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위기 맞은 ‘젊은 중동’

중동, 북아프리카(MENA) 지역은 높은 출산율로 인해 ‘젊은 중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낮은 취업률과 불평등한 계급 문제 등으로 인한 젊은층에서의 불만이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대규모 시위의 주요 배경 중 하나였을 정도로, 젊은층의 많은 인구가 사회적 문제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동 지역의 인구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현재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는 이집트의 인구가 가장 많고, 터키와 이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고령 인구도 많지만, 안정적인 출산율로 인구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인구가 사회적 고민거리이다.

문제는 터키와 이란이다. 터키는 중위 연령 32.2세, 이란은 31.7세로 두 국가 모두 세계 중위 연령 평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터키의 경우 인구가 8400만명 이상이지만, 2010년대 이후 사망률과 출생률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2020년 7월11일 유엔 세계인구의날에 발표된 터키 통계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터키에서는 인구 고령화, 출산율 저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며, 2019년 출생률은 1.88명을 기록했다. 터키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는 도시화로 인한 가계 지출비 증가, 높아지는 결혼 연령과 높은 이혼율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 변화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경기가 침체되고, 최근 리라화 폭락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터키인들에게 출산이라는 문제는 큰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란 역시 터키와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최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란이슬람공화국 건국과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베이비붐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이란은 부족한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느라 한동안 고심해 왔다. 하지만 이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등록된 출생 수는 지난 5년간의 평균에 비해 약 22% 감소했다.

이에 수년간 인구억제 정책을 펼쳐 왔던 이란 정부는 최근 출산 장려와 혼인 장려 등 상반된 인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출산 정책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였고,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를 위한 보조금과 대출 혜택, 그리고 자녀당 세금 우대 정책 등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란 정부는 여성들의 높아진 평균 결혼 연령을 지적하면서 이에 따른 불임과 저출산이 인구 정책의 방해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인구 문제에 대한 정책에 일부 국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인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높아진 결혼 연령이 아닌, 빈곤과 실업 그리고 심각한 경제난이라고 꼬집고 있다. 수년간 심각한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이란 국민들에게 세 자녀 이상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의 출산 캠페인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은 문화적으로 가족이 중시되고, 노인 돌봄은 전통적으로 각 자녀와 가정의 책임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역시 일본과 한국 사례처럼 고령화 현상이 곧 보편적인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며, 새로운 보건 및 사회보장 제도의 도입이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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