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예를 갖춘 공자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개에게 예를 갖춘 공자

늑대는 길들여져 개가 되었지만 여우는 이를 거부했다. 그래서일까, 가축이기를 거절한 여우는 인간에게 요물로 취급되곤 했다. 종종 멋진 배우가 선한 여우 역을 맡은 드라마도 있었지만, 긴긴 세월 동안 여우는 귀신과 더불어 사람을 홀려 파탄에 이르게 하는 삿된 존재로 소비되어 왔다. 아무래도 여우를 향한 인간의 소심한 복수일 성싶다.

물론 소심하게만 대했던 것은 아니다. 범위를 동물 전체로 넓히면, 꽤 오래전부터 인간은 동물을 지적 탐구의 어엿한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사유했다. 이를테면 맹자가 대표적 예다. 그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다른 점이라고는 거의 없나니 도덕의 갖춤 여부에 따라 그 둘이 나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이 도덕을 무시하면 인간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잃어 “짐승 같은 X”가 된다. 나아가 마땅히 인간이어야 할 존재가 인간이기를 포기했으니 “금수만도 못한 X”로 처박히게 된다.

맹자가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여겼기에 그리 말했다고 한다면 이는 틀림없는 오해다. 인간 본성을 악하다고 규정한 순자도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의로움의 구비 여부에서 찾았다. 그는 비교 대상의 범위를 식물로 더 넓힌 다음, “풀과 나무는 기와 생명은 있어도 지각이 없고, 날짐승과 들짐승은 기와 생명과 지각은 있어도 의로움이 없다. 사람은 기와 생명, 지각을 지니고 있으면서 의로움도 지니고 있기에 만물 가운데 가장 귀한 존재인 것”이라고 설파했다. 여기서 의로움은 도덕을 대표함이니, 결국 인간 본성은 상반되게 보았지만 인간다움의 조건에 관해서는 인식을 같이한 셈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덕이 인간다움의 핵심이라는 통찰이었지, 도덕을 갖추지 못한 존재는 열등하다, 그러니까 막 대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공자는 기르던 개가 죽었을 때 제자인 자공에게 머리와 몸에 흙이 묻지 않도록 거적으로 잘 싸서 묻어주라고 했다. 말이 죽으면 쓰던 장막으로 싸서 묻어주고 개가 죽으면 수레 덮개용 천으로 싸서 묻어줘야 하는데, 가난 탓에 그리 못해주어 속상하다면서 한 당부이다. 도덕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생명과 지각을 지닌 존재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를 갖춰야 한다는 태도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마침 중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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