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속엔 부처가, 자식 속엔 앙칼이 들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부모와 자식 고슴도치가 살았습니다. 자식 고슴도치는 제 가시 잠재울 줄 몰라 감정 불편하면 가시부터 세웠습니다. 그러면 부모 고슴도치가 다가와 자식의 가시를 핥고 쓰다듬어 잠재우려 했습니다. 자식 고슴도치는 그게 싫어 다가온 부모를 더 가시 세워 바짝 찔렀지요. 찔려도, 그래도, 부모 고슴도치는 더 다가갔답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어머니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그러다 쓰시던 폰이 보여 그 속을 들여다봤습니다. 저와 어머니 사이에 오간 대화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추억과 슬픔으로 하나씩 읽어 가는데 흐름에 이가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폰 꺼내서 대조했더니 세상에! 어머니는 제가 성내고 골내며 짜증으로 보낸 말들은 다 지워버리고 좋아서 착하게 보낸 말들만 남겨두신 것입니다. 명치 안쪽부터 울컥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못되고 모질게 굴었어도 착하고 다정했던, 그 몇 마디 안 되는 말들만 남겨서 읽어보고 또 읽어보셨던 것입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와 이제는 안 계신다는 그리움에 꺽꺽 눈물만 터져 나왔습니다.

“늙어서 그런지 통… 이거 어떻게 한댔지?” “저번에 가르쳐줬잖아요! 이거랑 이거, 이렇게 누르시라고요!” “너 키우느라 골이 다 빠져 그래.” “또 그 소리, 내가 뭐라고 그리 고생하시랬냐고요!” 마음과 달리 속 못 참고 불퉁댑니다. 부모의 크고 무던한 사랑을 자식은 결코 알지 못한다는 속담 ‘부모 속엔 부처가 들었고 자식 속엔 앙칼이 들었다’가 있습니다. 찢어진 가슴 깁고 덧대며 더욱 키우는 부모 맘을, 자식은 똑같은 자식 키울 때까지 모릅니다. 앙칼진 말에 베이면서도 오냐오냐 하는 마음을 영 모릅니다. 하지만 부모는 압니다. 제 성에 안 찬다고, 부모 가슴에 앙칼지게 가시 박던 속 좁던 고슴도치, 그 옛날, 그 자신을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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