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죄를 폐지하라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10일 헌법재판소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이하 전파매개행위죄)과 제25조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2019년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3년이 지나 열리는 것이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이 법은 HIV 감염인이 혈액 및 체액을 통해 전파매개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1987년 제정된 이래 크게 바뀌지 않은 법 조항은 치료법이 발전하여 감염인이 꾸준히 치료제를 먹으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전파할 수 없는 지금도 과거의 공포에 기반한 엄벌주의를 고수한다.

전파매개행위죄는 무엇이 전파매개행위인지, 체액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서로 콘돔 없는 성관계를 합의했을지라도 감염인은 재판의 대상이 된다. 상대를 감염시켰는지 확인할 수 없고 설령 감염되지 않아도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콘돔을 사용해도 성관계 중에 벗겨지거나 찢어지면 전파매개행위가 성립한다. 이 법은 복잡하고 우발적인 상황들을 무시한 채 감염인의 성관계를 통제하고 금지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 정작 통제되지 않았던 것은 감염인이 아니라 전파매개행위죄 자체인 것이다.

어느 질병도 감염인을 범죄화할 수 없다. 하지만 전파매개행위죄는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때면 성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의 명분이 되어왔다. 감염인은 언제라도 다른 이들을 감염시킬 수 있으니 사생활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한 법은 두려움을 재생산한다. 국가는 감염인에게만 법을 적용하고 범죄의 굴레를 씌운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염인의 성관계 자체가 부주의하고 문란하며 해선 안 되는 것인 양 취급하도록 만든다. 질병에 대해 공포와 두려움을 조장하는 법의 존재는 감염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질병 사실을 숨기며 살아갈 것을 강요한다. 질병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낙인찍는 태도가 미치는 영향은 비감염인도 예외일 수 없다. 단적으로 만에 하나 감염 가능성에 노출되었을지라도 이를 부정하고 신속한 검사를 기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낙인과 처벌로 일관하는 태도는 시민들이 책임을 갖고 자신의 건강과 상대의 안전을 지키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노력과 책임의 실천을 박탈한다. 이런 상황에도 전파매개행위죄가 예방에 도움이 되겠는가?

사회적 통념과 편견을 강화하며 과도하게 통제하고 범죄화하는 방식은 질병과 감염인에게 낙인을 찍고 사회적 차별을 조장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을 명분으로 질병 당사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여부를 막론하고 상호 주체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노력이다. 무엇이 공존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할 때, 전파매개행위죄 폐지는 그 엉킨 매듭을 풀어내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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