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사의 고단한 열정페이
약 14%의 사람이 일본 정부가 과로사 기준으로 정한 월 80시간을 넘는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 또 약 64%의 사람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상한 시간인 월 45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의 현실이다.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이 과도한 시간외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초등학교의 수업은 오후 3시30분쯤 끝난다. 학교 운동장은 오후 5시까지 개방되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대다수 초등학교의 교무실은 운동장으로 바로 통하는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수업을 마친 교사는 교무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교사가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교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교사도 퇴근할 시간이다. 하지만 교무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교사의 시간외 근무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간외 근무는 일상... -
종이교과서로 회귀하는 북유럽
2025년 3월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초등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 한다. AI 기반 교과서가 개별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해 학생의 수준과 이해도를 측정한 뒤, 그에 맞는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높일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다수는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로 이미 약화된 학생들의 집중력과 통제력, 문해력이 더 저하될 거라 염려한다.한편 교실의 디지털화에 적극적이던 북유럽 국가들은 종이교과서로 회귀하고 있다. 스웨덴의 학교장관(Minister of School) 로타 에드홀름은 2023년 교육환경의 과도한 디지털화가 교육현장을 망치고 있다며 태블릿, 디지털 학습 등에 의존해오던 교육을 인쇄된 책, 독서, 손글씨 연습 등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해 8... -
중동과 트럼프 2.0시대
트럼프가 돌아온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전 지구적인 파급력이 있지만, 특히 중동 지역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국가들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반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축하 인사 이상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걸프 국가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미국 지원을 받았다. 군사장비 판매와 이란에 대한 강경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7년 트럼프는 사우디와 1100억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걸프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를 적극 반영했다. 이번 승리로 트럼프와 사우디 간의 ‘메가 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과 사우디 양국은 안보협정, 민간 핵 협력, 방위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협약을 추진해왔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사우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준... -
성 바꾸는 것 강요하는 일본
일본에는 결혼 후 성(姓)을 바꿀 것을 강제하는 세계 유일의 부부동성(夫婦同姓)제도가 있다. 여성차별을 상징하는 제도 중 하나다.“나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일본에는 자신의 성(姓)을 바꾸는 것을 거부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21일, 사실혼 상태인 30대 부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구두변론이 열렸다. 부부는 변론에서 “현행 혼인제도는 한쪽이 자신의 성을 바꿀지 결혼을 포기할지를 강요하는 매우 잔혹한 제도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번의 집단소송이 있었지만, 최고재판소(대법원)는 현행 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도 5쌍의 부부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 개정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부부동성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 -
노스볼트의 불투명한 미래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설립된 이래, 노스볼트의 핵심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배터리 원자재 정제, 생산, 재활용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차별점을 앞세워 한·중·일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된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과 스웨덴의 탄소중립, 녹색전환을 이끌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스볼트는 최근 심각한 재정 및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노스볼트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스웨덴 내 인력 1600명가량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노스볼트 직원의 20%, 스웨덴 내 직원의 25%에 해당한다. 이어 10월, 노스볼트는 자회사인 노스볼트 에트 익스팬션 AB(Northvolt Ett Expansion AB)의 확장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확장 계획은 스웨덴 ... -
이·하마스 전쟁 1년이 남긴 것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 비극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난 7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휴전협상의 노력과 전 세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분쟁은 서안지역을 넘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망자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사흘 동안에만 의료진 50명이 사망했으며, 최근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3주 동안 레바논에서의 사상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앞으로 이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를 끊임없이 위협했던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세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란까지, 소위 ‘시아 벨트’와 ‘저항의 축’들에 대한 전면전까지 불사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
기억하려는 자, 잊으려는 자
“강제노동의 역사를 직시하는 유일한 장소이기에 남겨야만 한다.”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28일, 홋카이도(北海道) 북단의 조그마한 마을인 슈마리나이(朱掬內)에 강제노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박물관이다. 새롭게 문을 연 슈마리나이 강제노동박물관의 이야기는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곳에는 고켄지(光顯寺)라는 사찰이 있었다. 신자가 줄어 문을 닫은 사찰의 본당 뒤편에서 이름, 사망 일자 등이 적혀 있는 위패 80여개가 발견된 것은 1976년의 일이다. 이 위패 중에는 조선인의 이름도 여러 개 있었다. 당시 슈마리나이에 건설 중이던 댐과 철도 공사에 3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강제동원되었다. 위패를 처음으로 발견한 도노히라 요시히코 주지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소라치민중사강좌 회원들)은 지역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위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인 50여명의 시신이 공사 현장 근처에... -
가짜뉴스에 취약한 중장년층
지난 7월29일, 영국 소도시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이 영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이민, 반무슬림 폭력 시위로 번졌다. SNS를 통해 용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극우 세력들이 자극을 받아 시위를 일으켰다. 알고 보니 용의자는 이민자가 아닌 영국 카디프 태생의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이슬람 사원과 난민신청자들이 머무는 호텔에 불을 지르고 경찰관을 공격하는 등 폭력적 행동을 벌였고, 일부는 상점 유리창을 깨는 등 약탈까지 감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시위로 수많은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중 일부는 골절과 뇌진탕 등 중상을 입었다. 극우 폭력 시위가 확산되자 이에 맞서 반인종주의 단체들이 여러 지역에서 맞불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리버풀, 노팅엄, 브라이턴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영국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토미 로빈슨에 반대”,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멈추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 -
난민의 꿈, 올림픽 새 역사 쓰다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팀은 메달 순위표 어디에도 없는 이들이다. 바로 37명의 선수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 대표팀이다. 그들은 단순한 참가를 넘어 역사를 새로 썼다. 복싱의 신디 응감바가 올림픽 사상 난민팀 최초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메룬 출신인 그녀는 영국에서 난민 신분으로 살아가며 훈련을 이어왔다. 그녀의 동메달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전 세계 1억2000만 난민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이 메달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난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응감바의 눈빛은 결연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동화처럼 끝나지는 않았다. 태권도의 하디 티란발리푸르. 그는 여성 인권을 외쳐 조국 이란을 등져야 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난민으로 처음 10일을 숲에서 보냈고, 생계를 위해 남의 집 소파에서 3개월을 지냈다. 이란에서 8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였던 그는 난민의 신분으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 -
패전, 오키나와에서는 진행형
8월 중순이 되면 일본은 추석과 비슷한 오봉(お盆) 연휴를 맞이한다. 전국 각지는 귀성객과 여행객으로 붐빈다. 패전이라는 과거를 직시하는 연휴이기도 하다. 8월15일은 ‘종전의 날’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최로 추도식이 열리고 다시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어온다. 아쉽게도 가해국의 책임과 반성은 빠져 있다. 일본인들이 경험한 전쟁의 참상, 즉 피해자로서의 기억만이 전승된다. 하지만 전쟁이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곳도 있다. 오키나와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13일, 오키나와국제대학에서 집회가 열렸다. 올해는 이 대학에 미군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발언에 나선 한 대학생은 “미군에 의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미군기지 문제에 주목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기지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미군기지로 고통받는 오키나와의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오키나와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