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강국을 실현하는 주춧돌, 사이버 안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디지털 경제를 위협하는 ‘해킹’의 시초에 관한 이야기는 사소하면서도 흥미롭다. 195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철도동아리 학생들은 철도 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엄청난 고가의 장비여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이 컸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막아놓은 전산실의 접근 제한을 ‘조작(Hack)’해 컴퓨터를 사용했고, 이후 해킹은 MIT 학생들의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MIT 학생들의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된 해킹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공급회사가 해킹을 당하면서 전 세계 30만명의 고객이 피해를 입었고, 인도에서는 에너지 시설이 사이버공격을 받아 뭄바이시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한국에서도 지난해에 중소기업부터 방산업체, 국책연구기관, 대기업까지 해킹 피해를 입는 등 기업과 국민 모두가 사이버위협에 노출돼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해킹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 양상이 사이버공격을 동반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이제는 디지털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해 사이버안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11주년을 맞은 ‘정보보호의날’ 기념식에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한 일은 의미가 크다. 보안 기업과 연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정보원·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까지 모두 모여 국가적인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의지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부는 안전한 디지털 강국과 튼튼한 사이버안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먼저 민·관·군이 협력하는 사이버안보 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이다. 통합적인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해 사이버위협을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민관 합동, 그리고 국가 간 공동 사이버 대응훈련도 추진해나갈 것이다. 공급망 보안 등 새로운 선진 보안 체계도 국가 중요시설을 시작으로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산업과 사회의 자생적인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사이버보안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안시장은 2021년 1432억달러(188조원)에서 2024년 1887억달러(247조원)로 연평균 9.4% 성장이 전망되는 유망한 시장이다. 보안시장은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영역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기반의 보안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보안 제품·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현재의 낡은 보안 인증제도도 신속히 개선해 나갈 것이다. 사이버위협 확산으로 날로 부족해지는 보안 인력의 양성도 강화한다. 정보보호의날 기념식을 계기로 발표한 ‘사이버보안 10만 인재양성 방안’을 토대로, 정부는 보안 관련 대학·대학원 등의 지원을 강화하고,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최정예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나갈 것이다. 또 군 전문 분야 복무와 전역 후 취업과 창업을 연계하는 ‘사이버 탈피오트’를 도입하고, 우수한 인력이 국가의 안보 역량 강화에 활용될 수 있도록 국가 비상상황에서 민간의 역량을 결집하는 ‘사이버 예비군’ 제도도 추진할 계획이다.

평안할 때에도 위험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대비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7월 정보보호의달이 기업과 국민, 정부 등 사이버안보의 모든 주체가 정보보호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튼튼한 사이버안보는 디지털 강국을 실현하는 주춧돌임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실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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