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밖 인구 감소와 산문 안 출가자 감소

보일 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하고, 연결되어 존재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살다 보면 쉽사리 잊게 된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맥락에서 그 연결과 의존이 확인될 때가 있다. 상관없어 보이는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도 어느새 우리의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 반대편 세상에서 겪는 고통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결국 모두의 문제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다.

보일 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

보일 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

대승경전 중 <유마경(維摩經)>에서는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등장한다. 유사거사는 자신에게 생긴 병의 원인을 묻는 문수보살에게 “아득히 먼 과거부터 삶과 죽음을 거치면서 중생이 병들었기에 나도 따라서 병이 든 것입니다. 그러니 중생이 치유된다면 나도 따라서 치유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0.84, 이 숫자가 뜻하는 바는 대한민국의 출생률이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더니, 올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총인구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30년 뒤에는 5000만명 이하로, 50년 뒤에는 3000만명 이하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마저도 별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기본적인 추세를 반영한 결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순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는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수백조원의 예산을 지출한 상태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이른바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 가능 연령이 감소한다는 것인데, 2020년 기준으로 72%였던 것이 50년 뒤에는 46%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달리 말해 2000만명 정도의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구절벽’에 직면한 것이다.

인구 감소 현상은 이른바 ‘벚꽃 엔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사회의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군대, 기업 등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이 문제가 미치는 영향은 깊은 산속에서 출가 수행자들을 교육하는 전통사찰승가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머무는 가야산 해인사승가대학도 이와 마찬가지의 문제에 맞닥뜨려 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사찰 승가대학(구 전통강원)에서 공부하는 학인 스님들의 수가 100명을 넘을 정도였다. 당시는 사찰의 수용 가능 공간에 비해 인원이 많아서 심지어 대방에서 취침할 때는 옆으로 돌아누워 자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 학년을 통틀어 30명을 겨우 넘기는 정도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해인사가 이 정도이니, 다른 소규모 사찰승가대학이 겪는 상황은 쉽게 예상이 된다.

해인사는 올해로 산문을 연 지 1220주년을 맞이한다. 달리 말하자면, 신라 802년(애장왕 3년), 이 땅 한반도의 가야산 자락에 순응과 이정 두 스님의 원력에 의해 해인사가 창건된 지 1220년이 되는 해이다. 수백년이 아니라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장소와 공간에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1200여년 동안 대를 이어 수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치 꺼뜨려서는 안 되는 등불을 전하듯 소중하게 그 유무형의 가치를 세대와 세대에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만약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에는 최소한의 사찰 운영과 승가 공동체의 구성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고, 공동체의 존속마저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처럼 세간의 인구 감소는 승가의 출가자 수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 영향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그 폭도 가파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 밝은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고 삶의 가치를 찾아 산으로 출가를 감행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신기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보다 출가 연령이 높아지긴 했지만, 20대와 30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심지어는 10대 후반의 출가자도 있다. 갈수록 출가자가 귀해지고 있어, 출가자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쏟고 공력을 들이고 있다. 더욱 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재원과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숨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렸을 적에는 출가하면, 산문 밖의 세상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는 줄 알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산문 밖에서 들려오는 인구 감소 문제의 심각성이 산문 안의 출가 감소 현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상사가 서로 의존하고 연결되어 있음을 더욱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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