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봄은 비용일 뿐일까 너무 당연하게도 우리는 모두 늙습니다. 독자님은 자신의 노년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삶의 늘그막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보살핌을 받고 있을까요? 아이도 노인도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떤 돌봄(육아)은 기꺼운 것, 투자할 만한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어떤 돌봄(노인)은 그저 비용으로 치부됩니다. 좋은 돌봄, 나쁜 돌봄이란 것이 따로 있는 걸까요? '돌봄 비용'을 논한 한국은행 보고서의 행간에서 손제민 기자가 노인 돌봄을 향한 편견과 비정함을 읽어냈습니다. ✦ 오늘자 레터 뒷부분에 독자 이벤트 공지가 있어요. 꼭 확인하셔서 선물 받아가세요 😀 ✦ 이번 주 수요일 점선면Lite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맞아 하루 쉬어갑니다. 금요일(12일)에 다시 찾아올게요. 우리 모두 꼭 투표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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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보고서가 말하지 않은 것 2024. 4. 3. 손제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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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달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이 일을 이주노동자에게 맡기고 임금을 낮추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경제학자인 한은 총재가 힘을 실어준 이 보고서는 노인·육아 돌봄을 모두 다루는데, 핵심은 노인 돌봄에 있다. 육아 돌봄은 상대적으로 인력 부족이 덜 심각하고 가정과 사회, 국가가 어떻게든 감당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인 돌봄은 어느 주체도 흔쾌히 떠맡지 않으려는 현실이 보고서에 녹아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돌봄 인력이 모자랄 것이라는 통계 전망에 전문가들도 수긍하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40.4%로 매우 높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피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사회가 직면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한은의 처방은 실망스럽다. 저자들은 개별 가구와 이주노동자의 사적 계약을 통해 최저임금 적용을 우회하거나, 돌봄을 고용허가제에 포함하고 이 업종의 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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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방안에 대한 비판은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우회해 이주노동자 임금을 낮추더라도 그들의 숙식 제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문제가 남는다. 두번째 방안은 내국인의 같은 노동에 대한 처우도 낮춘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그러면 돌봄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일이 될 수 있다. 내국인 돌봄 종사자 대부분이 중년 여성이거나 곧 노인이 될 사람들이다. 이들의 빈곤화는 저자들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들은 저임금 덕에 해고와 고용이 유연해지면 "민간 보험회사 등이 관련 산업에 진출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노인 돌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돌봄의 공공성 강화라는 선택지를 배제하려다보니 손쉬운 시장적 해법으로 직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통계와 합리성으로 포장돼 있지만, 노인과 돌봄에 대한 편견을 깔고 있다. "가족에게 의존" "재정 부담"이라는 표현은 노인에 대한 시선을 집약한다. 노인은 ‘미래 노동력’인 아동과 달리 ‘쓸모’나 ‘능력’이 없는 존재로 간주된다. 그런 노인을 돌보는 일은 가족도 기피할 정도로 힘들고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되는 '생산성 낮은' 노동이라는 인식을 당연하게 전제한다.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게 최우선인 사람들로서는 이 분야에 쓸 돈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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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접근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영화 <플랜 75>에서 그 암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국가가 75세 이상 노인에게 안락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미래를 다룬다. 국가가 노인 안락사를 대행하는 데 쓰는 돈이 돌봄의 공공성 강화 비용보다 더 적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국가는 "미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설파하고, 노인들은 "폐 끼치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그 대열에 동참한다. 섬뜩한 사고 실험이지만 쓸모와 효율성만 중시한다면 그렇게 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문제는 사람이 태어나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닿아 있다. 나는 이와 관련해 작은 희망의 단초를 정년을 앞둔 한 남자 선배의 홀가분한 표정에서 찾고 싶다. 그는 은퇴 후 삶을 아버지 간병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그동안 주 돌봄을 누이(와 주간보호센터)에게 맡겨둔 데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사랑하는 이의 여생을 더 늦기 전에 함께할 수 있게 된 데 대한 기대감도 느껴졌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들 돌봄'의 경험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돌봄이 남성의 몫이기도 할 때 그 일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인정받고 사회의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삶의 시작이나 마무리뿐 아니라 가장 왕성한 시기에도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그 일을 힘들고 '생산성 낮은' 일로만 여길수록 더 외면하고 싶고, 그 시간에 우리는 무얼 위한 것인지도 모르면서 경제학자들이 '생산적'이라고 하는 활동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노인과 돌봄에 대한 편견을 들여다보면, 결국 경제성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배반당한 믿음을 발견하게 된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노인들, 그리고 매년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 따듯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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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칼럼에 인용된 한국은행 보고서를 좀더 살펴봤어요. 문제의식은 명확합니다. 노인 돌봄 수요가 늘어나지만, 노인을 보살필 인력은 충분치 않아요. 공급이 부족하니 비용이 올라갑니다. 이 바탕에서 보고서는 '반박 불가' 논리로 내달립니다. 노인 돌봄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은 이미 심각하고 앞으로 더 악화될 전망이다. 돌봄비는 더욱 상승한다. 양질의 돌봄은 '상위 1% 요양원'에 집중되고, 나머지는 저품질 돌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돌봄 양극화'가 심해진다. 결국 공급을 늘려 해결해야 한다. 비용을 고려한 공급책은 외국인 노동자 투입뿐이다… 또박또박 흘러가는 이 논리는 보고서가 중요한 질문을 외면하고 있기에 성립합니다. 보고서는 공공이 돌봄에 더 돈을 쓰는 선택지는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논외로 치워두니, 노인 돌봄을 값싼 노동력이나 AI 기술에 맡기자는 귀결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 돌봄에는 사회가 자원을 아끼지 않으려는 모습과 대비되죠. 마치 좋은 돌봄, 나쁜 돌봄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노인 돌봄에서 공공성을 배제하는 것이 당연 전제가 되어버린 어떤 현실을 생각해봅니다. 저물어가는 삶에 공공의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선뜻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용은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노인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때 느끼게 되는 소외와 슬픔도 분명한 현실입니다. 높은 노인 우울감, 노인 자살률 OECD 1위라는 타이틀이 괜한 것은 아니겠죠. 한국은행 보고서는 시종일관 '비용'을 강조하며 노년의 삶을 '비용 유발 요인'으로 인식하는 시선을 드러냅니다. 두 가지 장면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국내에서 숱하게 볼 수 있던 노인요양시설 관련 사건·사고 소식들이에요. 노인들이 요양병원 화재로 옴짝달싹 못한 채 사망한 사건, 고령의 입소자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요양원, 부실한 식사·결박·방임 등 학대… 민간 노인요양시설에서 '비용'의 이름으로 벌어진 일들입니다. 또 하나는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원제: Alive Inside : A story of Music & Memory)라는 다큐멘터리예요. 한 사회복지사가 요양원의 치매 노인들에게 젊은 시절 가장 좋아하던 노래를 들려주자 벌어진 일들을 담았습니다. 텅 비어있던 노인들의 얼굴은 음악 재생과 동시에 생기와 표정으로 채워집니다. 자신의 옛 직업, 아내/남편을 만난 이야기, 자식 자랑, 음악에 얽힌 기억… 기운이라고는 없던 노인이 어깨와 손을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한 할머니는 스누피 인형을 끌어안고 "이렇게 할 말이 많을 줄 몰랐어!"라며 환하게 웃어요. 사회복지사의 이 발견은 Music & Memory라는 프로젝트로 발전합니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노인들을 따듯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한 손제민 기자의 글처럼, 우리가 보살핌이 필요한 주위의 노년을 어떤 시선으로 대하느냐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건 노인 돌봄을 '비용'으로만 간주하는 시각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젊을 적 좋아하던 음악을 들려드려야겠다는 아이디어 같은 건 나오기 어렵다는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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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은행 보고서는 노인 돌봄을 '비용'으로 간주하며 지출 최소화를 주장합니다.
✦ 2. 노인 돌봄에는 공공의 자원을 배분할 필요가 없다는 전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3. 우리 모두 노인이 됩니다. 주변의 노인들, 매년 나이 드는 자신을 달리 바라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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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미세먼지 1' 뉴스로 법정 제재를 받았죠. 이에 MBC는 <복면가왕> 9주년 방송을 총선 뒤로 미뤘어요. 조국혁신당 기호(9번)로 오해 살 수 있으니 책잡히지 말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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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의회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참상을 보도해 온 알자지라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취재·보도를 제한했는데, 남 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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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야는 각자의 이유로 희망에 차 있어요. 유불리를 논할 수 있는 결과일까요? |
일본의 한 판사가 SNS에 자신이 판결한 살인사건의 내막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탄핵됐습니다. 일본에서 현직 법관 파면은 10년 만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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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인으로서 한국 언론이 인권에 초점을 맞추어 러시아에 대한 기사를 다루는 것을 보니 정말 신선하고 반가웠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알려진 러시아와는 다른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 1년 반 전,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한 후, 의미 없는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도피를 시도한 러시아 난민들의 사연이 생각나네요.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6개월 이상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결국 망명이 거부되어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던 5명의 이야기는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냅니다. (발레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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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테러범의 얼굴을 한 이웃>을 읽고 러시아 독자님이 이야기를 남겨 주셨어요. 독자님 말씀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군사 동원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 온 러시아 난민이 법무부로부터 심사 자체를 거부당한 일이 있었어요. 법원은 이들이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판결했는데, 지난 2월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2명은 한국을 떠났고 3명은 본심사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푸틴 대통령이 5선을 확정 지으면서 전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러시아 소식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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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행동 대장'이란 말이 떠올랐어요. 행동 대장 하면 성찰의 부재, 행동의 맹목성,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을 불사하는 야만성이 연상됩니다. 숙의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사적 폭력, 야만적인 이익 추구를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부씨님) 📬 <깻잎투쟁기>가 떠올랐습니다. 나의 밥상에 오르는 것들이 여러 사람의 노동력, 특히 이주민 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사회가 겨우 유지되고 있음에 감사해야 할 때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니 너무 속상하고 슬프고 미안합니다. (아영이님) 📬 형식적 법치 이전에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납작한 사이다 서사와 그 안의 실체 없는 분노를 경계하며, 나의 분노가 정당한지, 맹목적 분노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또 다른 폭력을 선사하지는 않는지 꾸준히 성찰하며 돌아봐야겠어요! (익명의 독자님) 📬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언제든 거리를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하고, 고립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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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정의의 이름으로 널>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었습니다. 아영이님이 언급하신 <깻잎투쟁기>는 벌써 여러 독자님들이 추천해 주셨어요. 언제 한번 함께 읽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네요. 독자님들처럼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점선면팀은 항상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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