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팔아먹은 자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 어머니를 팔아먹은 자

사전적으로 청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에 따르면 20, 30대 언저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물론 이보다 훨씬 넓게 잡기도 한다. 가령 유엔은 18세부터 65세까지를 청년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신체 역량이 증진된 점 등을 감안하여 그렇게 정한 듯싶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의 도래를 점치고 있으니 나름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촌은 진작부터 60대도 청년이었다. 적잖은 지자체에서는 조례로 40대 중반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해 두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일찍부터 다른 나라보다 건강하고 장수해서 벌어진 현상은 아니다. 두 세대 가까이 심화되기만 한, 인구와 교육, 문화, 경제 등의 서울 집중으로 야기된 현상이다. 지역 소멸 위기를 아주 잘 말해주는 현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지역 소멸과 서울 집중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4월 교육부는 지역대학 붕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음에도, 첨단 분야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수도권 4년제 대학 정원을 817명이나 늘렸다. 설사 서울이, 또 서울 소재 대학이 그야말로 탄탄하다고 해도 지역이 소멸되고 지역대학이 문 닫으면,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서울도, 그 안의 대학도 위태롭게 됨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놓고 들썩대고 있다. 김포시의 집값이 오른다는 둥, 쓰레기 처리 등 김포시가 서울의 뒤치다꺼리용이 될 것이라는 둥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를 접하고 있노라니 이런 고사가 떠올랐다. 옛날 중국의 영 땅에 사는 사람 중에 자기 어머니를 상인에게 팔아먹은 자가 있었다. 그는 어머니를 팔고 나서 상인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우리 어머니는 늙었소. 부디 잘 먹이고 고생시키지 말아 주시오.”

<회남자>란 고전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수도권이지만 김포도 엄연히 지역이다. 지역 김포의 발달을 일궈내지 못한 정치권은 반성과 분발을 앞세워야 함에도 김포를 서울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그러고는 어머니를 팔아먹은 사람처럼 서울에서 잘해주길 바라고 있다. 봉이 김선달조차 혀를 찰 야바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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