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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발언대]‘정치 없는 민주주의’
    ‘정치 없는 민주주의’

    사회학자 서동진은 우리가 악순환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광장의 정치가 조직한 힘을, 집권을 위한 에너지로 탕진하며 다시 아무런 사회적 구조 전환이 없는 정권교체를 위한 자원으로 소모하는 악순환을 말한다. 지난 수십년간 제도 정치 내에서 발생한 정치 세력 간 교착상태(집권 세력의 정치적 정당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의 정치가 동원되지만, 결국 희망과 기대를 ‘배반’당하고 정치적 행위의 최종 결과가 정권교체로 귀결되는 반복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문제는 배반일까? 그렇다면 희망과 기대를 배반당하지 않기 위해 요구와 관철의 강도를 높이고 전략을 달리하면 될 일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반은 광장 주체와 요구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필연적이다. 모든 것이 즉각 수용될 리도 없지만, 모든 것을 수용할 수도 없다. 이미 광장의 핵심 의제였던 차별금지법은 ‘경중선후’의 논리로 배반당할 위기에 처했다.우리가 처한 반복의 불행은 수용과 배반을 넘어선다. 광장은 ...

    2025.07.06 20:50

  • [NGO 발언대]지워진 노점상의 ‘몫소리’
    지워진 노점상의 ‘몫소리’

    올해도 ‘반빈곤연대활동(빈활)’이 열렸다. 도시 빈민과 청년·학생이 연대하는 이 기획은, 도시에서 자리를 잃고 쫓겨난 홈리스·철거민·세입자·노점상의 삶에 공감하고, 더 나은 도시를 상상해보는 시간이다. 빈활에 참여한 이들은 노점상과 좌판을 펴고 장사를 돕는다. 거리 한복판에서 삶의 무게를 마주하며 묻게 된다.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거리까지 밀려나는가. 단속은 이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가.지난 22일 경향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년간 동대문 거리 점유한 불법 노점, ‘가게 실명제’로 OUT>. 기사 배경은 작년 빈활이 열린 동대문구 일대다. 그중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는 기억에 선명하다. 지난여름, 청년과 노점상들이 함께 장사하던 날, 명찰을 단 구청 직원이 다가왔다. 경고를 쏟아내는 그에게 노점상은 지지 않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거리했다. 긴장이 거리에 내려앉았다. 동대문구는 서울시 최초로 ‘노점 단속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를 도입...

    2025.06.29 20:51

  • [NGO 발언대]74.1%에 갇힌 청년, 마이크는 어디에 있나
    74.1%에 갇힌 청년, 마이크는 어디에 있나

    예상 가능했던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보다 더 뜨거웠던 건 ‘청년’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출구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의 비율이 74.1%에 달하자 이목이 집중됐다. 내란에 동조하거나 생중계 토론회에서 저열한 혐오 발언을 내뱉은 후보들이었기에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가”를 묻는 분석들이 쏟아졌다.‘청년’은 잊을 만하면 다시 호출되는 단골 소재였다. ‘n포세대’와 ‘수저론’에 이어 ‘공정’과 ‘영끌’ 같은 말들로, 소수의 성공 신화가 청년 전체의 이야기인 양 포장되던 시절도 있었다. 한동안은 ‘청년팔이’의 효용이 다한 듯 보였지만, 탄핵 정국에서 2030 여성들이 주목받은 데 이어 2030 남성에게 시선이 쏠린다. 다시금 ‘청년’이 ‘장사’가 되는 모양이다.우려스러운 점은, 청년 담론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정작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청년들이 극우화가 됐는지, 한마디씩 얹는 이들은 대부분 ‘전문가’를 자처하는 중장년층...

    2025.06.22 21:04

  • [NGO 발언대]그래도, 해피 프라이드
    그래도, 해피 프라이드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사람들의 땀이 흘러도 행사장에 물밀듯이 밀려드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무지개 아이템으로 자신을 한껏 꾸미고 나온 사람들은 신나게 춤췄고, 낯선 이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인파가 찾았다.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광장은 물론 영화제를 개최하는 공간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라는 올해의 슬로건처럼 참여자들의 열정만큼은 꺾을 수 없었다. 비록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했더라도, 서울 어디서든 성소수자 자긍심이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자긍심, 곧 프라이드는 차별금지법 없는 일상에서 나를 지키고, 세상에 맞서는 힘이기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강해지고, 혐오에 대항하는 과정에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특히 올해는 윤석열을 탄핵한 광장을 시민들이 경험했기 때문에, 예년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퀴어문화...

    2025.06.15 20:55

  • [NGO 발언대]‘내란 세력 대 민주주의’ 구도 바깥을 보라
    ‘내란 세력 대 민주주의’ 구도 바깥을 보라

    이재명 대통령은 5개 재판을 쌓아두고 있다. 재판을 이어갈지, 중단할지는 각 재판부 재량에 맡겨져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법원이 조속히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을 압박하거나 사법 리스크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 적용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 등이 추진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일 통과된 내란 특검법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까지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한 실력 행사는 큰 우려를 낳는다.“합법적인 권력의 자기 절제, 이것이 민주주의의 요체”(이관후)라는 말처럼 입법·행정 권력을 모두 가진 새...

    2025.06.08 21:01

  • [NGO 발언대]6월3일은 ‘무주택자의날’이다
    6월3일은 ‘무주택자의날’이다

    33년 전인 1992년 6월3일, 1000여명의 세입자가 모였다. 전월세 폭등으로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뒤였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고 피켓을 들었다. “엄마, 우리 또 이사 가?”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세입자들은 선언했다. “더 이상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사회를 만들자.” 그렇게 ‘무주택자의날’이 제정됐다. 세입자들의 외침이 여전히 메아리치는 2025년의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이례적인 대선이다. TV토론에서 주거 공약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제1당과 제2당, 양당이 공공임대주택의 구체 공급 계획을 밝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선이기도 하다. 양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반면 세입자 권리 보장이나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복지 정책은 공약의 변두리에 머무른다.반지하·고시원·쪽방 등에 거주...

    2025.06.01 20:44

  • [NGO 발언대]선언 위주의 약속들, 또 5년을 잃을 것인가
    선언 위주의 약속들, 또 5년을 잃을 것인가

    다음주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탄핵 이후 시간이 빨리 흘러서가 아니라,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임에도 정책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두 번의 TV토론까지 마친 지금, 남은 일주일 동안 공약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들지 않는다.전세사기 대응 공약만 봐도 그렇다. 아예 관심조차 없는 내란 정당의 후보는 차치하고, 이재명 후보가 내건 ‘보증제도 개선’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은 구체성이 너무 부족하다. 다양한 피해 유형을 반영한 구제안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 전세사기는 건설·금융·세금·법률이 얽힌 구조적 문제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여러 관계 부처의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공약은 여전히 국토교통부 중심 대응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 정부처럼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아 피해가 반복되는 일을 막으려면, 보다 더 전향적인 정책 기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후보가 직접 강조한 정책이...

    2025.05.25 20:39

  • [NGO 발언대]성소수자에겐 차별금지법이 방탄복이다
    성소수자에겐 차별금지법이 방탄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방탄복’을 입고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했다. 선거운동을 할 때도 피습 위험이 있어 유권자와 거리를 두었고, 급기야 저격용 소총이 밀반입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누군가의 신변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방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같은 날, 21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10대 공약이 발표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를 제외하곤 ‘성평등과 인권’ 공약은 사라졌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광장의 ‘사회 대개혁’ 요구는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종교계 반발을 이유로 ‘사회적 합의’가 되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있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고, 그 합의라는 과정마저 위임해 버렸다. 차라리 민주당 내부의 합의가 부족했고, 그동안 정치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편이 더 솔직해 보인다. 이는 무관심을 넘어 무책임이고, 정치가 해야 할 역할마저 포기한 것과 같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의지’의 문제지만, 이 후...

    2025.05.18 19:48

  • [NGO 발언대]대통령의 ‘권한 분산’ 절실하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 절실하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통령 선거가 순탄치 않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 판결한 탓이다. 절차와 시기 모두 부적절했다. 대법원은 파기자판을 통해 ‘즉각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개입 의지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 대법원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다행히 서울고법이 재판을 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당장 극한 갈등은 봉합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속도전은 선거 이후에도 재판을 이어갈 것이란 포석으로 읽힐 수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헌법 84조 문제도 남아 있다. 법 조항에 대한 해석이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다른 한편, 대법원의 행위는 사법부에 의해 선거가 교란되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거는 인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우리 공동체 구성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다. 더군다나 법의 지배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주의 민주공화국에서 최종 심판자인 사법부의 ‘정치적’ ...

    2025.05.11 20:08

  • [NGO 발언대]의료급여 개악을 멈춰라
    의료급여 개악을 멈춰라

    보건복지부가 가난한 이들의 최후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용 절감의 칼날을 댄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급여 제도 개선방안’은 지난해 거센 반발로 무산된 개정안보다 후퇴했다. 주 내용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외래 이용 시 정액제(최대 2000원)였던 본인부담금을 정률제(최대 8%)로 바꾸는 것이다. 최대 20배 늘어나는 의료비는 수급자에겐 날벼락이다. 복지부는 진료 1건당 상한 2만원 제한을 덧붙였지만, 근본적 부담 완화는 아니다.‘불필요’한 의료 이용 억제를 위한다지만 이는 의도적인 착시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달리 의료급여 수급자 대부분은 건강이 나빠 일을 할 수 없기에 그 자격을 얻는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장애인·노인·만성질환자 비율이 높아 병원 이용이 잦을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이러한 사실을 쏙 뺀 채 건강보험 가입자와 1인 의료비를 단순 비교해 수급자를 도덕적 해이로 몰고 있다.현재 의료급여 체계도 불충분하다. 2021년 기...

    2025.05.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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