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레이철 로즈, enclosure, 2019.  ⓒ레이철 로즈 사진 크게보기

레이철 로즈, enclosure, 2019. ⓒ레이철 로즈

언제부터 땅에 주인이 생겼을까. 토지는 어떤 계기로 사유화되었고, 그 당위성을 확보했을까. 레이철 로즈는 토지 사유화가 가속화되던 17세기 영국 농촌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다루면서, 지금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스템인 자본주의의 역사적 뿌리를 탐구한다. 작가는 공동의 영토로 사용하던 땅을 사유재산으로 뒤바꾸던 시기, 이 변화를 주도한 이들의 끈질긴 욕망과 진실을 호도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휘둘려 터전을 빼앗긴 나약한 공동체의 삶을 담는다. 함께 사용하던 목장을, 나무를 베던 산을, 모두가 공유하던 천연자원이 담긴 토지를 계몽주의 시대에 중산층으로 등장한 의사, 변호사가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공유지는 더 이상 공동체가 함께 나누어 사용할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공공의 자원을 누리면서 모여 살던 공동체는 그들이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부서졌다. 애니미즘을 비롯하여 환경과 인간을 연결하던 영적인 소통 방식도 망가졌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에서 2016년 유럽을 뒤덮은 시리아 난민 사태, 더 나아가 우주를 민영화하는 민첩한 현실을 떠올린다.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인들이 미국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땅을 약탈하던 과정도 짚는다. 땅을 훔치는 영주들은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현금의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난다. 돈의 논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들은 어디로 가야 했을까.

우리가 공존하는 구조는 불안하기만 하다. 작가는 자본주의의 재앙과 우리를 그 현장으로 이끈 과거의 사건을 돌이켜 보면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미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그 미래에 어떻게 상륙할 것인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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