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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발언대]우리는 긴 겨울의 입구에 서 있는가
    우리는 긴 겨울의 입구에 서 있는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3년 만에 핵실험 재개를 지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곧장 상응하는 대응을 예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핵무기를 유럽 동맹국에 배치하는 핵 공유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통제 바깥에 놓여 있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력을 증강(SIPRI 2025연감)하고 있고 일본은 그동안 지켜온 ‘비핵 3원칙’을 흔들며 재무장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일본 총리실 고위간부는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군축의 마지막 안전판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마저 새로운 합의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내년 2월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수십년 만에 핵무기가 세계 정치의 전면에 재등장한 것이다(WSJ).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강대국 주도의 핵 경쟁 심화는 주변국들을 어떤 식으로든 연루시킬 것이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를 아시아·태평...

    2025.12.28 19:59

  • [NGO 발언대]홈리스를 두려워하는 사회
    홈리스를 두려워하는 사회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본 이라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망설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박스 위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신문을 읽는 홈리스 앞을 지나며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문제는 해명되지 않은 감정의 갈피가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은 이 감정을 손쉽게 공포와 혐오로 규정한다. 치안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 전 동대문구는 ‘쾌적한 청량리역 광장 조성’을 명분으로 시민 설문을 진행했다. 광장에 대한 불만족 항목을 묻는 해당 설문에는 노숙인과 쓰레기를 등치시키는 문항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서울역 광장을 금연·금주 구역으로 지정 및 지정 계획하며, 서울역에 머무는 홈리스를 겨냥한다. 노숙 문제를 술과 연결짓는 진부한 통념의 반복이다. 두려움은 그렇게 제도로 고착된다.왜 제도화된 두려움 뒤에 누구의 안전은 빠져 있는가. 홈리스 아웃리치 활동을 하며 나는 이 질문을 곱씹었다. 공공 공간의 치안과 안전을 말...

    2025.12.21 20:09

  • [NGO 발언대]행정의 착시 속 숨겨진 숫자들
    행정의 착시 속 숨겨진 숫자들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었다. SNS에는 연초에 세운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 돌아보는 글들이 올라온다. 개인도 이렇게 1년을 정산하는데, 정부 역시 한 해 동안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할 테다. 그리고 매년 빠짐없이, 정부는 높은 성과 달성률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다만 발표된 수치만큼 우리의 일상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는 늘 의문이 남는다. 숫자 뒤에 가려진 행정의 착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이를테면 과거 한 참여 거버넌스 사업에서는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했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정책이 정해진 상태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결과물인 것처럼 포장된 사례가 있었다. 청년 10명 중 3명이 이른바 ‘쉬었음’ 상태에 놓인 현실을 해결하는 데에도 비슷한 방식이 동원될 수 있다. 양호경에 따르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대신, 구직 지원금 등을 통해 청년을 ‘구직 중’ 혹은 비정규직 상태로 전환하면 통계상으로는 상당수가 ‘쉬었음’을 벗어나게 만들 수...

    2025.12.14 19:56

  • [NGO 발언대]인권위, 세계인권선언 77주년 기념할 자격이 있는가
    인권위, 세계인권선언 77주년 기념할 자격이 있는가

    불편한 초대장이 도착했다. 10일 열리는 세계인권선언일 기념식에 초청한다는 내용으로, 초대자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우리의 걸음을 되돌아보는 자리’라고 소개했지만, 공허하다 못해 비아냥거리는 듯했다. 내란 옹호 세력을 비호하고, 성소수자 차별·혐오에 앞장서 온 인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도 모자라 성소수자 관련 진정 사건에도 부당 개입하며 인권을 훼손한다고 지적받는 사람이 초대장을 보내다니,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이 또 어디 있겠는가.지난 1년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주의·인권을 지키려 광장에 나선 시민들은 다름과 차이에 빛으로 화답했고, 차별·혐오 없는 사회가 곧 민주주의의 완성임을 이야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윤석열을 퇴진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엄과 권리의 주체로서 민주주의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는 사실 또한 확인했다.여전히...

    2025.12.07 20:25

  • [NGO 발언대]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

    201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퇴행 경향은 안에서부터 잠식하는 ‘내파’의 형식이다. 그러나 1년 전 ‘제왕’이라 착각했던 이가 벌인 자기파괴적 결단은 민주주의를 ‘외파’하는 시도였다. 내파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적 수단에 의해 벌어지며 헌정을 타락시키는 만큼 위헌·위법함을 따지기 쉽지 않다. 반면 외파는 결단주의적 이상으로 폭력적 수단에 의해 벌어지며 헌정 자체를 중단시키기 때문에 꽤 명확하다. 그만큼 해결 방향도 선명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불행을 단순하게 외파 사건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외파 시도 직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우리 정치는 비토크라시에 준할 만큼 극한대립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거부권과 탄핵 등 주어진 권한의 최대치 활용을 반복하던 행정권력과 의회권력 간 충돌은 민주주의를 안에서부터 잠식하는 것이었다. 파괴적 양극화는 지지자들을 넘어 온 사회를 휘감았고 민주적 규범 붕괴에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법원을 장악하거나 특정 세력에 유리...

    2025.11.30 20:10

  • [NGO 발언대]도시 한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을
    도시 한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을

    2021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주택 임대 기업들이 소유한 24만호의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자는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당시 베를린의 월세는 10년간 2배나 치솟았고, 집은 소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다수 시민의 안전과 평안을 위협하는 구조에 분노한 베를린 시민들은 “집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 집값 폭등과 주거불안이 일상이 되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다. 부업과 투자에 뛰어들고, 대출을 짊어지고, 불안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며 버틴다. 그러나 이 풍경은 도시의 주거정책이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치적인 증거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도시를 위해 공공성을 확장하자.그러나 서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공공의 땅을 민간에 매각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그중 핵심은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이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약 50만㎡ 규모의 이 땅은 코레일·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정부부처가 소유한 ...

    2025.11.23 21:40

  • [NGO 발언대]성장의 환호 다음으로 연대의 시계를 다시 맞추자
    성장의 환호 다음으로 연대의 시계를 다시 맞추자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주식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호재로 반응했다. 경기 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인도 정치인도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해보자. 이런 호재에도 우리의 일자리·주거·육아·노후 불안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뉴스를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국가가 나름대로 잘나가는 시기라면, 그 힘이 있을 때야말로 미래를 준비할 적기이지 않을까?”올해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진행한 ‘광장 밖 청년 100인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꼽은 불안 요인 1순위는 ‘인구구조’였다. 노동인구는 빠르게 줄고 부양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일자리도, 집도, 미래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의 위기감은 감정적 과장이 아...

    2025.11.16 21:55

  • [NGO발언대]트랜스젠더 청년에게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트랜스젠더 청년에게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지난 4일 ‘트랜스젠더 청년 긴급 생활비 지원사업 지원 증서 수여식’이 개최됐다. 트랜스젠더 청년들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변희수재단이 준비한 자리였고, 총 8명에게 그 기회가 주어졌다. 선정자 모두 심사 과정에서 보였던 긴장감을 떨치고 안도감을 느끼는 듯 환하게 웃고, 서로 축하와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좌절을 느낄 법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그런지 이름이 불릴 때마다 힘찬 박수 소리와 환호가 가득했다.다시 일어서고 싶어도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 고 변희수 하사가 경험했던 일상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군인이라는 신분을 박탈당했을 때 청년 변희수는 잠깐의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무능한 것은 아닌지 속상해했고, 무너진 자존감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그래서, 2024년부터 시작된 ‘트랜스젠더 청년 긴급 생활비 지원사업’에는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청년들이 변희수 ...

    2025.11.09 22:12

  • [NGO 발언대]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제국’은 없다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제국’은 없다

    지난 7월 김민석 국무총리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제국적 사고다. … 우리는 제국을 해본 적이 없다. 늘 식민주의만 했다. … 공격적인 관점을 가질 때가 됐다”는 발언은 작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제국적 사고’라는 도발적인 주장은 일종의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임지현)에 사로잡힌 피해자 지위에서 벗어나 질서를 주도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는 원대한 포부로 선해됐다.사실 식민통치를 겪은 우리 공동체는 ‘다시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부국과 강병을 이루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담론에 취약하다. 피해자 서사는 언제든 지배자 서사로 전환될 수 있다. 진보와 보수가 화해 불가능한 적대관계인 듯 싸우지만, 우리 역사에서 주류 정치세력들은 공히 후발국가로서 추격을 통한 근대의 달성, 즉 제1세계로의 편입을 목표로 해왔다. “군사력 5위, 경제력 10위권 선진 민주국가로 우뚝 섰다”는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트럼프의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MAGA 제국...

    2025.11.02 20:14

  • [NGO 발언대]빈민을 없애면 빈곤이 사라질까
    빈민을 없애면 빈곤이 사라질까

    홍합에 쌀을 넣고 쪄낸 미디예 돌마는 튀르키예 길거리 명물이다. 의자에 널빤지를 얹고, 반질반질한 홍합과 레몬을 한 무더기 쌓아둔 노점은 이스탄불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식당에서도 팔지만, 진짜 맛은 길 위에서 난다. 몇개째인지 모를 미디예 돌마를 먹던 중, 등 뒤에서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노점상은 순식간에 좌판을 해체해 들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나는 홍합을 문 채 거리에 얼어붙었다. 먹고살기 위한 자리가 법의 눈을 피해 달아나야 하는 현실. 그 장면이 서울의 어느 새벽과 닮았다.지난 9월, 서울 광진구청은 건대 입구의 명물이던 노점거리를 철거했다. 거리를 지나는 이들이 떡볶이로 배를 채우고, 줄 서서 타로 점괘를 보고, 기념일이면 꽃다발을 만들어가던 곳이다. 새벽 3시, 철거용역과 공무원 350명이 노점박스를 뜯었다. 법적으로 금지된 심야 집행이었다. 계고도 없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노점상들은 지게차를 가로막고, 포장마차를 붙잡았다. 노점상들...

    2025.10.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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