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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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칼럼]달 착륙과 ‘선거 음모론’

    달 착륙과 ‘선거 음모론’

    인간이 달에 착륙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에선 전체 인구의 5%가 그렇다. 50여년 전 인류가 지켜본 달 착륙은 지구 어딘가에 차려진 스튜디오에서 연출된 장면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인간은 달에 갔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월면을 달 상공에서 찍은 사진이다. 탐사 임무가 끝난 달 착륙선은 동체 다리 부위는 월면에 남겨두고 몸통 부위만 분리돼 지구로 돌아왔다. 비나 바람이 없는 달에서 착륙선 다리는 지금도 월면에 멀쩡히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들어가 마우스 클릭 몇번만 하면 달 착륙선 다리를 찍은 사진을 누구든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달에 안 갔다면 존재할 리 없는 물건이다.그런데도 달 착륙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믿으려는 확증편향 때문이다. 확증편향에 근거한 음모론은 다양한 유형을 띠고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음모론 유무보다 음모론이 소수 주장으로 남도록 하는 이성의 힘이 중요한 이유다. 이성의 힘을 조...
  • [기자칼럼]반동 주역들

    반동 주역들

    대통령 윤석열의 시대는 끝났다. 얼마간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든, 탄핵심판 지연을 시도하든 큰 물결은 막을 수 없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 속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앗아간 힘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대사처럼, 이미 사라진 그의 자리는 더욱 확고히 삭제될 것이며 그가 앗으려던 힘은 주권자에게 더 확고히 쥐어질 것이다. 이 계절이 돌아오기 전에 그는 파면되고, 다시 여러 해가 지나면 역사책에 헌정 파괴 주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떤 반동도 바꿀 수 없는 흐름이다.그럼에도 현재의 반동에 매일 새로이 참담함을 느끼는 것은 윤석열이 사라진 뒤 우리가 돌아올 자리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합리적 보수가 쪼그라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탄핵에 저항한 무리들은 쇄신의 자리에 배신자 프레임의 싹을 틔우고 그 그늘에서 자리를 보존했다. 보수궤멸 공포를 부추기더니 ‘닥치고 단일대오’로 내부의 자정 능력과 역동성을 무너뜨렸다. 지금 ...
  • [기자칼럼]‘푸른 뱀’의 해를 기다린다

    ‘푸른 뱀’의 해를 기다린다

    2024년 12월은 살면서 영영 못 잊을 ‘한 달’로 남을 듯싶다. 비상계엄이란 ‘공포’와 탄핵 집회의 응원봉에서 본 ‘희망’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느낀 ‘절망’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감정에도 ‘총량’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총량을 넘어선 감정의 소비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두 감정을 번갈아 소비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지금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다행인 것은 이렇게 보낸 힘든 시간들이 의미가 없진 않으리란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윤석열이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이라며 꺼내든 비상계엄은 적어도 ‘반국가세력’이 누군지 명확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대한민국은 헌법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다. 종북만 반국가세력이 되는 게 아니다. 반헌법적 계엄과 내란 혐의를 옹호하고, 공개적으로 이를 고무·찬양하는 세력 역시 반국가세력이다. 그런 점...
  • [기자칼럼]진정 ‘스포츠계 리더’는 없는가

    진정 ‘스포츠계 리더’는 없는가

    우리는 ‘리더 부재’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등 사회 거의 모든 곳에서 믿고 존경하며 따를 만한 리더가 부족함을 절감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은 머리를 조아리고 귀를 세우기보다는 권력을 앞세워 자신을 합리화하고 국민을 지배하려고 한다. 자기 이익에 매몰돼 돈놀이에 집중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타락한 종교 지도자도 다수다. 교육계에도 아이들을 팔아 이익을 챙기거나 자리를 보존하려는 행태가 여전하다.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지난 2~3년 동안 정부와 극심한 대립각을 세웠다.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노골적인 충돌이었다. 이 회장과 정부는 사사건건 정면으로 맞붙었고 여파가 지금도 여전하다. 파리 올림픽 이후 정치권과 행정권은 이 회장을 대놓고 공격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체육계 원로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이기흥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실정을 너무 많이 했다. “판...
  • [기자칼럼]0시를 향하여

    0시를 향하여

    애거사 크리스티의 <0시를 향하여>는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0시’는 사건 발생 시점을 상징하는 말인데, 소설 중반까지도 사건은 터지지 않는다. 시작하자마자 살인이 벌어지고, 범인을 쫓는 일반적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0시’가 모습을 확 드러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변호사 트레브스는 예견하듯 말한다. “모든 정황이 하나의 지점을 향해 가는 거야. 정해진 시각이 되었을 때 정점으로 치닫는 거지. 모든 것이 0시를 향해 모여드는 거야.”‘0시’ 같은 순간이 우리에게도 찾아왔다. 비록 2시간 남짓이었지만, 진짜 비상계엄 치하에서 날것의 공포를 느꼈다. 물론 현실은 추리소설이 아니고, 용의자는 공공연히 텔레비전에 등장해 범행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후 이 모든 원인이 음주나 성격 문제 같은 윤석열 개인 차원으로 조명되는 것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그 ‘0시’가 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나.“탐정 소설이란 대개 잘못되어 있어! 살인에서 시작을 한다고....
  • [기자칼럼]자연에 반역한 환경부의 운명

    자연에 반역한 환경부의 운명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인 마리아 미스와 환경·여성인권 문제를 주로 다뤄온 인도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의 공저 <에코페미니즘>에는 우리 인류가 현재 “가이아의 법칙과 시장 및 전쟁의 법칙 사이의 경합”이라는 “시대적 경합의 와중”에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인간의) 지구에 대한 전쟁과 지구와의 평화 사이의 경합”이라고 설명한다. 즉 우리 인류가 지구 생태계를 상대로 일으킨 반란 내지는 반역을 지속할 것인지, 또는 지구 생태계의 동반자인 숱한 생물종들과 공존하는 길을 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얘기다. 국내의 한 사회학자 역시 <에코페미니즘> 서평에서 “인류가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자신들의 편의대로 이용해온” 역사를 “자연에 대한 인간 쿠데타의 역사”라고 규정했다.이런 관점에서 한국 환경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7개월간 벌여온 행태는 자연환경 파괴와 오염 가속화 정도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 환경부가 벌여...
  • [기자칼럼]1월20일이 다가온다

    1월20일이 다가온다

    2025년 1월20일은 절기상 ‘대한(大寒)’이다. 매우 추운 날이다. 미국은 어떨까. 절기 개념은 없지만 한국처럼 북반구 중위도에 있는 이상 춥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날 미국에서 불 찬 바람에는 동맹국을 향해 부는 정치적 의미의 ‘삭풍’이 더해질 것이다. 1월20일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번째로 맞는 미국 대통령 취임일이다.2017~2021년 1기 행정부 때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견지한 태도는 ‘미국 우선주의’였다. 그는 동맹국을 ‘무임승차자’로 본다. 미국 군사력에 의존해 방위비를 덜 쓰고, 관세 혜택을 받아 미국 시장에 상품을 너무 많이 파는 존재라는 인식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체로 동맹국을 돈 거래 대상으로 보지는 않았다. 이때 한·미 동맹은 ‘가치동맹’으로 변했다. 북한 대응 중심으로 돌아가던 한·미 동맹을 타 분야로 확장했다. 가치동맹의 핵심 중 하나는 ‘기술동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4월 미국 국빈방문 뒤...
  • [기자칼럼]그리고 제스처만 남았다

    그리고 제스처만 남았다

    “게임은 끝났는데 질 수 없다는 제스처만 남았다.”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에 이런 문장이 있다. 그가 적은 맥락과 무관하게 이 문장을 곱씹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떠올렸다.지난 7일 기자회견 후 윤 대통령은 몇 개의 조치를 취했다. 쇄신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고개를 끄덕여줄 수 없다. 그보다는 무언가를 하긴 한다고 내보이는 ‘제스처’에 가깝다고 본다. 대통령실은 공천개입 의혹을 ‘매정’하지 못해 받은 연락 문제로 치환하더니 윤 대통령 부부가 오래 쓰던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고 알렸다.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강기훈 선임행정관은 음주운전 징계를 마치고 복귀한 뒤 “가장 자유대한민국을 걱정하시고 사랑하시는 분은 대통령님”이라는 입장문을 남기고 떠났다.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라는 흔한 문구, 의례적 반성도 없었다. 꾸준히 설득한 결과로 거취를 정리했다는데, 꾸준한 설득까지 필요했던 저간의 사정이 뭘까 의아해진다. 이런 ...
  • [기자칼럼]이기흥, 품위 있는 퇴장 준비하라

    이기흥, 품위 있는 퇴장 준비하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69)의 3선 도전 여부가 체육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적잖은 체육계 인사들과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출마 포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 회장을 지지하는 단체, 인사들은 노동조합 등을 비판하며 맞불을 놓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다수 국회의원들이 이 회장 사퇴를 노골적으로 종용했다.정부 압박도 점점 거세진다. 정부는 10일 이 회장을 비롯한 간부와 직원 등 8명의 비위 혐의를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 제기한 비리는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이다. 최근 2~3년간 이 회장의 행보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정부가 행정력을 넘어 사법적으로도 이 회장을 옥죄는 형국이다. 정부의 행정에 과한 면이 적지 않지만 세금과 체육진흥기금으로 운영되는 대한체육회의 수장이 정부에 반기를 드는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대한...
  • [기자칼럼]수치만으론 이해 못할 지방소멸

    수치만으론 이해 못할 지방소멸

    “지방소멸이라는 말 좀 제발 안 썼으면 좋겠다. 사라질 동네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방사능 폐기장에서 키우는 느낌이다.” 지난달 28일 오픈데이터포럼 열린세미나에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이 소개한 지역의 한 젊은 부부의 말이다.‘지방소멸’은 일본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에 내놓은 책 <지방소멸>에서 처음 쓰였다. 한국에도 유행이 됐다. 각종 ‘지방소멸 지수’가 만들어졌다. 2021년에는 감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강남, 광진, 관악, 마포만 생존한다”는 보도도 나왔다.정작 원조 격인 <지방소멸> 책에는 ‘소멸지수’라는 말이 없다. 2040년까지 20대 여성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 자치단체 896개를 ‘소멸 가능성이 높다’고 했을 뿐이다. ‘소멸’이라는 말이 충격을 주지만, 지역은 사라지지도 않는다. 감사원 보고서에서 100년 뒤 소멸 위험이 가장 높았던 전남 고흥조차도 인구추계상 2117년에 여전히 1만9184명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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