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병수당 도입의 쟁점과 과제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

‘아프면 쉬게!’ 이는 코로나19의 요구였다. 상병수당 논의가 촉발됐다. 한국에서 상병수당제도의 도입이 늦어진 데는 역설적으로 2000년에 이루어진 통합건강보험이 한 요인이었다.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의 통합은 형평성을 도모하는 개혁이었는데, 상병수당의 도입에는 오히려 발목잡기가 되었다. 지역가입자 중에는 ‘근로’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은 변화의 동력을 만들었다. 통합건강보험체제가 직장가입자뿐 아니라 지역가입자의 사회보장 확대를 견인하는 반전을 이루고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

상병으로 근로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수입 중단’에 대처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일반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최대 25일)나 병가가 전부다.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라도 ‘업무 외의 상병’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도저도 없는 일용직, 특고,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상병은 곧 소득 중단이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의 상병’으로 인한 ‘근로활동 중단’에 따른 ‘소득의 보전’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곳곳에 쟁점이 있다.

첫째, 현행 통합 건강보험체제는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를 포함하는데, 이들에게 상병수당을 제공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소득이 없던 사람이 상병을 갖자 추가 소득이 생긴다면 일견 모순이다. 없던 소득도 챙겨주는 상병수당이라면 건강보험료 인상폭이 커진다. 이를 피하고자 상병수당의 대상에서 이들을 제외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들에게는 상병수당에 따른 추가 보험료를 면제해야 한다. 이렇듯 ‘상병수당 급여’는 ‘보험료 부과’와 패키지로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상병 발생’과 ‘근로 불능’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입증이 간단치 않다. 농어민, 자영업자, 예술가 등은 노무관리가 어렵다. 독일처럼 사업장이 법정 유급휴가를 먼저 제공하고 상병수당이 제공되면 좋겠으나, 현재 유급휴가가 가능한 근로자가 62%, 병가가 가능한 근로자가 47%에 불과하다. 일본처럼 단체협약에 따른 유급병가 이후부터 상병수당을 전액 또는 감액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나, 노무관리가 되는 사업장에 국한된 얘기다. 노무관리가 안 되는 취업자는 ‘별도의 보험료-상병수당 패키지’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셋째, ‘소득상실 보전’의 역할에 건강보험제도가 적절한지도 쟁점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조합주의 시절의 문구가 남아 건강보험의 부가급여로 규정한다.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과의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소득’ 방식이 확대될 경우의 충돌 가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방식이지만, 현 통합건강보험체제는 조세방식의 속성도 가진다. ‘적용 인구는 포괄적이되 상병수당 수준은 낮게 하는 패키지’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최저임금과 평균급여액을 고려한 일당 금액’ 또는 ‘낮은 상하한을 갖는 보험료의 일정비율’ 방식이 현실적이다. 유럽연합 국가는 상병수당의 대기기간, 급여수준, 지급기간을 개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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