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 미술비평가
강철규, ‘관통’, 227x181㎝, 캔버스에 유화, 2021 사진 크게보기

강철규, ‘관통’, 227x181㎝, 캔버스에 유화, 2021

슬픔은 이따금씩 일상을 환기한다. 정제되지 않은 슬픔은 삶을 파괴하고 초토화시키나, 어떤 슬픔은 삶을 되새겨 정화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기쁨과 희극만이 아니라 우울과 비극에도 이입되고 공감을 갖는다. 그것이 사무치는 비탄의 감정을 일으켜 가슴을 에이게 하더라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를 들어, 그런 감정 뒤 궁극의 상태를 설명한 바 있다.

강철규의 회화는 슬픔으로 그려져 있다. 찌를 듯한 고통에 울부짖는 표정의 얼굴, 영혼을 잃은 듯 비어 보이는 신체의 가냘픈 몸짓, 이들은 스잔하고 음울한 배경에 배치돼 비감의 분위기를 풍긴다. 기억과 환상, 알레고리로 점철된 장면에는 훼손되고 망가지는 순간의 위기감이 감돈다.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자의 순수하지만 불안한 의식이 그렇듯이.

‘관통’은 강철규의 자전적 일화가 기록된 그림이다. 무의식의 영역을 대신한 짙은 숲 군데군데에 작가가 실제 겪었던 폭력과 학대의 아픔이 묘사돼 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멍이 된 상실의 고통과 처연하게 식어버린 자존의 무력한 이미지도 있다. 그것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현실에 경각을 일으키고 예술로 승화돼 타자의 정서에 스며든다.

운명에 위해가 따르고 세상에 참극이 계속 일어나는 한, 우리는 이렇게 슬픔과 공생하며 살아갈 것이다. 서린 슬픔을 꺼내 서로를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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