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시인
[詩想과 세상] 아침

흐르는 물은 쉬지 않는다.

이제 막 바다에 닿는 강을 위해
먹빛 어둠 뒤에서
지구가 해를 밀어 올리고 있다.

너의 앙다문 입술과 너의
발등에서 태어나는 시간과 사랑과 눈물이
가 닿는 세계도 그러할 것이다.

오늘 하루치의 바람 잊지 않으려고
나뭇잎들이 음표를 던진다. 새가 하늘을 찢는다.

새카맣게 젖은 눈빛 꺾이던 골목에도
쿠렁쿠렁, 힘찬 강 열리고
푸른 햇발 일어서는 소리 들린다.

흐르는 물은 반드시 바다에 가 닿는다.

배한봉(1962~)

시인은 시 ‘육탁’에서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며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고 했다. 삶의 바닥까지 내몰린 사람들은 그 바닥을 쳐야 다시 일어설 희망이 생긴다. 온몸에 피멍이 들더라도 바닥을 쳐야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물이 있는 곳으로 파닥파닥 몸을 밀고 가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닥의 힘으로 살아가는, 바닥에서 바닥을 쳐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입술을 앙다문다.

바닥을 치는 행위에는 힘이 작용한다. 힘에서 힘을 얻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물이 흐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여 가장 낮은 곳에 다다른다. 먼 길을 흘러온 물이 바다에 도착하는 순간 반기듯 해가 뜬다. “사랑과 눈물”로 점철된 인간사도 별반 다르지 않아 “젖은 눈빛 꺾이던 골목에도” 강물이 흐른다. 좌절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찾아온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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