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루비우스적 인간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레오나르도 다빈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1492, 35×26㎝, 베니스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 소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1492, 35×26㎝, 베니스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 소장

사람의 피부톤을 사계절로 나누는 퍼스널 컬러를 말하며 웜톤, 쿨톤을 찾아나선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골격과 근육, 지방의 분포 정도로 여성의 체형을 ‘스트레이트’ ‘웨이브’ ‘내추럴’로 나누는 것이 세상에 유행인가 보다. 이런 유의 진단은 서로 다른 신체의 유형별 특징이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지 파악한 뒤, 그 유형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데 유용하다. 신체 유형 사이에는 어떤 우월관계도 없다. 어울리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한의원에서 체질검사를 하고 그에 맞춰 식습관을 바꾼 뒤로 고질병을 치료했다는 지인의 경험담이 솔깃해 한의원을 찾았을 때는, 나에게 약이 되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체질론에 대해서는 비과학적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타고나기를 모두 다르게 태어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므로 서로의 다름을 그저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나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다. 나의 몸에 최적화된 패션을 찾고, 나의 체질에 최적화된 건강법을 찾는 일련의 방법들을 보면, 신체적 특징이야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간, 선택의 근거, 행동의 동기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고대 로마의 건축가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 폴리오의 저서에 수록된 인체 비례론을 연구하면서 그린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은, 당시 사람들에게 세상의 기준으로서의 인간 신체를 각성시키는 사례가 되었다. 그는 서로 다른 신체를 관통하는 비율의 규칙성을 찾으면서, 모든 우주의 비례가 인간의 신체 비례로부터 시작한다고 판단했다. 신본주의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에 주목한 르네상스기 예술가가 연구한 인체의 미감과 철학을 되짚어보며, 나의 몸에 깃들어 있을 세상의 질서를 추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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