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다움의 필수 역량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선진국다움의 필수 역량

“성군이 나오더라도 한 세대는 지나야 나라가 어질어진다.” 공자의 말이다. 설사 하늘, 그러니까 온 우주가 기운을 모아 준 성군이 나온다고 해도 나라 자체가 어질어지는 것, 곧 도덕적으로 썩 괜찮아지는 것은 30년쯤은 지나야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 30년 동안은 성군이 어진 정치를 지속적으로 베푼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2500여년 전 고대 중국의 상황에서나 통용될 수 있던 말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본성이랄까, 인지상정이랄까 하는 것은 동일한데 말이다. 무엇보다도 정치는 현재를 일구어 미래를 빚어내는 활동이라는 점도 변함없다. 풍속이나 문물제도의 변화는 짧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저 옛날이나 지금이나, 중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여전히 매일반이다. 그래서 역사는 과거의 일로 채워져 있지만 역사를 알아가는 일은 미래를 기획하고 빚어가는 활동이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 미래는 비교적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주어져 있었다. 서구 선진국의 현재가 바로 우리의 나아갈 바였다.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다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는 엄연히 그러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서구 선진국의 오늘이 더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게 되었다. 이미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들의 미래가 되고 있다.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세계 초일류가 목표이던 때를 넘어 지금 우리는 ‘세계 초격차의 실현’을 얘기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만의 힘으로 미래를 빚어가야 하는 때가 됐음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은 유엔이 인정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자기 힘으로 미래를 빚어낼 줄 알고 그 미래가 지구촌 다른 이들에게 전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빚어내는 한국, 한국이 빚어내는 미래의 국제적 발신”이 선진국다움의 가장 기본이자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필수 역량이라는 얘기다.

좋은 지도자를 뽑아도 좋은 나라가 되는 데는 30년쯤 걸리지만 잘못 뽑아 나라가 헝클어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좋은 나라의 구현이란 미래를 갈등조장, 가짜뉴스 같은 구태로 말아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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