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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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수신의 정치는 난망한가

    수신의 정치는 난망한가

    한겨울 산중에 눈이 내리면 산길보다 들길을 걷는다. 흰 눈을 맞으며 사람 사는 마을과 푸른 산을 바라보면 온몸이 청신하게 시린다. 눈 덮인 들길을 걸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조선 후기 문신 이양연의 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숙고했던 시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과 ‘뒷사람의 이정표’를 되새긴다. 이 세상은 나와 이웃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화엄경에서는 모든 생명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물코라고 표현한다. 상호의존하는 생명의 이치로 우리 모두를 살펴보면 나는 곧 너의 나이고, 너는 곧 나의 너이다. 이런 생명의 연결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의 생각과 행위가 그대로 이웃에게 영향을 미치기...
  • [사유와 성찰]구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출발

    구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출발

    유시민 작가 말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당시 ‘이것은 국헌문란이며 내란이다’라고 외친 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국가 안위를 다루는 국무위원과 국방을 책임진 최고위 장성들이었다. 명문대와 사관학교 출신 또는 외국 유학을 경험했거나 학생을 가르친 엘리트들이며, 국민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자들이었다. 그러나 마비된 판단력으로 전 국민 경전인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공복을 자처한 자들이 주인을 배반했다.우리는 전도된 현실을 목격한다. 국법 파괴자가 오히려 철옹성을 쌓고 법 운운하고 있다. 하수인들은 국격 추락의 원인인 윤석열은 제쳐놓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한 온갖 구실을 찾고 있다. 거짓말, 은폐와 왜곡, 위선과 허위, 기회주의, 적반하장. 참으로 추하고 비열하다. 2030의 MZ세대는 그들을 질타한다. ‘국가는 국민을 버릴지언정 국민은 국가를 버리지 않는다’ ‘대구와 ...
  • [사유와 성찰]명랑하게 저항하는 사람들

    명랑하게 저항하는 사람들

    “이름도 모르는, 이름을 알 수도 없는, 알고자 할 필요조차도 없는 씨알 여러분! 하늘의 맑음, 땅이 번듯함 속에 안녕하십니까? 물의 날뜀, 바람의 외침 속에 씩씩하십니까?” 함석헌 선생이 ‘씨알의 소리’ 1974년 6월호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인사말이다. 긴급조치가 발령되어 엄혹했던 시기, 모두가 숨죽이고 살 수밖에 없던 때 그는 독자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냥 잘 있느냐는 인사가 아니라 정신이 살아 있냐고 묻는 것이다. 그때로부터 꼭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인사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으밀아밀 계엄을 모의하고 실행한 이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어둠은 치밀하고 끈질기고 강고하다.하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물의 날뜀, 바람의 외침 속에서 씩씩하게 일어선 이들의 존재가 그 증거다. 차가운 강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12월의 광장으로 달려 나온 이들은 역사의 맥박이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숫접은 젊은이들은 엄숙하...
  • [사유와 성찰]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참으로 길고 긴 밤이었다. 한밤중에 국회를 지켜야 한다며 집을 나선 시민들부터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 그리고 뉴스와 영상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던 국민들까지 누구 하나 편안히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 말 그대로 충격과 분노, 그리고 안도감이 파도처럼 번갈아 밀려왔다. 만약 조금이라도 의결이 늦었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이 무렵 국회 안팎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야밤에 국회로 달려나온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서고 둘러싼 것이다. 시민들은 위법한 비상계엄을 거부하며 계엄군들의 총부리 앞에서, 장갑차 앞에서 비폭력으로 저항했다. 어떻게 시민들은 그 짧은 시간에 국회로 모일 수 있었을까. 그들은 무슨 용기로 무장한 계엄군들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세대를 불문하고 엄동설한에 밤마다 거리로 나와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소추를 외치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열흘 전...
  • [사유와 성찰]또다시 백성이 나섰다!

    또다시 백성이 나섰다!

    4일 오전 1시쯤 나는 후배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TV를 켰다.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 분노는 백성을 지키라고 준 군통수권을 반역의 총칼로 사용한 어리석음에 대해, 슬픔은 백성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운명 때문이었다. 후배가 요청한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의 성명서를 썼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를 행한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백성이 국가의 살림을 맡긴 자가 오히려 도둑이 되고, 반역자가 된 이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헌정질서 파괴는 물론 민주주의를 말살하기 위한 불법 계엄령을 선포한 그 대가는 마땅히 하야이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 하루라도 지체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온 국토를 뒤덮을 것이다. 헌법을 준수한다는 대통령 취임선서 내용을 심각하게 위반한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자격을 상실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로 끝을 맺고 오전 5시쯤에 보냈다.출근길에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어떻게 쌓아올린 민주주의인데 한순간 붕괴될...
  • [사유와 성찰]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들

    “속도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왜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냐는 질문에 30대 초반의 한 젊은이가 한 대답이다. “그 속도에 맞춰 살려다 보니 스트레스는 심해지고 자존감은 날로 줄어들더군요. 이렇게 살다가는 삶의 지향을 잃은 채 부유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늦기 전에 내가 잘할 수 있고 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싶었어요.” 그는 고심 끝에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향에 돌아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조금도 후회가 없었다. 경쟁에서 밀려나 억지 춘향으로 낙향한 것이 아니기에 비애감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생텍쥐페리는 삶에는 해결책이 없고 밀고 나가는 힘만 있다고 말했다. 그 힘을 만들어낼 때 해결책이 뒤따라온다는 것이다.삶의 속도를 늦추자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눈에 띄었다. 고향은 그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서울에서 만난 벗들의 소비 수준을 따라갈...
  • [사유와 성찰]폭력의 시대와 동안거

    폭력의 시대와 동안거

    전쟁은 생명은 물론 삶의 터전까지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 증오와 원한의 통곡 소리가 하늘을 뒤덮고 보복이 보복을 낳는 끔찍한 살육이 반복된다. 나름의 명분으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면서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모는 가운데, 그들은 결국 폭력을 강요당하거나 폭력의 희생자가 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폭력의 광기는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폭력의 공포에 떨며 고통받고 있다. 물론 모든 전쟁은 언젠가 끝이 올 것이다. 하지만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한 인간성과 상처받은 영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을 것이며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도네츠크, 가자지구, 텔아비브, 베이루트 등지의 하늘에는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 이어지고 있고,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은 이란, 레바논, ...
  • [사유와 성찰]하늘과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하늘과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1980년대 민주화를 이끌던 대학가의 대자보와 시국성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판 내용은 민주주의 붕괴, 법치주의 훼손, 몰락하는 경제, 권력사유화, 역사퇴행, 불공정과 비상식, 전쟁위기 등 국가 전체 차원에서부터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수수, 국회법안 거부, 검찰권력 사적 이용, 채 상병 사망사건, 뉴라이트 인사, 이태원 참사, 공천개입 등 구체적인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가권력의 모든 부패상을 보는 것 같다. 지성사회가 일어섰다는 것은 국가위기의 징후를 탐지했다는 신호다. 사태의 원인은 민주주의의 결함에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현 대통령의 능력과 자질에 있음을 알 수 있다.핵심은 도덕성이다. 왕조국가 조선이 무려 50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조상들이 강조한 수기치인(修己治人)과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전통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리론(主理論)을 편 이황은 기대승과의 사단칠정 논쟁에서 이기불상잡(理氣不相雜)의 논리로...
  • [사유와 성찰]여백을 창조하는 사람들

    여백을 창조하는 사람들

    사사건건 피새를 부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성격 탓이려니 하고 그저 웃어 넘겨주기 힘들 만큼 조급하고 날카로워 주변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들은 말과 표정으로 불화를 솟쳐 올린다. 이런 이들을 일러 성경은 ‘자기들의 수치를 거품처럼 뿜어 올리는 거친 바다 물결’이라고 말한다. 이들 속에 오래 머물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즐거운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중력처럼 우리 마음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자기의 옳음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 사로잡힌 이들일수록 다름에 대한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기가 세운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비난하고 배척한다. 다면적, 다원적, 유기체적 사고가 멈출 때 세상은 성격들 사이의 전장이 된다. 온기 없는 곳에서 생명은 자라지 못한다.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알을 발 위에 올려놓고 따뜻한 깃털로 알을 품는다.아일랜드 작가인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다사로운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가난하고 무책임한...
  • [사유와 성찰]팔만대장경과 노벨 문학상

    팔만대장경과 노벨 문학상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작가 한강이 선정됐다는 보도에 온 국민이 놀라고 기뻐하면서 축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곧이어 러시아의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도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받게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발표 후 며칠이 지나도록 흥분과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수상자인 한강과 김주혜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저력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을날 저녁 전해진 희소식에 사람들은 가뭄에 단비를 맞이한 듯 자기 일처럼 흥분하며 설레는 마음을 주고받는다.가야산 산골 깊숙이 자리 잡은 해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인사승가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인 스님들에게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놀라운 소식이었다. 필자는 현재 승가대학에서 학인 스님들의 설법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학인 스님들이 대중 앞에서 설법을 할 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수업이다. 그 설법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설법안을 작성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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