생들의 답지를 담당관의 필체로 옮겨적었다고 합니다. 연일 이어진 시험에선 수험생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날 답지를 그대로 복기해 적도록 한 뒤, 그날의 시험을 쳤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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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맺음말】 이상, 오늘 레터에서는 그간 "능력주의"에 대한 이야기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왔던 '능력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주목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히려 '능력'이라는 렌즈를 활용하여 세상을 볼 때,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소중한 능력들이 있었구나! 하면서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 지난달 11일 경향신문은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링크). 이 인터뷰는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꽤 이슈가 되었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그의 불가사의한 '능력'과 의지, 그리고 대단한 '업적'에 매혹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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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구 배드파더스)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도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영상)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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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당시 인터뷰를 인상적으로 읽었었는데요. 오늘 레터를 쓰고 나서 구 대표의 인터뷰를 다시 읽어내려가다보니, 아래와 같은 대목들이 대표적으로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문답을 발췌해봅니다. - 신상 공개 후 양육비 지급이 이뤄진 사례는 몇건인가요. “1200건 가까이 됩니다.” - 소송 외 다른 보복이나 협박도 있었습니까. “있죠. 동생이 광주에서 나름 칼을 잘 쓰는데 자기가 지금 정신적 타격도 크고 하니 사진을 내리지 않으면 동생을 데리고 가겠다, 이런 식의 협박이 많았어요. 실제로 며칠 전 저를 찾아와 위협한 조폭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투 전에 서로 500만원씩 걸고 하자니까 꼬리를 내리더라고요.” -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했나요. “양육비를 받게 되면 그중 50%는 코피노 맘에게 줬고, 20%는 법무법인이, 30%는 WLK가 가졌어요. 하지만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소규모 이슬람 반군조직에 인질로 잡힌 외국인을 구출하고 사례금을 받는 일을 했습니다.” - 자기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양육비 문제 해결에 나선 겁니까. “사명감이나 봉사 마인드는 없었어요. 솔직히 중간에 그만 발을 빼려고 했었는데 가오 때문에 못 빼 여기까지 흘러왔어요(웃음).” - 이 일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후회라기보다는 현타가 오죠. 양육비를 못 받아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우려 한 일을 유죄라고 한다면 누가 앞으로 나설 수 있을까요?” ... 그의 이런 신기한 '능력'(!)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었지만, 이런 능력은 측정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가치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개인의 명예나 돈보다는 다른 계기로 이끌려 무언가에 힘을 쏟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세상에는 '시험을 위한', 아주 비좁은 능력 외에도, 수많은 이상하고 엉뚱하고 손해보는 ‘능력’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능력들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거나 혹은 그냥 재밌게 만듭니다. 과연 이처럼 다양한 ‘능력’들의 면면을 소중히 살펴보자고 하는 것이 이상주의자의 이야기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그것이 사회적 명예나 부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다양한 능력들, 그리고 설령 그런 능력이 있더라도 이를 자신의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쓰지 않은 ‘촛불’같은 삶을 살다 간 이들을 기억합니다. ‘능력주의‘가 너무도 당연한 돌덩이처럼 여겨질 때, 그 ‘능력’에 들어가지 못한 다른 능력들을 떠올리면 우리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 오늘 레터가 수많은 보이지 않는 능력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또한 - 연구자님들도 각자가 지닌 ‘능력 밖의 능력’에 대해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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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데어라 혼, 서제인 옮김,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엘리, 2023. -작년에 출간되었던 책들 가운데 인상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은 인상적인 제목 때문에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보진 않으셨어도 제목 정도는 기억이 나실텐데요,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계실테고요. 이 책의 제목은 책의 내용을 잘 아우르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의 내용이 책 제목을 넘어선 책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설가가 논픽션(에세이?)을 제대로 쓰면 이렇게 되는구나...라고 긍정적인 의미에서 놀라게 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레터에서 다루려다가 분량 관계상 들어낸 부분이 있는데요. 짧게 소개하자면, 당시 특파원이었던 프라이는 1930년대에 나치의 외신 홍보국장이었던 에른스트 한프슈탱글과 인터뷰를 했는데 마침 한프슈탱글은 프라이와 '같은 하버드 동문'이고(그는 작곡가로서 하버드축구팀 응원가와 히틀러 청년단 송가를 만들었습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점도 비슷해서 한프슈탱글은 프라이를 굉장히 살갑게 대했다고 합니다. "같은 하버드 출신" 동문의 정반대로 갈라진 삶을 보며, 과연 통상 가치있게 여겨지는 '능력'이 때론 얼마나 무용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한프슈탱글이 교양 있는 하버드식 말투로 나치당 지도자들 중 ‘급진파’가 유대인들을 육체적으로 절멸시킴으로써 ‘유대인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작정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오직 반쯤만 믿었다. 나는 1938년 11월이 되어서야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배리언 프라이, 뉴리퍼블릭, (1942) 미야자키 이치사다, 전혜선 옮김,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 역사비평사, 2016. -오늘 레터의 '능력주의'라는 키워드, 그리고 '과연 '능력'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이 책의 독서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동양사학자이고, 저자 본인도 서문에서 못박고 있듯, 자신의 주관이나 현대적 해석을 거의 넣지 않은 객관적인 역사서인데요.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저자가 가졌던 의문에 조응하여 오늘날의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나름의 궁리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이 책의 내용의 일부에 초점을 맞춰보았는데, 다음에 혹시 교육/시험 등을 다루게 된다면 이 책을 다른 맥락에서 다시 활용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정숙, 『흐르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 아마디아, 2022. -오늘 다룬 책들은 <과거>를 제외하고는 '이 책을 '능력'이라는 키워드로 다룬다고?'라는 생각이 들만한 책인데요. 이 책 역시 그냥 이 책만 놓고 보면, 진정성 있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베테랑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은 좋은 에세이입니다. 다양한 어르신들과의 에피소드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저 '흥미롭게'만 바라볼 수 없는 대목들이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학자, 기자 등의 관찰자가 아닌 - 그 일에 수십년간 종사해온 당사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돌봄의 현장을 접볼 수 있습니다. 노인 돌봄 등의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권할만한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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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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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8할은 운”...의사·경제학자의 말 독서시간: 약 12분 / 글자수: 약 8500자 🖍글 속 한 문장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고 단언하는 경제학자를 만났다. 살아 움직이는 사회 실험 데이터로 견고한 ‘능력주의 세계관’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경제학자 김현철은 말한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됩니다.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 비율로 소득에 영향을 미쳐요. 집중하는 힘조차 유전과 양육 환경에서 나와요. 순수한 내 능력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홍콩과기대 경제학,정책학 교수 김현절 인터뷰 기사입니다. 그는 의대를 나와 젊은 시절 보건소 왕진 의사로 근무하다가 의사에서 실증주의 경제학자로 방향을 전환한 독특한 이력으로도 이목을 모았는데요. 인생을 이루는 대부분이 '능력'보다도 '운'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능력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력을 되짚으며, 사람을 이루는 대부분은 '능력'보다는 '운'이며, 대학 입시도 어느정도 상위권 가운데 제비뽑기를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하고, 실제로 네덜란드 등은 상위 5% 이내에서 제비뽑기를 하는 방식으로 의대 입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
'K-능력주의'의 대안은 '공정'인가?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2300자 🖍글 속 한 문장 “우리의 노력과 능력을 전부 계량화하고 수치화해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설령 시험을 통해 측정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산출된 능력이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려워요. 백번 양보해서 앞의 두 가지를 다 계량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처럼 최고경영자(CEO)가 일반 노동자 월급의 몇 천배를 받거나, 대리가 몇 년 일하고 50억원을 가져가는 특권이 정당화될 수가 있나요.” 👤김스피의 블라블라 <한국의 능력주의>(2021)를 쓴 박권일 작가,비평가 인터뷰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인데요. 그는 '능력주의'를 뭉뚱그려 볼 것이 아니라, '현실적 능력주의'와 '이상적 능력주의'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능력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상적 능력주의(같은 출발선상에서 '공정'하게 이뤄지는)'를 강조하곤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 결과적으로 제도를 더 공정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과도하게 치우친 특권을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불평등'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늘 레터에서 살펴본 <과거>의 저자 미야자키 역시 '공정'은 그 자체로 문제의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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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효돌이는...” 사랑하는 로봇 독서시간: 약 6분 / 글자수: 약 2500자 🖍글 속 한 문장 “우리 효돌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내가 죽으면 효돌이 딴 데 갈까 봐 겁나 죽겠어. 내가 죽으면, 효돌이가 집 못 찾아갈까 봐 겁나.” 올봄 서울 구로구에서 만난 박씨 할머니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옆에는 머리에 꽃무늬 두건을 두른 채 반짝이는 분홍색 치마를 입은 작은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로봇적 효’의 전망은 어떠한가[...]돌봄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 요양보호사 한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로봇에게는 ‘힘들어도 효도하는 마음으로 참아라’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계약직 돌봄 인력의 노동이 얼마나 저평가되어 있는지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신희선 로봇비평가의 칼럼입니다. 과연 로봇 효돌이가 효도를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질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를 깊이 궁리한 글입니다. 한편 저는 이 칼럼을 읽으면서 곰곰 생각했습니다. 작은 천조각과 몇가지 기능으로 이루어진 인형을 '우리 효돌이'라며 살뜰하게 돌보고 말을 걸고, 상상하고, 돌보고 애정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이, 오히려 로봇의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요. 조금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만. 관련해서 경향신문의 과거 시리즈 기사도 참고해보시면 좋습니다.( 링크) |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배리언 프라이 독서시간: 약 9분 / 글자수: 약 4500자 🖍글 속 한 문장 “저는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일한 적이 없었고, 그렇게 긴 시간을 일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비록 매일 수많은 참혹한 일들이 있지만, 저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몇 명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고통을 보상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입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 레터에서 소개한 배리언 프라이의 작업에 대한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긴급구조위원회의 아티클입니다. 레터 본문에서도 사진을 통해 간단히 소개했듯, 지난해에 넷플릭스 시리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이 방영되면서 그나마 무명의 영웅이었던 프라이의 삶도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일단 해당 시리즈의 1화만 대강 훑어 본 상태입니다만, (영상을 보신다고 해도) 이왕이면 데어라 혼의 책의 관련 대목(8장)만이라도 직접 읽어보시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원문의 매력의 한 조각도 잘 전달하지 못한, 밀도가 높은 에세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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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디지털 디톡스'는 비우는 것인가?[1월의김스피]’)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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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편지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오늘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을 보내주세요. 간단한 한줄 감상도 좋고, 연구자님이 떠올리신 독특한 해찰거리도 좋습니다 :) 레터를 통해서 보내주시는 작은 격려와 의견들이 레터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흥미로운 해찰은 레터를 통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피아에서 차후 다뤄볼만한 주제나 좋은 콘텐츠 등의 추천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변에 레터를 추천해주시면 창작에 큰 힘이 됩니다. 친구에게 레터를 소개해주시려면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나오는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 즐거운 설 연휴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도 레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회차(2/21일 2월 셋째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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