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하, 쿠쿠  ⓒ구자하

구자하, 쿠쿠 ⓒ구자하

창의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경험, 발 딛고 있는 현실, 상상하는 미래? 그 시공간을 관통하는 관심사? 새로움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못한 것을 ‘남다른’ 시선으로 엮는 솜씨?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받은 구자하의 ‘하마티아 3부작’을 보면서, 창작의 구조와 경계를 생각해본다.

연극에서 출발했지만, “연극의 관습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시어터 메이커’로 연극 장르의 다양한 가능성과 확장을 실험하는 예술가”로 정의되곤 하는 구자하의 작업이 전시기획자인 내 눈에는 영락없는 ‘현대미술’로 보였다. 작업의 형식으로 장르를 구분하는 것도 이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장르 간의 경계는 무너졌지만, 제도는 여전히 장르의 경계를 필요로 한다. 경계는 창작자의 상상을 가로막는 동시에 상상에 불을 지핀다.

극본·연출·음악·무대·영상·퍼포먼스를 홀로 수행하는 창작자가 운영하는 무대는, 말로 설명할 수 없거나 말로 전달하는 순간 빗나가는 의미 없이, 온전히 ‘그’의 세계를 담고 있었다. 그가 다루는 주제도 의미 있지만, 작업방식 자체가 인류의 역사에서 분업이 성취한 것들을 돌아보는 동시에 분업으로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세 편의 퍼포먼스는 그리스 비극에서 ‘주인공의 비극적 과오나 결함’을 뜻하는 ‘하마티아’를 큰 제목으로 삼아, 동아시아의 정치적 지형, 식민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다. 거대한 ‘압력사회’를 상징하는 흥미로운 압력밥솥 ‘쿠쿠’가 퍼포머 하나, 두리, 세리로 개조되어 구자하와 함께 이야기를 전개하며, 한국이 공통으로 지나온 역사가 얼마나 지독하게 오늘의 우리에게,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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