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청에 묻는다, 소방관 사망은 운명인가 사고인가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소방지부장

2021년 6월17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6월29일 울산 성남동 화재에서도 소방관 1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6개월이 채 안 되는 2022년 1월6일 평택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재난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약 50명에 이른다.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소방지부장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소방지부장

평택 화재 현장 순직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늘 그랬듯이 소방청은 순직사고를 막을 실질적인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명료한 진상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은 언제까지 소방관의 순직을 예견할 수 없는 운명으로 돌릴 것인가!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사실을 밝혀야 할 때가 왔다.

소방청에 묻는다. 소방관의 사망은 운명인가 아니면 사고인가? 일선 기관장(소방서장)을 직속 상관이라 부른다. 그들은 소속 소방관에게 직속 상관에 대한 예절과 거수경례를 요구한다. 거수경례를 받는 직속 상관의 소속 소방관 순직에 대한 책임은 도의적 책임일까 아니면 직접적 책임일까!?

지금 소방청과 일선 기관장의 행태는 도의적 책임은 물론 그 어떤 책임도 회피하는 것 같다. 이제까지 소방청과 소방본부는 순직한 그들에게 화려한 영결식과 안장식을 해주는 것으로 순직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했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 10년간 순직사고를 막기 위해 소방청은 무엇을 했는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각종 사고 사례 교육, 사고 예방 브리핑 등 이런 미시적이고 소극적인 방안으로 얼마나 순직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현장 소방관들은 아주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므로 많은 사고를 겪는다. 이런 빈번한 사고와 중차대한 순직사고에 똑같은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순직사고와 같은 중차대한 사고는 거시적인 관점, 안전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두 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거시적 접근의 출발은 조직 내부의 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은 소방 하면 재난 현장에서 검은 화마에 맞서 싸우며 땀 흘리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재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소방관이 훗날 재난 현장 지휘관이 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죽음의 순간을 직감하고 대처할 수 있는 위험감수성은 교육과 간접체험으로 습득하기가 힘들다. 위험감수성은 현장에서 위험을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포 대처 능력이다. 그러한 경험을 몸소 겪은 지휘관이 재난 현장을 지휘할 때 소방관의 순직사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현장 소방관들은 지휘관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힘들까. 소방조직은 행정과 현장으로 크게 분류한다. 소방조직 내부에는 현장근무자보다 행정근무자를 우월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간부후보생제도와 빠른 승진을 누리는 행정근무 경력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소방조직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소방관은 특정직 공무원이다. 쉽게 말해 화재 진화, 구조, 구급이라는 특정한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다. 현장의 소방관들이 행정근무자보다 승진이 늦다는 것은 조직 내부를 개혁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행정근무자와 현장근무자의 분리 승진과 분리 채용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즉각 근무성적을 공개해야 한다. 공무원 중 유일하게 근무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적 조직이 소방 분야이다.

이제 소방청은 대용량포방사시스템, 소방정(선박) 도입 등 외연의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단단한 조직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임을 자각해야 한다. 국민들은 소방청이 현장소방관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소방관이 재난 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