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리랑TV의 새 사장 임명에 대한 우려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이 가족들을 동반한 해외 호화출장 비리로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후임자가 결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제 매일경제 기자 출신의 한국외대 문재완 교수를 아리랑TV 사장에 임명했다. 문화부가 재공고 절차까지 거치며 4개월씩이나 뜸을 들인 인선치고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문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을 시도할 때 방송통신정책자문위원, 국회 미디어발전전문위원을 역임하며 종편 출범의 토대가 된 미디어법을 적극 옹호한 전력이 있다. 특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재직하면서 김재철 사장 전횡으로 MBC가 공정성과 신뢰도 평가에서 거의 매번 바닥을 칠 때도 김 사장을 옹호하는 정부·여당추천 위원들과 보조를 같이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국책방송 사장으로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방 전 사장의 ‘전횡’으로 망가진 아리랑TV 조직을 문 사장이 제대로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부는 아리랑TV 비리를 감사하면서 외부 심사위원들이 방 전 사장이 회장을 지낸 사이버커뮤니케이션 학회 출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방 전 사장의 오른팔로 통하던 사이버커뮤니케이션 학회 소속 교수가 심사위원단 40명 중 20여명 이상을 추천하고 이들이 외주 심사를 하며 각종 문제가 일어났다. 특히 방 전 사장이 100만명 동시접속이 가능하다고 선전하며 연 12억원이나 주고 외주사에 맡긴 프로그램의 회당 유튜브를 통한 동시접속 인원이 고작 50여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방 전 사장의 서울대 법대 후배에 사이버커뮤니케이션 학회 회장 출신의 문 교수를 사장에 임명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낙하산 사장들의 무덤이 되어버린 아리랑TV가 과거 악몽을 반복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문 사장이 최소한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어떤 각오로 조직을 운영할지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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