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

송민령 공학박사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에서 2016년에 만든 4족 보행 로봇 ‘스폿’을 기억하시는가? ‘스폿’이 지잉지잉 소리를 내며 산길을 걸어가는 영상이 한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명해졌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스폿’과 비슷하게 생긴 ‘알파도그’라는 로봇을 출시했다. 이 로봇의 입문용 모델의 출시가는 약 630만원으로 8300만원 선인 ‘스폿’에 비해 무척 저렴했으며, 지금은 가격이 더 내려가 중국에서 27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알파도그’는 출시 한 달 만에 1800대 이상 팔렸다. 물론 ‘알파도그’는 여전히 고가이고, 굳이 사야 할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포드가 중산층을 위한 자동차를 내놓았을 때도, 애플이 가정용 컴퓨터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싼 데다 불필요해 보이는 자동차와 컴퓨터가 지금처럼 널리 쓰일 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미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새벽 햇살처럼 구석구석 스미는 모양이다. 이번 글에서는 에밀리 크로스와 리처드 램지가 올해 3월에 출간한 논문을 참고해,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송민령 공학박사

송민령 공학박사

로봇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면 흔히들 인간형 로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있다. 아마존의 가상비서 ‘에코’처럼 전혀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 집약된 로봇이 있고, ‘나오’처럼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로봇이 있다. 아마존 물류 창고의 로봇처럼 사회적인 교류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로봇들도 있다. 이처럼 로봇들은 모양, 크기, 이용 목적, 가능한 움직임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인간과의 유사성, 사회성, 지능, 외견으로부터 기대되는 기능 등 여러 차원에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와 같은 성질은 로봇 자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험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0여년 전, 처음으로 로봇청소기를 샀을 때는 로봇청소기가 어쩐지 애완동물 같다고 느꼈다. 특히 구석에 걸려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낼 때면 성가시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요즘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로봇에 대한 정서가 변한 것이다. 익숙해진다고 해서 반드시 로봇을 비의인화하는 쪽으로 태도가 변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가 5개월 정도 로봇과 상호작용하다 보면 로봇을 장난감보다는 동료 아기로 여기게 된다고 한다.

로봇의 성질은 사람들의 기대에도 영향을 받는다. 대다수 사람은 로봇을 접한 경험이 적으므로 공상과학 영화를 통해 로봇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현실의 로봇들은 영화 <엑스 마키나>나 <월E>에 나오는 로봇의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실망, 두려움, 안심, 호기심 등 다양한 반응을 유발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간·로봇 상호작용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가 연구실의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고, 오즈의 마법사처럼 실험자가 조종하는 가짜 로봇을 사용하고 있어, 현실에서 인간·로봇 상호작용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한다.

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을 연구할 때는 로봇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 도구, 동물과 유사한 측면도 가지고 있어 정확히 무엇으로 분류되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모호함을 외면한 채 인간처럼 존중해야 할 대상 혹은 도구라는 측면만 부각하면, 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그 변화가 사회의 다른 영역 혹은 로봇의 사용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챗봇 ‘이루다’와 ‘대화’하는 이들의 표현은 의지를 가진 인간을 대할 때와 비슷했지만, ‘이루다’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받았을 때는 ‘이루다’는 도구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 누구의 책임인지 찾기는 어렵다. 현대 과학기술 연구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사회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로 불거진 문제도 인공지능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을 먼저 살폈더라면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로봇과 인간, 나아가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