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평범한 인생

대학마다 평생교육원, 산학협력단 같은 게 있어서 한 과목씩 가르치는 기회가 생긴다. 나는 음악 선생인데, 클래식과 월드뮤직을 나눔. 이래 봬도 엄마 배 속에서부터 태교를 클래식 음악과 바흐의 찬송가로 한 몸이시다. 말이 음악이지 관련된 이들을 만나 인생 상담까지 해준다. 수염과 머리를 길게 땋고, 고양이가 제 털을 핥듯 자주 쓰다듬으면서 정치인의 멘토를 자처하는 얼치기 도사 따위는 아니니 염려 마시길. 청년들에게 어떻게 살고 싶냐 물으면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대답들 한다. 그러나 평범하게 살다 죽기가 어디 쉽간디? 평범한 얼굴과 평범한 몸으로 평범한 학벌에 평범한 직장, 평범한 연애결혼, 아니면 평범한 솔로. 평범한 자녀들과 평범한 중년의 안온한 삶. 평범한 노인네의 평범한 죽음이 그게 말대로 쉽냐 이거다.

어떤 꼬마가 아빠에게 물었대. “아빠는 엄마랑 결혼하면서 돈이 얼마나 들었어?” “응. 그게 말이야 놀라지 말아라. 사실은 지금까지도 값을 치르는 중이란다.” 헉~ 평범한 결혼은 없지. 별 탈 없이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기적에 다름 아니다.

국수를 삶다보면 엉킬까봐 여러 번 젓가락으로 젓게 돼. 포개지고 눌어붙고 그럴까 종종. 얇고 가는 국수가 있냐면 굵고 긴 가래떡도 있지. 가래떡을 떡방앗간에서 뺄 때 보면 손에 물을 묻혀 눌어붙지 않도록 뜯어낸다. 사람이 인연 따라 흐르는데, 엉키고 꼬이고 달라붙다 보면 떡이 아니라 아예 엿가락처럼 끈끈해지고 녹아 흐르지.

예전에 다른 동네에서 살 때 파리약을 마시고 자진한 할매가 있었다. 밀건 거품을 물고 영면에 들었지. 하지만 가족들은 호상이라며 술잔치를 열었고 동네는 할매의 죽음으로 간만에 ‘괴기 구경’ 배를 채웠어. 이게 그나마 평범한 장례식 풍경. 어차피 평범하게 살다 죽지 못할 바에야 제 생긴 대로, 제 의지대로 오롯하게 살아야지 않겠는가. 이판사판 씨름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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