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노 '오징어 게임'?

백승찬 기자

3일 개봉하는 영화 <이터널스>에는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가 연기한 킨고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숙적 데비언츠를 물리친 이터널스 멤버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킨고는 놀랍게도 발리우드 스타가 됐다. 이터널스는 나이를 먹지 않기에 킨고는 증조부 시절부터 배우 집안인 것처럼 행동한다. 다시 데비언츠가 나타나 이터널스로 모여야 한다는 소식을 듣자, 킨고는 발리우드 생활을 아쉬워하면서 말한다. “다음 영화에는 BTS가 카메오로 나오기로 했는데….”

이 영화에는 한국의 액션스타 마동석도 출연한다. 강한 완력으로 적을 무찌르지만 여성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그러면서 가끔 귀여운 면모도 보이는 영웅 길가메시 역이다. 마동석이 <부산행> 등 대표작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그대로 재현됐다. 마동석의 극중 파트너는 할리우드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이제 세계에서 널리 향유되고 있다.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잇달아 최고 영예를 안은 드문 영화였다. 박찬욱, 봉준호는 세계 어느 영화제를 가도 환영받는 감독이다. 세계 정상의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BTS와 함께 ‘마이 유니버스’를 노래해 13년 만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콜드플레이가 BTS의 광범위한 팬덤에 편승한 형국이다.

K콘텐츠 붐의 절정은 물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다. 이 시리즈는 <브리저튼> 등 인기작을 뛰어넘는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이 됐다. 아마 넷플릭스 경영진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덕분에 <오징어 게임>의 진행요원, 참가자, 무시무시한 영희 코스튬을 입은 이들이 지난 핼러윈에 전 세계 거리를 활보했다.

미국, 일본, 영국, 스페인과 달리 한국은 ‘제국 경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라다. 근·현대화의 물결에서는 한참 늦은 후발주자였다. 뒤늦은 만큼 세계의 ‘주류’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컸다. 내한하는 외국 유명인사에게 ‘두유노 싸이’ ‘두유노 김치’ ‘두유노 박지성’ 등을 묻는 ‘두유노’ 시리즈도 이 같은 인정욕구의 일환이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두유노 <오징어 게임>?”이라고 묻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 됐다.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상찬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다만 인기에는 책임이 따른다. <오징어 게임>에서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알리 역을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맡은 데 대해 일부 파키스탄인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작진은 이주노동자의 절박한 처지를 선의로 그려냈지만, 파키스탄과 인도가 오랜 앙숙이라는 사실은 간과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인 배역을 일본인 배우가 맡은 듯한 모양새였다. 블랙핑크는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에 힌두교 신인 가네샤 신상을 배경으로 배치했다가 인도 팬들의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신성한 신상을 장식 요소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K콘텐츠는 한국인만 즐기지 않는다. 한국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에 해외 팬의 관심이 쏠리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문화적 코드를 해석하는 2차 콘텐츠도 많다. 한국문화를 알아달라고 매달리던 시대는 지났다. 지역의 특수성에 기반하되, 세계의 보편성을 의식해야 한다. 폭넓은 시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콘텐츠가 향유될 각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예상을 뛰어넘어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이 됐다.

‘오징어 게임’은 예상을 뛰어넘어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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