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전력구조·경제성 보완 선행돼야

박용성 |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얼마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결과는, 우리의 이상과 인류 기술 수준의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지 합의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량의 판매 중단도 요원한 일이 되었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정부가 반대하고, 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내연기관의 유지를 적극 주장했다.

박용성 |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박용성 |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온실가스 배출현황을 분석해 보면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탄소중립을 주도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는 온실가스 통계관리에 나선 1990년 이래 배출량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반면 한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발전부문이 37%로 가장 많고, 교통부문에서는 13%가 배출된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내놓은 교통부문의 주요 감축 수단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이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배기관에서 직접 배출이 없어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한국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현재 한국은 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75%를 차지한다. 이를 고려해 국내 시판 차량의 주행거리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보면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하다. 즉 현재의 전력믹스로는 전기차를 보급해도 국가 전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큰 기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쪽(교통부문)에서는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곳(전력부문)에서는 오히려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구조이다.

한편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고가의 배터리 비용과 가격구조, 운행비용, 충전설비와 안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2000만원 정도 비싸다. 주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용이다. 배터리의 가격구조도 수입에 의존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재료비가 70% 이상으로 앞으로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 또한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전기요금에는 유류세가 제외되어 있어 유류세를 고스란히 부담하는 하이브리드차보다 국가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실제 비용은 매우 높다.

부족한 충전소 건설에 투입되는 정부 보조금과 종종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전기차의 안전성도 고려해야 한다. 배터리로 인한 전기차 화재는 제조 시 결함 요인뿐만 아니라 충·방전 반복에 따른 배터리의 성능 저하 및 화학적 마모가 결함 확대로 이어져 발생한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 시마다 화재 위험요인을 살피는 배터리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배터리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과열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수명도 예측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기차가 탈탄소 수송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을 줄이고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등으로 전력구조를 개선하고 경제성 및 안전성을 보완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준비하는 동안의 가까운 미래에는 하이브리드차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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