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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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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모든 것 다주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모든 것 다주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양질의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자란 아이들은 웬만한 잔병은 걸리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 배를 곯아 영양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병에 잘 걸린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마음에 뒷심이 있어서 웬만한 어려움은 여유롭게 넘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사리 좌절한다.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철철이 보약, 끼니마다 고기를 과다하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자칫 큰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과다한 사랑, 지나친 물질적 풍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다 해주는 과보호는 아이를 망가뜨린다.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흔히 문제아로 여긴다. 개중에는 밤이면 폭주족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배달 청소년들을 모두 문제아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하는 아이들은 거친 이미지와 달리 어렵게 번 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건전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상담가들에 따르면 진짜 심...

    2026.07.16 19:52

  • [사유와 성찰]에덴의 동쪽에 세워진 고향
    에덴의 동쪽에 세워진 고향

    에덴 이후 태어난 최초의 인간 가인은 불행하게도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다. 성경은 그 비극의 원인을 단순한 충동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가인은 동생 아벨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견딜 수 없었다. 살인을 저지른 가인은 더 이상 그 땅에 머물 수 없었다. 무고한 피가 스며든 땅을 떠난 그는 “여호와 앞을 떠나 에덴의 동쪽 놋 땅에 거주하였다.”(창세기 4:16)‘놋(Nod)’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동사 누드(nud)에서 왔다. ‘유리하다’ ‘떠돌다’ ‘흔들리다’란 뜻이다.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인간 실존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놋은 지도 위 한 지역이라기보다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인간이 살아가는 영적 주소와도 같다. 사랑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머물 곳을 잃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늘 우리 역시 에덴의 동쪽에 살고 있다.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시대를 지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마음은 더 빈곤해졌다. 끊임없이 ...

    2026.07.09 20:12

  • [사유와 성찰]민주주의는 왜 영웅을 경계하는가
    민주주의는 왜 영웅을 경계하는가

    절집에 온 벗들과 차담을 나누다 보면 종종 정치가 화제에 오른다. 그런데 평소 합리적이고 신중한 사람이 정치 이야기 앞에서는 특정 인물에게 깊이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정책 판단보다 인물에 대한 신뢰가 앞서고, 때로는 그의 잘못마저 정당화하며 비판은 힘을 잃게 된다. 왜 우리는 한 사람에게 자신의 열망을 투사하고, 그를 시대의 구원자로 떠받들게 되는 것일까.이러한 대중 심리의 원형은 로마 공화정 말기에서도 발견된다. 정치적 혼란이 깊어지던 시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탁월한 카리스마와 정치적 역량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제도보다 개인에 대한 신뢰가 커질수록 공화정의 토대는 흔들렸다. 권력의 중심이 한 사람에게 기울면서 법과 절차는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의 영향력은 공동체를 결속시켰지만, 동시에 민주적 질서를 약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영웅을 갈망하는 대중 심리는 오늘날에도 반복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미래를 책임져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 ...

    2026.07.02 20:00

  • [사유와 성찰]월드컵으로 세계평화는 가능한가
    월드컵으로 세계평화는 가능한가

    지구상에 축구만큼 인류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스포츠가 있을까. 공격과 방어, 전략과 전술,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눈물은 집단 스포츠의 공통점이다. 이 위에 축구는 동물적 감각을 총동원한 원시적이고 집단적인 전투체제를 갖추고 있다. 적대 감정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사냥감인 공을 적진 깊숙이 몰아넣는 쾌감은 선수 자신은 물론 관중을 광적으로 열광케 한다. 산업혁명기에 노동력 증강을 위해 장려한 축구는 서구의 헤게모니가 축소되는 판에도 가장 보편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비상하는 두 날개는 올림픽이 그렇듯이 국가와 자본이다. 한때 스포츠는 강대국에 억압당하는 상황에서는 민족주의를 내세운 저항의 수단이기도 했다. 지금은 정치가들이 자신의 권력 강화나 무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는 수단이 되었다. 스포츠의 국가 대결엔 애국주의가 지배한다. 감독과 선수, 스태프는 전쟁터에 내몰린 군인들이다.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 극단의 경우, 선수와 가족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

    2026.06.25 20:21

  • [사유와 성찰]가정은 외계인이 모여 사는 곳
    가정은 외계인이 모여 사는 곳

    본당신부로 처음 부임한 신부가 냉담(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신앙에 무관심한 상태를 지칭하는 교회 용어) 중인 신자들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중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 교우는 신학을 독학했는데 그 수준이 상당해 교리 논쟁에서 항상 이겼다. 그래서 역대 신부는 방문을 꺼렸지만 새로 부임한 본당신부는 신학에 자신 있는지라 가장 먼저 그 교우의 집을 찾아가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성당으로 이끌어낼 요량이었다.방문 전날 신부는 밤늦도록 교리서를 다시 훑어보고, 예상 질문들을 뽑아 답변을 정리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날이 밝자 신부는 몇몇 신자들을 대동하고 냉담 교우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굳게 닫혀 있을 줄 알았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냉담 교우는 방석까지 깔아놓은 채 다소곳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 밖 환대에 신부는 더욱 의기양양해졌고, 함께 온 신자들은 ‘새 신부님의 내공이 대단한가 보다’ 하며 감탄했다.신부는 거만하게 물었다. “언제쯤 성당에...

    2026.06.18 19:54

  • [사유와 성찰]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

    레오 14세 교황이 발표한 새 회칙 ‘고귀한 인류’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회칙은 그 시대의 중요한 영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을 담은 문서이다. ‘고귀한 인류’에 담긴 “AI를 무장해제해야 한다”는 선언은 다소 충격적으로 들리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알고리즘의 완벽함에 길들여져 스스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현대 인류를 향한 엄중한 경고이다. 무장해제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은 기술 권력자들이 호모 데우스가 되어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AI 시대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왔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알고리즘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읽으며, 어떤 선택을 해야 효율적인지 계산해준다. 질문을 던지면 망설임 없이 즉각 답하는 이 시스템은 매력적이다. 트랜스휴머니즘도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지식을 얻기 위해 질문하고 자료를 찾으며 사유를 넓혀가는 수작업은 오히려 원시적으로...

    2026.06.11 20:07

  • [사유와 성찰]탈종교 시대의 종교
    탈종교 시대의 종교

    재작년 4월, 많은 수행 대중으로 늘 북적이던 큰 절을 떠나 남도의 한적한 작은 절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맞는 부처님오신날도 어느덧 세 번째다. 신도가 거의 없는 절이다 보니, 절을 찾는 이들 가운데 젊은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이 노년층이다. 그마저도 일 년에 한 번, 초파일에만 절을 찾는 이른바 ‘초파일 신도’가 주를 이룬다. 부처님 생신날의 풍경에서도 종교 인구 감소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지방 사찰들이 겪는 이러한 변화는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와 성당도 신자 수가 줄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탈종교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자리한다. 종교의 위기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예견한 대로 인류는 ‘세계의 탈주술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근대 이후 사람들은 신비와 기적보다 과학과 이성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종교는 세계를 설명...

    2026.06.04 19:59

  • [사유와 성찰]교권 회복을 위하여
    교권 회복을 위하여

    학교는 이제 전쟁터가 되었다. 교사는 범법자로 취급당하고 있다. 민원과 소송이 난무하며, 교실은 무질서한 감옥으로 변했다. 불면으로 날을 새우다 명예퇴직으로 천직이라던 교직의 끈마저 놓아버린다.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교육을 자본시장의 소비재로 보기 때문이다. 교사는 콜센터의 직원처럼 소비자의 호출명령에 따라야 한다. 학교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를 양산하는 공장이 되었다.교권은 소멸될 것인가. 공동체로부터 교육전문가에게 아이들의 심신 성장을 돕기 위해 부여된 권한과 권위가 협의의 교권이다. 교실은 가정의 연장이며, 학교는 사회의 모판이다. 교육이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된 한반도의 오랜 교육사에 비해 교권 강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최근이다. 1991년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 개정들을 거쳐 마침내 2023년에 교권보호 5법이 탄생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효행을 강조하는 까닭은 그것이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법들은 폭주하는 악성민원...

    2026.05.28 20:23

  • [사유와 성찰]적당한 불안감은 삶에 활력을 줍니다
    적당한 불안감은 삶에 활력을 줍니다

    몇해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였다. 어느 자매님이 상담을 청해와서는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며 어쩌면 좋겠냐고 통곡하듯 말했다. “자매님, 그게 그렇게 울 일인가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신부님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부모 마음을 모르시는군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만 시험 좀 못 봤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울지 마세요.” “인생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예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어디 취직이나 하겠어요. 취직도 못하는데 결혼은 어떻게 해요. 이 일 저 일 전전하며 혼자 근근이 먹고살다가 나이 들고 기운 없어지면 일거리도 없어서 지하철에서 노숙이나 하며 살겠죠. 그러다 병을 얻어 죽어도 아무도 찾지 않을 겁니다. 이래도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고요?” 그 자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이어 붙이며 비극 영화 한 편을 만들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를 끝없이 상상하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불안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

    2026.05.21 19:53

  • [사유와 성찰]가르치는 사람, 가리키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가리키는 사람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나이 든 이들이 은사를 모시고 이 노래를 부를 때, 그 공간은 돌연 따뜻해진다. 추억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신산스러운 삶의 굴곡을 통과해온 이들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시름을 내려놓고 삶의 원형 같은 기억 속으로 달려간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가슴 한쪽이 쓸쓸해진다. 우리 시대가 우러러볼 ‘어른의 뒷모습’을 잃어간다는 상실감 때문이다.우리 인식은 정글처럼 뒤엉켜 모호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손에 든 마체테로 덤불을 툭툭 쳐서 길을 내어주던 분들이 있었다. 흔히 스승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하지만, 진정한 스승은 가르치기보다 가리키는 사람이다. 그들은 말이 아니라 태도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주고, 채우기보다는 깨우려 한다. 우리 마음속 씨앗 형태로 숨겨져 있는 가능성을 호명해 마침내 현실이 되게 한다.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2026.05.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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