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시인
[詩想과 세상] 달의 기도

동쪽 하늘에서만 본 사람은
서쪽 하늘 새벽 보름달 모른다
마음에 상처 지우는 것이
병 앓는 것과 같다는 것 모르듯

그러나 우리 숲으로 가면
꽁지 들썩이며 새소리 내듯
화관 쓴 신부가 되어
도둑처럼 찾아오는 밤 맞이할 수 있다

둥실 보름달 내리는 이불 휘감고
바람도 깃 다듬어 숨죽이는
해독할 수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
새벽달 보며 하루 여는 것이다

박소영(1955~)

우리는 동쪽에서 떠오르거나 허공에 떠 있는 달은 종종 보지만, 서쪽으로 지는 달은 거의 못 보고 산다. 그 시간에 잠을 자거나 달이 일찍 지기 때문이다. 달은 한 달 주기로 그믐에서 보름, 다시 그믐으로 모양을 달리한다. 우리가 보는 달은 똑같은 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달의 앞뒷면을 다 보는 양 착각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한쪽 면만 보고 그 사람을 속단하고 재단한다.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고도 인식하지 못한다.

혼자 상처를 삭일 수도 있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들 속에서 치유해야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 삶이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는, 늘 곁에서 위로해주는 건 결국 부부다. 집 밖의 세상은 이미 병들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의 숲”에 들면 달은 기도처럼 스며 비춰준다. 함께 밤을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 “해독할 수 없는 세상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건 ‘사랑의 힘’이다. 그 힘으로 중독된 하루를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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