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뛰면서 하는 것

김월회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반성은 뛰면서 하는 것

기념하는 활동은 쉬고자 하는 욕망보다 후순위다. 국경일을 맞이해도 무언가를 기념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평일임에도 쉴 수 있다는 즐거움이 앞서는 이유다. 국경일과 주말이 겹치면 짜증이 나거나 뭔가 손해를 본 듯한 느낌마저 드는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여야는 ‘대체공휴일 전면 확대법’을 통과시켰다. 그보다 열흘 전쯤, 미국에서는 새로운 국경일이 제정됐다. 일부 주에서 노예해방기념일로 지켜온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6월19일)’가 연방기념일로 지정된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관련 법안에 서명하면서 이를 계기로 모든 미국인이 이날의 위대함을 느끼고 경축하며, 노예해방을 위해 고투를 벌여온 멀었던 여정의 역사를 배움으로써 앞으로 걸어가야 할 여정도 감당해낼 수 있으리라고 했다.

준틴스데이의 국경일 지정은 휴일을 늘리자는 욕망과 무관했음이다. 그것은 인간해방으로서 노예해방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였다. 이는 바이든의 ‘유체이탈화법’이 아니었다. 그는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현실에 눈감지 않았다. 그의 말이다.

“위대한 나라는 자신의 역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때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위대한 나라는 자신이 범한 실수로부터 달아나지 않으며 그것을 인정합니다. 그러한 때를 기억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더 강해집니다.”

여기에는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직시하고 이를 반성해야만 하는 이유가 밝히 드러나 있다. 반성은 상처를 온전히 치유함으로써 더 강해지고 위대해지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반성은 유사한 잘못의 반복을 미연에 막음으로써 자신을 더 낫게 만드는 길로 성큼성큼 나아가게 하는 활동이다. 반성은 그렇게 진보에 이르는 확실한 길이 된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다. “뉘우침은 병폐를 없애는 약으로 그 핵심은 잘못을 고치는 데 있다. 그러나 마음이 뉘우침에 사로잡혀 있으면 뉘우침은 오히려 병이 된다.” 중국 명대의 석학 왕양명이 허구한 날 뉘우치기만 하는 제자에게 해준 말이다. 반성은 뛰면서 할 때 비로소 진보의 동력이 된다는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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