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죄가 없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주류 언론과 정치가 바라보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기승전,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이다.

전 세계적인 부동산 이슈, 주택 시장의 실거래가 폭등, 지난 2년간의 초저금리,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 법과 무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현금의 유동화 수준과 ‘전세의 월세화’ 추세 등등 주거 불안과 충격적인 전세대란을 일으킨 요인들은 넘친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하지만 비난의 화살은 언제나 임대차법을 향한다. 법이 개정된 2020년부터 부동산 시장을 향한 분석은 게으르고 집요했다. 명확한 상관관계나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은 부재하다.

새로 취임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원 장관은 국민들의 불만 및 부동산 시장의 혼란의 원인을 임대차법으로 지목하고, 수차례 폐지 수준의 변화를 예고했다. 2+2년 거주권을 보호했던 계약갱신 요구에 대한 권리를 없애고 임대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조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인센티브 제도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으나, 법적 안정성과 서민 보호라는 측면에서 이미 시행 중인 법을 후퇴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국민들의 생각은 정치와 다르다. 지난달 투데이신문과 글로벌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임대차법을 완화하자는 의견은 겨우 27.4%에 불과했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41.6%였고,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6.2%에 달했다. 세입자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가소유자의 상당수도 현재의 임대차법을 지지하고 있었다.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불안한 주거권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임대차법 개정의 성과는 수치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임대차법 개정 이후 계약 갱신율은 50%에서 70%까지 20%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거주기간도 3.5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집이 제공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감소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사실이 불편할 테다. 임대차법이 유죄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승전, 임대차법’을 통한 효과적인 갈라치기 작전을 사용해야 하는,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사람들. 이들은 임대차법 개정 2년차가 되는 8월에 전세가 폭등이 예상된다며, 되레 임대차법 회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만약 임대차법이 무죄일 경우 정치와 언론은 변명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으나 국민들은, 그것도 세입자인 서민들은 집중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다.

다음달까지도 명확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임대차법 회귀는 전면 백지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및 전세 사기, 고금리 및 물가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과중 등 주거권이 살얼음판 위에 놓인 시기에, 세입자를 압박하는 정책을 당당하게 말하는 비정상적인 정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서민들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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