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제목, #메타버스 #NFT

올해 책 제목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무엇일까? 연말이 되면 포털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나 SNS에서 인기를 모은 해시태그가 발표되어 관심을 끄는데, 아쉽게도 책의 세계에서는 이런 통계나 자료가 취합되거나 발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바탕으로 실제 상황을 확인해볼 수는 있겠다. 근래 출판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메타버스일 텐데, 제목이나 부제 등에서 이를 담아낸 첫 책은 김상균 강원대 교수의 저작 <메타버스>이다. 놀라운 건 이 책이 출간된 때가 불과 1년 전, 그러니까 2020년 12월이라는 점이다. 이후 1년 동안 메타버스를 주요하게 다룬 책은 80여종이 출간되었다. 내년에는 확산세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한데, 관련하여 새롭게 떠오른 단어는 NFT(대체불가능토큰)이다. 지난 6월 첫 책이 나온 뒤 지금까지 아홉 종이 출간되었고 새해에도 여러 책이 연이어 나올 거라는 소식이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메타버스가 떠오르며 사라진 단어가 있으니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세상 모든 게 4차 산업혁명일 것 같았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이미 완성되어 지나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뿔싸, 그런데 착각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제목과 부제 등에서 다룬 책은 지금까지 1000종 넘게 나왔는데, 2017년 290여종, 2018년 330여종으로 정점에 오른 후 2019년 200여종, 2020년 140여종 그리고 올해에도 90여종이 출간되었다. 출간 종수로만 보면 여전히 메타버스보다 높은 수치이니, 영향력의 감소와 개별 도서의 반응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체감되는 존재감보다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한 해를 거슬러 올라가 2020년에는 아마도 코로나가 가장 자주 등장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출간된 650여종의 도서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350여종이 2020년에, 나머지 300여종이 올해 출간되었다. 부디 2020년이 출간 종수의 정점으로 기록되어 코로나의 기세와 확진자의 수가 함께 가라앉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렇듯 화제의 단어와 출판물의 종수를 살펴보는 시도는 나름대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식(儀式)인데, 고백하자면 연말이 아니어도 이런 일을 놀이처럼 즐기곤 한다. 문득 CEO(최고경영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면 관련 책을 찾아보는데,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이 아니라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때가 언제였는지 그리고 이후 사용되는 맥락과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심을 둔다. 20세기 말 CEO가 책 제목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례가 <CEO 27인의 리더십을 배우자> <한국의 CEO 20>인 걸 보면 이 단어의 상징과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나 싶고, 출간 종수가 1500여종이니 매해 늘어나는 출판물의 종수를 감안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기도 한다. 언젠가 워킹맘을 찾아본 기억도 난다. 앞선 단어에 비해 변화가 크지 않았을까 짐작했으나,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쳐 이제는 육아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까지 호명되어 역할이 더해지고 있었다. 오늘로 돌아와 한 해를 시작하는 의식으로는 내년 이맘때를 기대하고 짐작하는 일이 맞춤할 텐데, 기후위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로 웨이스트, 동물권, 탈핵 등 생태를 아우르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정치의 계절이라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이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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