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타인을 ‘응시’할 수 있는 힘

조동암 iH인천도시공사 사장

우리 삶에 있어 사람으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규정짓는 것은 인식하되 보이진 않는 윤리의 경계선이다. 윤리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 인간이 아닌 동물과 사물의 영역, 비인간으로 치부된다.

불교에선 현실세계를 욕망에 따른 번뇌와 인내의 사바세계(娑婆世界)로 보나, 인간에겐 반성하는 ‘양심’의 힘이 있기에 그러한 고난 속에서도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양심을 잃지 않으면 ‘나’의 부정한 행동에 발목 잡히지 않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자율권을 잃은 수동적 존재로 타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양심의 힘들이 모여 이룬 삶의 태도가 ‘도덕’이다.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정상적 사회에선 양심이 잘 작동한다. 구성원들은 옳고 선한 가치규범을 타고난 듯 지키며 도덕적인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세계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경계선 밖에서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존재들에게 부끄러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일깨운다. 독특하고 바른 이 도덕적 세계의 사회적 규범이 ‘윤리’다.

양심과 도덕의 공고한 체계 위에 세워진 공동체 윤리를 따르는 구성원은 삶을 위태롭게 만들 요소를 검열함과 동시에 소외된 자들의 구제를 태어나면서부터의 의무로 삼는다. 공동체 유지를 위한 양심-도덕-윤리의 정제 과정을 거친 결정체가 ‘청렴’이다.

양심, 도덕, 윤리는 순환하며 청렴의 가치를 공고히 하나 이 순환이 무너지면 청렴도 쉽게 깨지기에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듯 타인의 얼굴을 보고 순환하며 작동하는 것이 청렴이다. ‘얼굴’의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인간의 얼굴이 타자를 응시할 때 이기적 인식 과정인 욕망이 순간 멈추고 타인에게로 인식의 중심이 넘어가는, 욕망 중화의 경험을 부여하기에 얼굴이 특별하다고 본다.

경계 안 세계 속 자신의 얼굴이 경계 밖 얼굴들과 스스럼없이 마주하는 것, 인식의 중심이 교환되는 것은 ‘청렴하라!’는 무조건적인 도덕명령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며, 각 경계 안의 존재들이 청렴을 유지하는 떳떳한 세계다.

청렴을 거스르는 것은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위태로운 행위, 즉 ‘죄(罪)’다. 우리는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들과 늘 교류하기 때문에 얼굴과 눈을 바라보고 명확히 응시할 수 있는 힘, 그 힘의 원천인 청렴으로 살아간다. 응시할 힘이 없다면 청렴한 공동체의 경계선 안 존재인 인간의 삶으로 인정할 수 없다.

청렴의 개념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청렴의 경계선 안에서 인간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를 말하는 바다. 인간이라면 청렴 안에 머무르는 것이 고통스러워 경계를 이탈한 ‘인간이기를 포기한 비인간’이 되지 말고 서로를 응시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하며 서로를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는 참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조동암 iH인천도시공사 사장

조동암 iH인천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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