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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와 성찰]정교분리는 가능한가
    정교분리는 가능한가

    인류사의 케케묵은 논쟁 중 하나는 국가와 종교의 관계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종교교단의 정치개입을 엄단할 것을 요청한 사실은 제정일치를 향한 인간 욕망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다. 1905년 프랑스 제3공화국 헌법에 최초로 명시된 정교분리는 중세의 종교권력에서 비로소 국가가 독립한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라. 불교·기독교·이슬람교와 같은 세계적 종교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가 있는가. 생명력에서 국가는 종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상한 지상 권력은 하늘의 영원한 권력이 지배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종교는 시대의 구원자를 자임하며 부패한 정치를 대신하고자 그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채택한 정교분리나 국교불인정은 국가권력의 장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한국은 국가의 기원인 단군신화를 비롯해 유구한 불교 문화재, 유교적 생활방식, 편의점보다 많은 교회, 신종교, 예언자적 능력을 발휘하는 점집 등을 ...

    2026.02.05 19:51

  • [사유와 성찰]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뜻

    사회 심리학자들은 저학력 무자본이라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종 중 하나가 종교라고 말한다. 아무 도구 없이 몇마디 말과 1인 연출극만으로도 추종자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내적 대상이라고 한다. 성장 과정에서 내적 대상이 없으면 대상 향상성 결핍이라는 증상이 생긴다. 심리적 고아가 되어 입양해 줄 사람을 갈망하듯이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 이런 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들이다. 종교인들이 내적 대상, 즉 멘토가 되어 신도를 심리적 고아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다.문제는 손을 내미는 종교인이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다. 종교인의 외피를 뒤집어썼다고 해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양의 탈을 쓴 이리도 적지 않다. 이리 떼에게 사로잡히면 학대나 갈취로 삶이 피폐해지고 정신병에 걸리기도 한다. 사이비 종교인 대부분이 저학력에 학대 가정 출신인지라 식별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반문...

    2026.01.29 20:04

  • [사유와 성찰]풀잎의 낮은 연대
    풀잎의 낮은 연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헌팅턴.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예언자’라 일컬어지는 시인 월트 휘트먼의 생가를 찾았다. 기념관은 스산한 겨울 날씨 탓인지 쓸쓸했지만, 시인의 아버지가 직접 지었다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 160년 전 그가 마주했던 시대의 고뇌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남북전쟁이라는 미증유의 비극 속에서, 그는 어떻게 적과 아군이라는 선명한 분열을 넘어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노래할 수 있었을까.휘트먼의 시학은 관념이 아닌 처절한 ‘현장’에서 잉태되었다. 전쟁 중 동생의 부상 소식을 접하고 달려간 워싱턴의 군 병원은 찢기고 부러진 몸들이 내뿜는 신음으로 가득한 거대한 공동묘지이자 전시장 같았다. 시인은 그곳에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원봉사자로 머물며 8만여명의 부상병을 만났다. 그는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차가워진 손을 밤새 잡아주며 고향 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정성껏 대필했다. 그는 자신을 그들의 절망을 기록하는 ‘살아 있는 노트’로...

    2026.01.22 19:51

  • [사유와 성찰]정치의 진리실험
    정치의 진리실험

    지난해 12월 말, 정부가 보수 정당 국민의힘 3선 출신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정치권과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지명권자는 통합과 포용의 실용주의 실천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친일 부역’이라는 극단적 평가로 맞서며 후보자를 즉각 제명했다.대립하는 진영의 인물을 중용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1860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윌리엄 시워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에게 패했음에도, 링컨은 집권 이후 이들을 각각 국무, 재무, 법무장관에 임명하며 국민 결속을 도모했다.진영과 친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이야기는 <한비자>에도 등장한다. 진나라 평공이 집정대부 조무에게 묻는다. “우리 나라의 요충지인 중모의 현령으로 누가 적임이겠소?” 조무는 형백의 아들을 추천한다. 평공이 “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묻자, 조무는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끌어들이지 않습니다”라고 답...

    2026.01.15 19:59

  • [사유와 성찰]인간적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인간적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에서 사망 노동자의 가족들이 쿠팡에 대해 책임을 물으며 분노와 눈물로 절규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자본은 왜 이토록 비정한가.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각종 비리가 들통나자 정부도 이제야 나서고 있다. 영업을 취소하고 기업가들을 감옥에 보낸다고 달라질까. 자본주의 시스템에 근본적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착취당한 노동자들이 빈곤과 파멸에 처할 것이라고 예언한 마르크스의 말이 다 맞지는 않았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이 충분히 증명되었다.쿠팡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소비자의 신뢰를 배반했다. 플랫폼 기업엔 사회가 축적한 신뢰가 원자본이다. 대중은 개인정보를 의심 없이 주었으며, 쿠팡은 국민의 혈세로 만든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해 이윤을 챙겼다.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둘째는 수요와 공급의 틈새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기계 취급해왔다. 노동의 리듬을 인간에게 맞추지 않고 수학적 알고리즘에 맞춰 ...

    2026.01.08 19:55

  • [사유와 성찰]종교는 필요한가
    종교는 필요한가

    종교는 불안 감소의 중요 수단으로, 인류가 만든 생존 기제다. 오래전부터 종교는 문화 중심부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왔으나, 종교에 대한 평가가 늘 좋지는 않았다. 마르크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낙인찍은 이후 종교 무용론자들이 수시로 나타나고, 종교 해체론도 거론된다. 종교 실체를 들여다보면 아편 소리를 들을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무지한 행위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종교가 필요한가요? 미신 아닌가요?’ 종교 무용론자들의 물음에는 인간의 이성과 지성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인간이 열악하고 급박한 환경에서 얼마나 잘 허물어지는지 모른다. 믿음은 태풍처럼 몰아치는 불안 속 자아가 뒤집히지 않게 도와준다. 기도는 암흑 속 길잡이가 되어준다.종교는 인간다운 사회 조성에 기여한다. 종교를 금지한 여러 공산국가를 방문해서 느낀 것은 무언가 썰렁하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구호가 곳곳에 붙고 고위 당원들이 우상화된 모습은...

    2026.01.01 20:30

  • [사유와 성찰]강보에 싸인 희망
    강보에 싸인 희망

    성탄절 무렵, 미국의 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고향 마을을 떠나 켄터키로 이주해 살았다. 이웃들은 모두 가난했다. 어느 날 그들은 속칭 샷건 하우스라 불리는 판잣집에 사는 헤이즐 바넷이라는 늙은 이웃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여인은 “밤에 당신네 불을 보는 게 좋아요. 이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라고 말하며 그들을 반겨주었다.시간이 흐르며 두 가정은 서로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헤이즐이 몇해 전 성탄절 전날 심장 발작을 일으킨 아들을 돌보기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헤이즐은 두고 온 옛집을 늘 그리워했다. 그러나 차가 없었기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로빈의 어머니는 어느 날 헤이즐을 차에 태워 그의 옛집으로 모셨다.여러 해 방치된 채 퇴락한 집은 쓸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집 안의 물건 하나하나...

    2025.12.25 21:43

  • [사유와 성찰]누가 길 잃은 양인가
    누가 길 잃은 양인가

    십여 년 전, 남도의 작은 암자에 머물 때였다. 지인 몇분과 조촐한 차담을 나누던 중 처음 뵙는 한 분이 케이크 두 상자를 내밀었다. 나는 감사 인사 대신 불평을 쏟아냈다. 혼자 사는 암자에 하나면 충분할 텐데, 두 개나 가져와 소박함의 질서를 흐린다는 핀잔이었다. 쌓이는 음식에 예민해 있던 마음이 거칠게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그 일을 곧 잊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날의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수행자라는 외피에 갇혀 사람의 정성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분에게 깊이 죄스러웠다. 말로 꺼내지 못했을 무안함과 상처가 뒤늦게 또렷이 전해졌다.지인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분은 당시의 서운함이 오래 남아 절이나 스님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십 년이 지나 받은 사과에 응어리가 풀렸고,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갈등과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한...

    2025.12.18 20:07

  • [사유와 성찰]해학으로 전복시킨 12·3 내란
    해학으로 전복시킨 12·3 내란

    지난해 12월3일부터 올해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4개월간은 대한민국 민중혁명사에 종지부를 찍은 기간이다. 동학농민혁명, 여순 사건 및 제주4·3항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서 미완된 혁명을 완결 지은 역사인 것이다. 더욱이 민중의 계약에 의해 쥐여준 권력을 사유화한 이상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무상한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형체 없는 마음을 사용하는 것처럼 권력도 민중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때 효용성이 있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은 쉽게 반환되지 않는다. 민중은 12·3 내란을 단죄하기 위해 카니발 같은 축제를 선택했다. 해학과 웃음으로 연대의 끈을 묶었다.광장에는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전국 고양이집사 노동조합’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손팻말에는 ‘7세 때 나온 집회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는 글과 SNS에는 ‘난, 사랑 위해 계엄까지 해봤다’는 글이 대중을 웃음 짓게 했다. 유튜브의 ‘취했나 봄’ 시리즈는 인기 폭발했다. 웹툰에는...

    2025.12.11 20:03

  • [사유와 성찰]칭찬이라는 시험
    칭찬이라는 시험

    번잡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으려고 가끔 산에 오른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걷노라면 가쁜 숨 사이로 노랫가락이 절로 흘러나온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다가 흠칫 놀란다. 샘물을 홀로 누리겠다는 심사가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미심쩍어서다. 소중한 것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헤아려져, 이내 그 상황을 수긍하고 만다.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 물은 흐려지게 마련이다.흐려지는 것이 어디 샘물뿐인가? 세상살이에 시달리고 인간관계에 치이면서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귀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 착하게 사는 것이 더 쉬운 세상은 카프카의 ‘성’처럼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인류의 꿈일까? 혐오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타자에게 수모와 수치심을 안겨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

    2025.11.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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