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시인
[詩想과 세상]혼자라서

썩 나쁜 일은 아닐 거야

구름의 지도를 그리고

꽃이 피는 속도를 알았으니까

정확히 몇 시에 대추나무가 가장 곧게 서는지도 알게 됐으니까

내가 무엇이 될 수 없는지, 내 꿈은 왜 자꾸 무너지는지 생각하다가

뒤늦은 질투에 부끄러워지는 일

봄볕 같은 감정들을

혼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알겠어

이운진(1971~)

주변에 조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등학교에 가지 못해 방황하다가 검정고시를 시작할 때도,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때도, 시인의 길을 가겠다 결심할 때도 의논할 사람이 없었다. 혼자 선택하고, 혼자 결정해야만 했다. 가난이 동행한 힘든 시절이었다. 외롭고 막막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았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늘 누군가 곁에 있었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가 되면 사람의 관계보다 주변 사물에 더 관심이 간다. 꽃이 피고 지는 것, 하늘에 안긴 구름이 흘러가는 것, 대추나무 그림자가 몇 시에 가장 짧아지는지 등은 혼자라서 알 수 있는 일이다. 바람이 스쳐가는 순간 잠시 잊고 있던 친구들과 가족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질투하고, 슬퍼하고. 부끄러움은 그다음의 감정이다. 학창 시절의 고민을 잘 표현한 청소년 시다. 수능 3일 전,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다. 다들 좋은 결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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