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는 나무꾼이 도끼질하다 아차 물에 빠트린 도끼로 시작됩니다. 나무꾼은 어쩌다 도끼를 놓쳐버렸을까요. 도끼질 안 해본 사람은 장작에 닿을 때까지 도낏자루 꽉 잡고 힘껏 내려칩니다. 그러면 장작은 안 빠개지고 날만 박혀 빼느라고 번거롭게 힘만 듭니다. 장작은 도끼를 이마 위까지 치켜들어 떡메 치듯 팔 힘 빼고 온몸 실어 내려쳐야 뻑 빠개집니다. 그런데 사실, 도끼질에서 가장 귀찮은 건 도끼질이 아니라 도끼받침 모탕에 팰 거리 올리거나 팬 것들을 허리 굽혀 간추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실력 좋은 사람이 장작을 패고 조수는 그 앞을 지켜 섰다가 새 장작 올리고 팬 장작을 치웁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도낏자루는 그 바닥에서 오래 굵어 노련한 사람이 잡습니다. 내려치는 족족 빠개지는 멋진 도끼질에 경탄하며 나도 저렇게 돼야지, 다음 팰 장작을 올려드립니다. 그런데 여러 번 손바닥 얼얼하게 도끼질하다 보면 손아귀 감각이 무뎌져 내려치던 도낏자루를 맥없이 놓쳐버리는 일도 생깁니다. 놓친 도끼는 어디로 날아갈까요? 앞에 선 조수 발등으로 날아가 꽂힙니다. 실수할 리 없다 믿었던 그 손, 거기 들렸던 도끼에 제 발등이 콱 빠개집니다.

조직의 라인에 기댄 사람들은 윗선만 믿고, 시키는 대로 하면 알아서 끌어주고 감싸주겠거니 합니다. 짬밥과 위세가 얼만데 설마 아랫사람 다치게 하겠습니까 싶습니다. 장작을 패든 누구를 패든 모르쇠, 패는 것만 지키고 보조할 뿐입니다. 그러나 도끼는 믿어도 사람은 못 믿습니다. 아니, 사람을 못 믿으니 도끼를 믿을 수 없습니다. 아차! 하고 손 놓은들 도끼장이가 다치겠습니까? 크게 다치고 절름발이 되는 건 패는 걸 돕던 놈입니다. 수뇌부가 헛손질하면 도끼날 겨냥은 믿거니 지키다 발뺌도 못하는 자리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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