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이름으로 판 ‘매력적’이란 함정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 국가 이름으로 판 ‘매력적’이란 함정

‘킬러문항’이 제거된 자리에 매력적 오답이 들어앉았다. 지난 9월 모의평가 때부터 킬러문항을 ‘킬’한 자리를 ‘준킬러 문항’과 ‘매력적 오답’으로 채워 변별력 확보를 시도했다. 그런 기조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지속되었다.

매력적 오답을 교육 당국이나 언론에서는 “내용을 확실히 파악해야 피할 수 있는 헷갈리는 선지”라고 설명한다. 이런 뜻풀이만 봐서는 왜 그러한 선지에 ‘매력적’이란 수식어를 붙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헷갈리는’ 것과 ‘매력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요, 수험생 입장에서 헷갈리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은 전혀 없기에 그러하다.

결국 매력적이란 건 수험생이 아니라 철저히 출제자나 교육 당국의 입장에서의 판단이다.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매력적이기에, 단지 헷갈리게 하는 게 아니라 고의로 정답으로 오인하게끔 문제를 낸다는 것이다. 9월 모의평가 결과를 두고 교육 당국에서 준킬러 문항과 매력적 오답 등으로 변별력 확보에 성공했다고 자평한 데서 극명히 목도되듯 말이다.

한마디로 매력적 오답은 문제를 아는 만큼 잘 맞히라고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범하게끔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가능한 한 틀리게끔 출제하는 것이다. 매력적 오답의 정체는 출제자나 교육 당국에만 매력적인 변별력 확보 장치일 뿐, 수험생에게는 열불을 조장하는 그저 피하고픈 함정이라는 얘기다.

시험은 엄연히 교육의 일부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함정을 파놓고 사과는커녕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수능이 국가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국가의 공신력이 집적된 시험인데도 연신 당당하기만 하다. 맹자는 백성의 생활을 곤궁케 만들어 놓고는 그들이 생활고로 인해 일탈한 것을 처벌한다면, 이는 정치가 아니라 함정을 파놓고 백성을 사냥하는 것이라고 일갈하였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범하도록 함정을 파놓고는,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놓고는, 수험생이 이에 빠진 것을 두고 변별력이 확보되었다며 기꺼워한다면 이는 교육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수험생을 사냥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용인하는 매력적 오답의 정체는 이렇듯 교육적 차원에서는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는 사특한 함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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