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소멸을 막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장대익의 진화]대학 소멸을 막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예언은 기막히게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정원 미달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대학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모집 인원은 대략 49만명인데 입학 가능자원은 2019년 52만6267명, 2020년 47만9376명, 2021년 42만893명이었고, 2030년에는 39만9478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학이 남아돌게 생겼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가장 큰 원인은 매년 감소하는 합계출산율이다. 우리나라는 1983년에 1.30명 이하로 떨어진 뒤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0명으로 반등한 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2002년부터는 초저출산 현상(1.30명 이하로 3년 이상 지속)이 계속되었고 급기야 작년에는 합계출산율 0.836명을 기록했다. 우리는 아이가 사라지는 나라에 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초저출산에 의한 입학 자원의 급감 때문에 발생하는 대학의 위기는 한국 대학들만이 겪는 독특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한편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대학의 위기도 있다. 한마디로 온라인 교육의 약진이다. 가령 무크(MOOC, 온라인 공개수업)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전문가가 무료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전 세계 최고 전문가가 여는 수업을 수백만명의 학생이 시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무크는 대학 오프라인 수업의 대항마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크의 문제는 수업 완수율이 10% 정도에 머문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입학보다 더 어렵다는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 온라인 수업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토론 중심 수업 플랫폼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무크와 미네르바는 대학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함의를 지닌다.

첫째, 온라인에 아무리 좋은 강연들이 널려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대학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학 교육의 본질은 탁월한 학자의 좋은 강연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은 학생들이 융합적 태도를 배우고 창의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기관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둘째, 대학 동문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다.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에 대한 평판과 동문 네트워크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이들이 많다.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것만큼 그 사람의 가치를 재빨리 환산해준다고 여겨지는 정보가 또 있을까? 물론 서울대 출신 중에 형편없는 인생도 많고 지방대 출신 중에 빛나는 인생도 많다. 대학을 꼭 나와야 성공적인 인생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 사회든 명문대를 향한 욕망은 보편적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은 욕망이든, 뛰어난 동문 네트워크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든,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든, 그 욕망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욕망을 어느 정도라도 채워주지 못하는 대학이라면 정원 미달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40대 이상의 지역 주민을 정규 학생으로 받으면 된다. 그들이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대개 40대 이상이 되면 지식에 대한 새로운 갈망이 생긴다. 20여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인생에 대한 질문도 깊어지고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정리와 재교육도 필요하며 이후의 인생에 대한 새로운 설계도 절실해진다. 평판보다 실력을 더 중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이들을 위한 정식 학교는 없다. 대학이 제공하는 소위 ‘평생교육’은 서비스 차원일 뿐 40대 이상에게 특화된 본격적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대학이 어찌 그런 나이 든 사람을 정식 학생으로 받을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도 역사의 산물이다. 평균 수명 40세도 안 되던 때에 만들어진 500살 교육기관일 뿐이다. ‘대학은 20대의 전유물’이라고 못 박는다면, 우리 사회는 대학의 소멸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 정부가 소멸의 기로에 서 있는 지방대학들에 지역 주민을 품을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제공한다면 지방대학은 새롭게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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